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읽음

'대장동 개발 사업 의혹' 키맨 유동규 구속···"도주·증거인멸 우려"

2021.10.03 21:21 입력 2021.10.03 22:30 수정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3일 구속됐다.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첫 구속 사례이다. 유 전 본부장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경기지사의 관여 여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법 이동희 당직 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유 전 본부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전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적용해 유 전 본부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유 전 본부장의 변호를 맡은 김국일 변호사는 심문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개발 이익 700억원을 받기로 약정했다는 의혹에 대해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와 대화하며 농담처럼 이야기한 것이지 실제로 약속한 적도 없고 받은 적도 없다”며 “이런 농담이 녹취록에는 약속한 것처럼 되어 있었고 범죄사실에도 포함돼 있길래 소명했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이 압수수색 당시 휴대전화를 창 밖으로 던진 것과 관련해서는 “2주 전에 교체한 휴대전화를 던진 것”이라며 “전에 쓰던 휴대전화는 제출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 측이 예전 휴대전화를 판매업자에게 맡겼다고 주장하면서 업자가 누군지는 알려주지 않고 있다는 검찰 주장과 다르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의 민관합동 개발계획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로, 화천대유 등이 포함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민간사업자로 선정될 당시 공사의 사장 직무대리를 맡았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성남의뜰’ 지분 50%를 갖고도 1830억원의 배당을 받는 데 그쳤다. 반면 지분 7%를 가진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는 3년간 4000억원이 넘는 배당을 챙겼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시행사인 민관 합작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 주주 협약서에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않아 결과적으로 민간 사업자에 천문학적 규모의 이익이 돌아가게 하고 성남시에 그만큼 손해를 입힌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대가로 화천대유 측에서 11억원을 받는 등 수익금을 나눠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 지사의 관여 여부도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사업자 선정이나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빠지게 된 과정, 또 수익 배분 구조를 짜는 과정에서 이 지사의 지시가 있었는지, 이 지사가 알고도 묵인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사업을 통해 민간업자들이 거둔 수천억원대 수익금의 사용처도 확인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설계자’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는 대주주인 김만배씨와 정 회계사, 유 전 본부장이 이익금 700억원의 배분 문제를 논의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 투자사업팀장을 지낸 정민용 변호사와 함께 설립한 유원홀딩스를 통해 이 자금을 받으려 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정 변호사를 소환해 수익분배 방안을 설계하면서 초과 이익 환수조항을 넣지 않은 이유와 유원홀딩스 설립 경위·목적 등을 조사했다. 유 전 본부장은 전날 “11억을 빌린 건 맞지만 사업자금과 이혼 위자료를 빌린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현금화한 자금의 흐름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지난해까지 473억원을 화천대유에서 빌려 이 중 상당수를 현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100억원을 대장동 분양대행업체 대표 A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으로 파악됐다.

정·관계 로비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에는 김만배씨와 정 회계사, 유 전 본부장 등이 정·관계 로비자금 350억원을 누가 부담할 지를 두고 언쟁을 벌인 내용이 담겨있다는 말이 나온다. 김씨는 “350억원 로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