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울어진 역사인식 유감…일본은 아직 ‘정치력’을 발휘하지 않았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주미한국대사관과 한미경제연구소(KEI)가 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KEI에서 개최한 한미동맹 70주년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조셉 윤 국무부 전 대북특별대표, 조태용 주미대사, 그리고 전 주한 미국 대사를 지낸 토마스 허버드, 알렉산더 버시바우, 캐슬린 스티븐스, 해리 해리스 전 대사. 워싱턴/김유진 특파원

주미한국대사관과 한미경제연구소(KEI)가 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KEI에서 개최한 한미동맹 70주년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조셉 윤 국무부 전 대북특별대표, 조태용 주미대사, 그리고 전 주한 미국 대사를 지낸 토마스 허버드, 알렉산더 버시바우, 캐슬린 스티븐스, 해리 해리스 전 대사. 워싱턴/김유진 특파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정치력을 발휘했고, 그 덕분에 양국은 미래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 대사는 9일(현지시간)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KEI)에서 열린 한미동맹 70주년 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이 자리에 있던 다른 주한 미 대사들과 조태용 주미대사도 고개를 끄덕였다.

‘한·일 정상의 정치적 결단’에 주목하는 미국의 입장은 나흘 전 한국 정부가 강제동원(징용) 피해자 배상방안을 발표하자마자 나온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에도 담겼다. 그러나 이는 미국이 한·일 역사 문제에서 기울어진 시각을 갖고 있음을 재확인할 뿐이다.

지난한 한·일 협의 과정에서 일본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한국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요구한 일본의 ‘성의 있는 조치’는 아예 빠진 ‘반쪽짜리’ 해법을 발표했다.

어쨌든 윤 대통령은 피해자 입장 존중보다 한·일 관계 개선을 앞세우는 식의 정치적 결단을 했다. 그리고 이 결정은 이날 조 대사의 발언을 빌리자면 “한국과 일본에 관한 것만이 아닌, 미국과 한국의 관계에 관한 결정”이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미·일 공조 강화를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축으로 삼고 있는 미국 ‘변수’를 사실상 자인한 말이었다.

반면 기시다 총리는 그 어떤 정치적 위험도 감수하지 않았다. 기자회견이나 정상 간 통화도 아닌 국회 답변을 통해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고 한 게 전부다. 피해자들이 간절히 원한 사죄의 형식과 내용에 전혀 들어맞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방일 초청도 한국 측의 ‘제3자 변제 방안’ 발표 이후에야 이뤄졌으니 갈등 해결 노력과는 큰 관련이 없다.

미국은 그간 밝힌 대로 역사화해를 중시하고 한·미·일 협력의 토대를 굳건히 하고자 한다면 지금이라도 일본에 적절한 조치를 주문해야 한다. 조 대사는 “윤 대통령은 (강제동원) 문제를 정치적 관점이 아닌 전략적 관점, 더 넓은 미래 지향적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했다”고 강조했지만, 일본의 전향적 태도 없이는 문제 해결도, 한·일 관계의 미래도 불완전하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조 대사가 이제는 일본이 사죄와 피고 기업의 기금 기여라는 ‘정치적 결단’을 발휘해야 할 차례임을 미국에 일러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기자메모] 미국의 기울어진 역사인식 유감…일본은 아직 ‘정치력’을 발휘하지 않았다

Today`s HOT
폭풍우가 휩쓸고 간 휴스턴 개혁법안 놓고 몸싸움하는 대만 의원들 영국 찰스 3세의 붉은 초상화 총통 취임식 앞두고 국기 게양한 대만 공군
조지아, 외국대리인법 반대 시위 연막탄 들고 시위하는 파리 소방관 노조
총격 받은 슬로바키아 총리 2024 올림픽 스케이트보드 예선전
광주, 울산 상대로 2-1 승리 미국 해군사관학교 팀워크! 헌던 탑 오르기 미국 UC 어바인 캠퍼스 반전 시위 이라크 밀 수확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