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곳곳 성소수자 수만명 ‘프라이드 행진’…스타벅스 직원들도 지지 파업 나서

최서은 기자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2023 뉴욕 프라이드 행진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2023 뉴욕 프라이드 행진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6월 ‘성소수자 인권의 달’을 맞아 지난 주말 미국 전역에서 수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성소수자 행사가 열렸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시카고 등 미국 주요 도시 곳곳에서 성소수자의 자긍심을 높이고 이들에 대해 알리기 위한 ‘프라이드 행진’이 열렸다. 무지개색 깃발과 장식들을 들고 거리를 가득 메운 참가자들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환호하며 이 날을 기념했다.

프라이드 행진은 1969년 6월 경찰이 뉴욕 맨해튼의 게이 바 스톤월인에 들이닥쳐 성소수자들을 마구 체포하자 성소수자 차별에 항의하기 위해 벌어진 ‘스톤월 항쟁’을 기념해 해마다 열리는 성소수자 인권 축제다.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매년 열리고 있다. 한국에서도 몇 년 전부터 6월 ‘프라이드 먼스’ 행사의 일환으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미국 최대 프라이드 행진으로 꼽히는 뉴욕 프라이드 행진에는 이날 주최측 추산 약 7만명이 동참했고, 약 200만 명의 사람들이 모여 이를 관람했다. 이번 행사는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서도 중계됐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프라이드 행진. AP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프라이드 행진. AP연합뉴스

평소 프라이드 행진은 스톤윌 항쟁을 기리며 축하하는 의미가 컸지만, 올해 행사는 성소수자 인권을 억압하는 움직임에 항의하고자 하는 의미도 컸다. 올해 행진은 특히 트랜스젠더 권리에 초점을 맞추는 행사들이 많았다.

최근 미국에서 성소수자 권리를 제한하는 법안들이 속속 도입되며 미국 내 LGBTQ들이 ‘비상사태’에 처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내 여론조사에서 LGBTQ를 지지한다는 응답률은 60~70%에 달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지만, 정치권에서는 보수층을 중심으로 성소수자의 인권을 제약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미국 20개주 의회가 미성년자 성별 재지정 수술을 금지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그 밖의 7개주도 비슷한 입법을 검토하고 있다. 휴먼라이츠캠페인(HRC)에 따르면 올해 이미 500개 이상의 반LGBTQ 법안이 도입됐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제한하는 법안이었다.

이날 뉴욕 프라이드 행진에 참가한 펜실베니아 출신 22세 트랜스젠더 여성은 “나는 정치적으로 크게 관여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정치가 우리 커뮤니티를 겨냥할 때는 매우 화가나고 상처를 받는다”고 밝혔다.

이날 행진에 참여한 또 다른 성소수자는 “나와 트랜스젠더 형제자매의 미래에 대해 두려운 마음”이라며 “이 나라가 기본적 인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두렵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프라이드 행진. AP연합뉴스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프라이드 행진. AP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애덤 쉬프 하원의원이 샌프란시스코 프라이드 행진에 참가해 무지개 깃발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애덤 쉬프 하원의원이 샌프란시스코 프라이드 행진에 참가해 무지개 깃발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 정치인들도 프라이드 행진에 동참하거나 지지를 표명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는 24일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프라이드 행진에서 “당신들은 소속되어 있고, 아름답고, 사랑받고 있다”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애덤 쉬프 하원의원 등도 25일 샌프란시스코 프라이드 행진에 참가해 카퍼레이드에 동참했다.

이날 시카고에서는 잠깐 동안 폭우가 내렸지만, 참가자들은 이에 개의치 않는 듯 행사를 진행했다. 브랜든 존슨 시카고 시장도 “비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며 프라이드 행진을 지지했다.

스타벅스 직원들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스타벅스 매장 밖에서 스타벅스 측과 프라이드 행진 장식 관련 갈등에 대한 집단행동의 일환으로 시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타벅스 직원들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스타벅스 매장 밖에서 스타벅스 측과 프라이드 행진 장식 관련 갈등에 대한 집단행동의 일환으로 시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반면 세계 최대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는 직원들이 성소수자 권리와 프라이드 행진을 지지하는 의미로 무지개 깃발과 장식을 매장에 달려 하자 이를 막거나 수거하면서 노조 측과 갈등을 빚었다.

이에 항의하여 미국 내 150여개의 스타벅스의 직원들은 파업을 벌였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25일 뉴욕 맨해튼의 한 스타벅스 매장 직원 12명은 가게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들은 행인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면서 파업의 의미를 설명했고, 일부 고객들 역시 이를 지지하는 의미로 매장 앞에서 발걸음을 돌렸다.

이에 대해 스타벅스 대변인은 “우리는 LGBTQ를 변함없이 지지한다”며 “이 문제에 대한 회사 정책에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스타벅스 매장이 장식을 금지하고 있다고 보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스타벅스는 2012년부터 성소수자 관련 수술 및 의학적 요법을 건강보험으로 보장해오는 등 LGBTQ 직원과 고객을 지원하는 기업이라는 명성을 쌓기 위해 노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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