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65)이 최순실씨(61)의 딸 정유라씨(21)의 승마 활동을 돕던 승마계 인사를 부정적으로 표현한 문체부 공무원을 “나쁜 사람”이라고 말한 것에 앞서, 최씨가 박 전 대통령 발언과 같이 해당 공무원을 “나쁜 사람”으로 말한 정황이 드러났다. 박 전 대통령이 최씨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며 승마계 현안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 등의 21회 공판에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67)가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내용을 증언했다. 박 전 전무는 정씨의 승마훈련을 도우며 최씨가 삼성으로부터 약 78억원을 제공 받는 실무 과정에 관여한 핵심 인물로 손꼽힌다.
2013년 4월 상주 승마대회에 출전한 정씨가 다른 선수에게 승마협회 차원의 특혜가 주어졌다는 이유로 우승을 못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그해 5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승마협회 감사에 착수했다.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감사에 들어간 노태강 당시 문체부 체육국장과 진재수 당시 문체부 체육정책과장은 정씨를 돕던 박 전 전무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조사를 진행했다.
박 전 전무는 문체부가 자신의 ‘뒷조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승마협회 임원으로부터 듣고, 최씨에게 이 같은 내용을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최씨가 진 전 과장을 지목해 “참 나쁜사람이네요”라고 말했다고 박 전 전무는 증언했다.
그 해 8월 박 전 대통령은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승마협회와 박 전 전무 측 모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작성된 문체부 감사 보고서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을 지목한 뒤 “참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 인사조치 하라”고 말한 사실을 유 전 장관 등이 증언한 바 있다. 이후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은 좌천됐다.
이날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 전 대통령이 진 전 과장에게 ‘나쁜 사람’이라고 표현했는데, 그 표현이 최씨가 썼던 표현과 똑같았나”고 묻자 박 전 전무는 “그래서 조금 놀랐다”고 말했다. 박 전 전무는 “그 일을 계기로 최씨가 박 전 대통령과 가깝고, 소위 ‘정권실세’라고 느끼게 됐나”는 질문에 “그렇다. 최씨가 박 전 대통령과 가까운가보다 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전무는 2013년 승마협회를 대상으로 진행된 문체부 감사가 최씨의 뜻에 따라 이뤄진 것 같다고 증언했다. 특검이 “최씨가 어떤 힘으로 승마협회를 감사하게 했는지 들은 내용이 있나”고 묻자 박 전 전무는 “당시 최씨는 ‘본인이 (감사 지시를) 한 게 아니’라고 했지만, 최씨 그 분이 ‘승마협회가 문제가 많구나’라고 해서 감사를 지시했다고 지금 저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전 전무는 그러면서 “지금 판단하기에는 최씨가 승마계에 정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 전 전무는 2005년 자신이 근무하던 서울 뚝섬 승마훈련원장에 최씨와 정씨, 최씨의 전 남편 정윤회씨(62)가 회원으로 가입하면서 최씨를 처음 알게 됐다고 증언했다. 2013년 정씨의 승마 코치를 소개해주면서 본격적으로 친분을 쌓았고, 그 이후 정씨의 승마 활동을 도와주게 됐다고 한다.
특검은 박 전 전무가 최씨와 이른바 ‘차명폰’으로 연락을 주고 받았다는 조사 내용을 공개했다. “당시 최씨가 ‘폴더폰은 도청이 안된다’며 해당 차명폰으로 연락하자고 했나”는 질문에 박 전 전무는 “그렇다. 차명폰으로 최씨하고만 연락했다”고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