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법은 연금+노인 일자리” “세대론 틀에 묻혀 연금 사각 방치”

김향미·민서영 기자

‘연금개혁’ 청·노년 좌담회

주수정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연구원

주수정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연구원

청년들 연금 가입 의견 엇갈려
세대 간 대결구도 조장은 문제
누가 더 낼 것인가 묻기보다
정부·부자 부담률 논의해야

지난달 27일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시산(시험계산) 결과가 공개된 이후 국민연금 개혁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8년 뒤인 2041년에는 ‘적자로 전환’하고 2055년에는 기금이 소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국민연금 개혁은 ‘어떻게든 반드시 해야 할 일’이 됐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국회와 정부 차원의 연금개혁 논의는 이미 지난해 시작됐다.

연금개혁을 두고 세대와 소득계층, 노동자 지위 등 자신이 속한 집단에 따라 견해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경향신문은 ‘국민연금 기금 고갈론’에서 주로 호명되는 청년세대, ‘심각한 노인빈곤율 문제’의 당사자인 노년세대의 이야기를 함께 듣고자 자리를 마련했다.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 대표, 주수정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선임정책연구원(가나다순·이하 직함 생략)이 지난 13일 경향신문사에서 의견을 나눴다. 문답 형식으로 좌담회 내용을 정리했다.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 대표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 대표

연금 얘기 나오면 청년에 미안
어른들 반감 주는 태도 바꿔야
미래 세대 향후 부담 줄이려면
보험료율 15%로는 가야 할 듯

- 각 세대에서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

주명룡 = “연금 수급자 세대로서 연금 얘기 나올 때마다 자식 세대에 미안해 마음이 편치는 않다.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점이 더 빨라진 상태에서 수급자 세대가 바라는 건 어떻게 하면 자식 세대 짐을 덜어주느냐이고, 결국 연금개혁이다.”

고현종 = “간담회를 해보니 80대인 어떤 분은 500만~600만원인가 보험료 내고 지금까지 4000만원 가까이 연금을 수령했다면서 ‘로또 맞았다’고 했다. 우리는 국민연금의 혜택을 체감한다. 어르신들도 국민연금 개혁 이야기 나오면 적절히 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제도가 어쨌든 개인연금보다는 낫고, 자녀 세대의 노후를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가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설 = “올해 서른인 저는 지금까지 국민연금 보험료를 11개월 납부했다. 프리랜서로 일한 기간이 많은데 지역가입자로서 보험료를 낼 생각조차 못했다. 청년세대 내 ‘연금 무용론’이 있다. 기금이 고갈되면 연금을 못 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 부모 세대는 적게 내고 많이 받았는데 우리는 왜 더 많이 내고 더 늦게 덜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 차라리 비트코인이나 내 선택에 의한 자산을 확보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 현재 청년세대 그다음 세대의 부담은 어떻게 할 것인지 지속 가능성에 관한 질문이 있다.”

주수정 = “청년들 사이에서도 투자 관점에서 보는 친구들은 지금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게 자신한테 유리하단 걸 안다. 근데 또 완전히 못 받는다 생각하고 폐지돼야 한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세대 내에서도 처한 상황에 따라 견해차가 있다. 경력단절이 길어서 수급권이 없는 분들이 있다. 저희 어머니도 아직 (최저 가입기간인) 10년을 못 채웠다. 또 ‘X세대’에 속한 자영업자 중에는 기다렸다가 기초연금을 받는 게 낫다는 말도 많이 한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

사회 계층 따라 이해관계 달라
연금 논의, 세대 구분은 무의미
프리랜서·특고 절반이 ‘사각’
정부가 사측 역할 해줄 순 없나

-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에서 국민연금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 논의가 있었다.

주명룡 = “기초연금을 현재 소득 하위 70%에 주는데 100%로, 모두에게 주면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효과가 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현 수준(42.5%, 2028년 40%)으로 두자. 그러면 우리 계산으로는 소득대체율 55%에 가까운 효과가 날 것이라고 본다. 미래세대 부담을 줄이려면 보험료율은 최소한 15%로는 가야 하지 않나.”

주수정 = “2085년에도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30%로 나온다고 한다. 소득대체율을 깎아서는 노인들이 품위 있는 삶을 살긴 어려울 것이고 따라서 낮추는 것엔 반대한다. 명목 소득대체율을 45~50%로 두고 크레디트 제도(특정 대상자들에게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는 제도)를 보완해야 급여가 적정액에 도달할 것이라고 본다. 보험료율을 15%까지 올리면 기금 고갈 시점은 늦춰지겠지만 요즘 같은 고물가 상황에서 서민들이 감당할 수 있을지, 현실성이 있을지 모르겠다.”

고현종 = “민간자문위에서 잘못한 게 단일안을 만들지 못한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난방비 폭탄’이란 말이 나오는 이런 상황에서 보험료율 15%로 상향을 어느 정당이 추진할 수 있겠나. 국회도 여야 합의로 하면 된다. 유권자들도 그걸로 표를 가르지는 않을 것 아닌가. 지금 소득대체율 45% 절충안이라도 합의해야 한다.”

김설 = “연금 기금 고갈 ‘공포’에 두 가지 수치로만 논의가 집중돼 안타깝다. 연금 재정은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 제도 수용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소득대체율을 올려야 한다는데 그것이 과연 재정안정안이 될 수 있나 싶다. 명목 소득대체율만 이야기했을 때 연금의 사각지대 논의는 사라진다. 지난 10년여간 프리랜서, 특수고용노동자가 크게 늘어서 700만명이나 된다. 그들 절반 이상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는다. 지역가입자는 보험료를 전액 부담하는데, 정부가 사측 역할을 해 보험료 부담을 덜어줄 수 없을까. 실질 소득대체율이 올라가는 걸 체감할 수 있는 논의가 돼야 한다.”

- 연금특위는 공적연금 구조개혁을 하겠다고 했다. 노후소득 보장성은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까.

주명룡 = “국민연금 수령액이 평균으로 따지면 월 60만원이 안 된다. 1950년대 이전에 태어난 윗세대들이 노년 빈곤을 끌고 간다. 연금으로는 부족하고 일자리가 필요하다. 우리는 ‘기초연금을 모두에게 주고 여기에 정부 재정이 아닌 민간주도형 일자리를 창출해서 일하려고 하는 사람은 최소 150만원의 소득을 보장하자’ 이런 제안을 정당이나 기업에 해왔다.”

김설 = “국민연금은 중위소득, 퇴직연금은 안정적 일자리로 상위 소득자에 해당한다. 공백인 하위 소득자의 최저소득을 두껍게 보장하는 형식으로 기초연금을 확대해야 한다.”

고현종 = “지금 정년은 60세이고, 연금은 1969년생부터는 65세부터 받는다. 민간 기업에선 50대만 되어도 은퇴한다. 정년과 연금 수령 시점을 맞춰야 한다. 돈이 없는데 수급 연령 늦추고 가입 기간 늘릴 수 없다. 정년연장은 필연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고, 폐지까지도 논의해야 한다.”

김설 = “은퇴 연령 늦춰지는 것과 관련해 청년들 사이에선 속된 말로 ‘꼰대들이 일 안 하면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란 말들도 있다. 갈등이 아니라 균형을 잡는 논의가 필요하다. 노년 세대는 일의 숙련도가 높아서 모든 세대와 공존하면서 활동하는 방식을 지역사회에서 논의해야 한다.”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

노년층 ‘연금 유지’ 강조 이유는
자녀 세대 노후에 이롭기 때문
정년연장은 피할 수 없는 미래
정년과 연금 수령 시기 맞춰야

- 세대 간 입장차가 있다.

주명룡 = “지금 선진사회는 다세대가 일하는 기업 문화가 있다. 직장에서 나이 든 세대가 방 하나 차지하고 있는 건 문제인데, 기업 문화가 바뀌고 있고 어른 세대는 임금을 적게 받으면서 보조 역할을 하게 된다. 몇 안 되는 어른 세대들이 지하철이나 음식점 등에서 청년들에게 반감 일으키는 모습 등은 바꿔야 한다.”

고현종 = “지금 국민연금, 지하철 무임승차, 건강보험료 적자가 다 노인 때문이다, 그래서 ‘노인들이 사회적 짐이다’라는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노인들이 그동안 자식들 열심히 키웠고 지금도 실제 은퇴연령이 72세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우리나라 복지 지출이 GDP(국내총생산) 대비 12% 수준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은 20% 정도다. 이번 연금개혁 논의는 우리 사회가 사회 보장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주수정 = “세대 간 대결구도를 강조하는 건 문제다. 누가 보험료를 더 낸다는 논의보다 정부가 내거나 부자한테 더 걷어서 내라고 말할 수 있다. 정년연장 관련해서도 ‘MZ세대는 싫어한다’, 혹은 ‘신입사원 덜 뽑나’ 이런 인식이 있는데 ‘일자리를 더 늘려달라’며 같은 목소리를 낼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갈등 요소가 있는 건 사실인 것 같다. 초기 가입자 쪽에서 ‘로또 맞았다’고 했는데 사회적 맥락상 어쩔 수 없었지만 이분들이 추가로 기여할 부분도 고민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

김설 = “연금 관련해서 현세대라는 건 지금 이 사회를 현재 구성하고 있는 모든 세대를 중심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대로 나눈다고 하더라도 내가 있는 사회적 지위, 계층에 따라 이해관계는 달라진다. 정치권이 이러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데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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