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시위 멈추고 ‘삭발 투쟁’ 돌입한 전장연…“이준석 사과” 재차 요구

박하얀 기자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탑승장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진행한 장애인권리예산 및 관련법 개정 요구에 대한 인수위 답변 촉구 삭발 투쟁 결의식에서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이 삭발하고 있다./연합뉴스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탑승장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진행한 장애인권리예산 및 관련법 개정 요구에 대한 인수위 답변 촉구 삭발 투쟁 결의식에서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이 삭발하고 있다./연합뉴스

30일 오전 8시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사다리 한 칸에 머리를 집어넣고 쇠사슬로 온몸을 감았다. “권력자들이 조롱하고 왜곡하라고 외쳤던 게 아닙니다. 저희의 22년 외침은 장애인이 감옥같은 시설이 아닌, 비장애인과 함께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절규였습니다. 저희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다시 4월20일까지 (인수위의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이 회장이 마이크를 내려놓자 그의 수북한 머리카락을 바리캉이 남김없이 밀고 지나갔다. 삭발이 끝난 뒤 그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이날부터 다음달 20일까지 매일 한 사람씩 경복궁역에서 ‘삭발 투쟁’을 하기로 했다. 경복궁역에서 혜화역으로 이동해 30분 동안 ‘출근길 선전전’도 매일 벌이기로 했다.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중단하는 대신 택한 방식이다.

전장연은 단체의 시위를 비난하며 장애인 혐오 발언을 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공식 사과가 없으면 별도의 투쟁을 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사과 안 한다. 뭐에 대해 사과하라는 건지 명시적으로 요구하시라”며 이들의 요구를 거부했다.

이 대표는 최근 전장연의 출근길 시위가 3호선과 4호선에 집중된 것을 두고 ‘서민 주거지역’에 “불편을 주고자” 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3·4호선을 타는 이유는 경복궁역과 인수위가 3호선에 있고, 1999년 이규식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가 리프트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은 공간이 혜화역이기 때문”이라며 “이 대표의 기대에 맞춰 2호선도 타겠다. 이 대표가 공개 사과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2호선과 5호선 등 모든 노선을 골고루 탈 것”이라고 반박했다.

30일 오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장애인권리예산 및 관련법 개정 요구에 대한 인수위 답변 촉구 삭발 투쟁 결의식을 마친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이 서울 혜화역에서 선전전을 하기 위해 지하철로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30일 오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장애인권리예산 및 관련법 개정 요구에 대한 인수위 답변 촉구 삭발 투쟁 결의식을 마친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이 서울 혜화역에서 선전전을 하기 위해 지하철로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30일 오전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삭발을 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2023년도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장애인권리 민생 4대 법안 제·개정을 요구했다. 박하얀 기자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30일 오전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삭발을 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2023년도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장애인권리 민생 4대 법안 제·개정을 요구했다. 박하얀 기자

장애인의 기본적인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단체의 시위를 정파적으로 몰아세운 데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 대표는 전장연 시위를 두고 “문재인 정부하의 박원순 시정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위해 했던 약속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오세훈 시장이 들어선 뒤에 지속적으로 시위를 하는 것은 의아한 부분”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 대표는 “처음에는 당과 정파적 문제로 가르기 시작했다. 객관적 사실도 무시했다”며 “전장연은 장애인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는 조직으로서의 존재감이 있다”고 했다. 장애인권단체들은 이명박 서울시장 때부터 현재까지 20여년 넘게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지하철 시위를 해왔다.

전날 전장연은 대통령직인수위위원회 사회복지문화분과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김도식 인수위원 등과 면담해 22일 전달했던 요구안을 재차 설명했다. 인수위는 단체에 출근길 시위 중단을 요청했고, 전장연은 이준석 대표의 공식 사과와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 및 관련 법안 제·개정에 대한 책임 있는 답변을 ‘장애인의 날’인 다음달 20일까지 해달라며 시위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전장연은 이날 기준 혜화역 출근길 선전전을 79일째 하고 있으며, 전날까지 지하철 탑승 시위를 26차례 이어왔다. ▶관련 기사: 인터랙티브 기사 <두 바퀴엔 절벽 같은 '28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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