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 뒤늦은 사고방지 대책...불매운동 잠재울 수 있을까

정유미 기자

전문가들 “아직은 모호한 안전대책, 인간존중·직원 배려가 먼저”

“2~3명 할 일을 1명한테 몰아주는 게 SPC 공장 산재 발생 원인”

허영인 SPC그룹 회장(왼쪽)이 21일 서울 강남구 SPC 본사에서 계열사 에스피엘(SPL)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20대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해 고개 숙여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허영인 SPC그룹 회장(왼쪽)이 21일 서울 강남구 SPC 본사에서 계열사 에스피엘(SPL)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20대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해 고개 숙여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SPC그룹이 지난 15일 경기 평택의 에스피엘(SPL) 제빵공장에서 일어난 20대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후속조치로 재발방지 대책을 21일 내놨다. 다만 시설확충과 설비 자동화, 전담인력 확충 등을 통해 안전관리가 제대로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따른다.

황재복 SPC 사장은 이날 허영인 그룹 회장의 대국민 사과에 이어 재발방지와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3년간 총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황 사장은 “고용노동부 인증을 받은 복수의 전문기관을 통해 전 사업장에 대한 ‘산업안전보건진단’을 금일부터 즉각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진단 결과를 반영해 안전 관련 설비를 즉시 도입하는 등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종합적인 안전관리 개선책을 수립해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안전시설 확충과 설비 자동화 등을 위해 700억원, 직원들의 작업환경 개선과 안전문화 형성을 위해 2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설명했다. SPL의 경우 영업이익의 50% 수준인 100억원을 산업안전 개선에 투자한다.

황 사장은 또 “사외 전문가와 현장직원이 참여하는 ‘안전경영위원회’를 구성,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독립된 활동을 보장하고 안전보건조치 실행 및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안전보건 전담 인력을 확충하고 관련 조직도 확대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SPC 측이 내놓은 대책이 아직은 구체성이 부족한 데다 직원들을 우선 존중하는 방안이 잘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 정성한 변호사는 “안전 관련 설비투자 항목 및 투자금을 세분화함으로써 안전관리 개선이 실질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안전관리 인력의 역할과 책임 등도 명확히 하고 확대 개편할 조직 역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안전진단 대책을 발표하기에 앞서 직원들의 애로사항이나 어려움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됐어야 했다”며 “직원들의 고충을 즉각 처리하고 인사 불이익이 없도록 하는 등 인간존중의 마음을 담아야 사측이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도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 등의 게시판에는 사측에 대한 비판 글이 쏟아졌다. “SPC에서 일하면 앉아 있을 곳도 전혀 없고 밀가루 포대를 계속 옮기다가 몸이 박살난다” “2~3명이 할 일을 1명한테 몰아주는 게 SPC 공장의 산재 발생 원인인데 기계에 안전장비 좀 단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님”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재발방지책 전문]

SPL에서 발생한 안전 사고와 관련해 고인과 유가족 분들께 거듭 사죄의 말씀 드립니다.

저희 회사는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사고 방지 대책 및 안전관리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에 대한 후속 대책으로 전사적인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향후 3년간 총 1,000억원을 투자하고, 다음과 같은 세부 활동을 진행하겠습니다.

첫째, 전사적인 안전진단을 시행하겠습니다.

SPL 외 그룹 전 사업장에 대해서 한국안전기술협회, 대한산업안전협회 등 고용노동부로부터 지정 받은 외부 안전진단 전문기관을 통해 ‘산업안전보건진단’을 즉각 실시하겠습니다.

진단 결과를 적극 반영해 안전 관련 설비를 즉시 도입하는 등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종합적인 안전관리 개선책을 수립해 실행하겠습니다.

안전시설 확충 및 설비 자동화 등을 위해 700억원, 직원들의 작업환경 개선 및 안전문화 형성을 위해 200억원을 투입하는 등 시설, 설비, 작업환경의 안전성을 강화하겠습니다.

특히 SPL은 영업이익의 50% 수준에 해당되는 100억원을 산업안전 개선을 위해 집중 투자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안전관리를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둘째, 전사적으로 ‘안전경영위원회’를 설치해 안전관리를 강화하겠습니다.

전문성을 갖춘 사외 인사와 현장직원이 참여하는 안전경영위원회를 구성해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독립된 활동을 보장하고, 안전보건조치 실행 및 관리감독을 강화하겠습니다.

셋째, 안전관리 인력과 역량을 강화하겠습니다.

전사적으로 산업안전보건 전담 인력을 확충하고 관련 조직을 확대 개편해 산업안전보건, 시설안전, 환경안전 등 안전관리 역량을 강화하겠습니다.

넷째, 직원들을 위한 근무환경을 적극 개선하겠습니다.

노동조합과 긴밀하게 소통해 직원들의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육체적•정신적 건강 관리 지원 등을 통해 직원들이 좀더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우선적으로 이번 사고와 관련해 현장 직원들의 심리적 회복과 일상 복귀를 돕기 위해 상담 치유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게 생각하며, 안전진단을 토대로 안전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고 철저히 관리해 안전경영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 드립니다.

SPC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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