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신냉전…한국 선택은

이정호 산업부 차장

하늘을 올려다보면 손에 잡힐 듯 가깝지만, 달로 향하는 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지난 3일(현지시간) 인간을 달에 보내는 기술을 시험하기 위해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케네디우주센터를 떠날 예정이던 ‘아르테미스 1호’ 발사가 전격적으로 미뤄졌다. 지난달 29일에 이은 두 번째 연기였다. ‘우주 발사 시스템(SLS)’ 동체에서 연료인 ‘액체수소’가 새는 문제가 반복되면서 달나라행이 최소 몇 주간 보류된 것이다.

이정호 산업부 차장

이정호 산업부 차장

이처럼 난관이 있지만, 1972년 아폴로 17호 발사 이후 처음으로 달에 사람을 다시 보내겠다는 ‘아르테미스 계획’의 목표는 건재하다. 아르테미스 계획의 출발선인 아르테미스 1호는 마네킹을 싣고 달 주변을 돌다 오지만, 2024년 발사될 아르테미스 2호에는 사람이 타고 달 근처에 접근했다가 귀환한다. 2025년 아르테미스 3호는 사람을 태운 채 달 표면에 착륙까지 한다.

그다음 목표는 달에 인간이 항상 머무는 기지를 짓는 것이다. 이르면 십수년 안에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 주된 목적은 자원 개발이다. 달에는 핵융합 발전의 연료인 헬륨3는 물론 마그네슘과 실리콘, 희토류 등 온갖 광물이 풍부하다.

문제는 달에 진출한 국가들끼리 자원을 두고 무한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있지만, 이를 제어할 ‘규칙’이 없다는 점이다. 달은 국제법적으로 누구도 소유할 수 없지만, 현실적으로 각국이 월면 여기저기에서 실질적인 지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특정 국가가 월면에 깃발을 꽂고 “여긴 내 구역이고, 여기서 나오는 자원도 내 것이다”라고 선언할 공산이 크다는 뜻이다.

실제로 아르테미스 계획에는 다른 경쟁국이나 기업에 방해받지 않고 회원국이 활동할 ‘안전지대’를 설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안전지대의 인정을 두고 아르테미스 회원국과 비회원국 간에 분란이 일어날 소지가 크다.

아르테미스 계획을 둘러싼 긴장은 지구의 국제정치 환경이 달로 옮겨가면서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아르테미스 계획에는 미국을 포함해 한국과 일본, 영국, 캐나다, 이탈리아, 뉴질랜드 등 21개국이 이름을 올렸다. 미국이 주도하는 우방국 간 국제연대가 우주로 확장된 성격이다.

대척점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있다. 이들은 아르테미스 계획에 달을 차지하려는 미국의 의중이 녹아 있다고 본다. 이에 맞선 중·러는 달 기지 건설 계획을 공동 추진하고 있다.

최근 우주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러한 신냉전적인 달 개척 흐름을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 이런 환경에서 주목되는 건 한국이 해야 할 선택이다. 한국은 미국이 이끄는 아르테미스 계획에 참여하긴 했지만, 한반도 주변 국제정치 환경은 복잡하기 때문이다.

달에서 자원이나 활동 구역을 두고 분쟁이 정말 벌어진다면 한국은 미국 등 전통적인 우방의 편에 전적으로 설지, 아니면 북한 문제와 경제협력에서 밀접한 연관성을 띠는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을 고려할지 선택해야 할 것이다. 실익과 대가도 저울질해야 한다. 현재 달 개척 속도를 봤을 때 그런 판단을 내려야 할 날은 생각보다 일찍 올 공산이 크다. 범국가적 숙고와 전략적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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