암울한 전망만 가득한 기후 보고서···‘탄소 허리띠’ 졸라매야 희망 있어

김기범 기자    강한들 기자
2020년 이전은 산업화 이전 대비를 기준으로 현재까지의 지구온난화 경향을 색으로 표현했고, 2020년 이후에는 각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별 온난화 경향을 표현했다. 아래에는 태어난 시점에 따라 경험하게 될 기후를 색으로 나타내고 있다. IPCC 제6차 종합보고서 정책 결정자를 위한 요약본(SPM) 갈무리

인류의 선택에 따라 현재·미래세대가 겪게 될 ‘다른 세상’

2020년 이전은 산업화 이전 대비를 기준으로 현재까지의 지구온난화 경향을 색으로 표현했고, 2020년 이후에는 각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별 온난화 경향을 표현했다. 아래에는 태어난 시점에 따라 경험하게 될 기후를 색으로 나타내고 있다. IPCC 제6차 종합보고서 정책 결정자를 위한 요약본(SPM) 갈무리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9년 만에 펴낸 ‘제6차 종합보고서’의 핵심은 ‘인간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의 징후는 더욱 뚜렷해졌으며, 그 강도도 더 세졌다’는 것이다. 전 세계가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세운 목표였던 “전 지구 평균 지표온도 상승폭 1.5도 제한”이 2030년대에 깨질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함께 나왔다.

IPCC 종합보고서는 전 세계의 기후변화 관련 전문가 1000여명이 작성과 검토에 참여하고, 세계 각국 정부가 한줄 한줄 검토한 합의문이다. 기후변화 분야 예상 시나리오 가운데 가장 공신력이 높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IPCC 보고서에 대해 “기후 시한폭탄을 완화하는 방법을 안내하는 내용이자 인류를 위한 생존 지침”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종합보고서에 어두운 전망이 담긴 것은 그만큼 인류가 처한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암울한 전망만 가득한 기후 보고서···‘탄소 허리띠’ 졸라매야 희망 있어

이번 보고서에는 온실가스 배출을 통한 인간 활동은 전 지구 평균 지표 온도를 1850~1900년보다 1.09도 상승시켰다는 내용이 담겼다. 2014년에 나온 5차 종합보고서에서는 상승폭이 0.85도였다. 또 210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폭은 2014년에는 시나리오별로 ‘1.0~3.7도’였는에 이번에는 ‘1.4~4.4도’로 커졌다. 그만큼 기후변화가 지구 전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인위적 탄소 배출량은 2014년 2040Gt(기가톤)에서 2400Gt으로 증가했다. 연간 탄소배출량은 2010년 기준 49±4.5GtCO₂eq(이산화탄소 환산 기가톤·전체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양)에서 2019년 기준 59±6.6GtCO₂eq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보고서에는 지난 반세기 동안의 기온 상승률은 지난 2000년 사이 가장 높으며, 이산화탄소 농도는 적어도 200만년 안에는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이 같은 기후변화 관련 지표들은 국제적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기후변화 정도는 더 커질 것이란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보고서는 이로 인해 온난화가 심화하면서 거의 모든 시나리오에서 가까운 미래(2021~2040년)에 기온 상승폭이 1.5도에 도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5도 제한 목표 달성을 위해 인류에게 앞으로 허용된 탄소배출량은 500Gt 뿐이다. 상승 제한폭을 2도로 늘린다고 해도 탄소배출 허용량은 1150Gt에 불과하다. 2019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보면 최소 8년~최대 23년이면 채울 수 있는 정도다.

보고서는 7년 뒤인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3% 감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2도로 범위를 넓혀도 27%를 감축해야 한다. 그런데 이는 현재 세계 각국이 유엔에 제출한 자발적 감축목표(NDC)를 모두 달성하더라도 불가능하다. 현재 추세라면 2030년 전 세계의 탄소배출량은 2019년보다 2Gt 정도 줄어든 57Gt 정도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또 인류가 지표면 온도 상승을 제한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해수면 상승, 남극 빙산 붕괴, 생물 다양성 손실 등 일부 변화들은 불가피하리라 전망했다. 1.5도 목표를 달성해도 지구가 기후변화 이전으로 돌아가거나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보고서는 더 이상의 온난화를 막으려면 이산화탄소(CO₂)를 포함한 전체 온실가스의 배출이 ‘넷제로’ 상태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넷제로는 온실가스 순배출량이 ‘0’이 된 상태로, 나무 심기나 배출권 구매 등을 통해 탄소 배출량과 감축량의 균형을 맞추는 ‘탄소중립’과 달리 실질적으로 배출량을 줄이는 사례만 인정한다.

보고서는 1.5도나 2도 제한 시나리오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금융 부문에서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연 평균 투자비가 현재보다 3~6배 늘어나야 한다고 제시했다. IPCC는 또 보고서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저개발국의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다르다는 것도 분명히 했다.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높은 상위 10% 가구는 34~45%의 소비 기반 온실가스를 배출했지만 하위 50%는 13~15%의 소비 기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는 것이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58차 총회에 한국 대표단으로 참석한 이미선 기상청 기후과학국장(화면 오른쪽 위)이 스위스 인터라켄 현지에서 IPCC의 제6차 종합보고서와 관련해 온라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줌 화면 갈무리.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58차 총회에 한국 대표단으로 참석한 이미선 기상청 기후과학국장(화면 오른쪽 위)이 스위스 인터라켄 현지에서 IPCC의 제6차 종합보고서와 관련해 온라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줌 화면 갈무리.

제58차 IPCC 총회는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지난 13~19일 열렸다. 195개 회원국에서 650여명의 대표들이 참석했다. 한국은 유희동 기상청장을 수석 대표로 외교부, 환경부, 국립기상과학원 등이 참석했다. IPCC는 1990년부터 기후변화 근거와 관련 정책 방향을 담은 평가보고서를 5~7년 주기로 내고 있으며 2015년 시작된 6차 평가기간(2015~2023년)은 이번 종합보고서 발표로 마무리된다.

이번 종합보고서는 앞으로 기후변화와 관련한 다양한 협상과 논의에서 중요한 과학적 근거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미선 기상청 기후과학국장은 이날 오후 8시 열린 한국 정부의 사전 브리핑에서 “이대로 가면 2020년대 태어난 아기들은 4도 이상 지구 온도가 상승한 세상에서 살게될 것”이라며 “빠른 기후행동이 이뤄지지 않으면 인간이 영향을 받는 것뿐 아니라 지구 시스템 대부분에 악영향이 미칠 것임을 보고서는 자명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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