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유·친환경 미래 먹거리 찾아나서는 정유업계, ‘탈석유’ 잰걸음

노정연 기자
현대오일뱅크는 2030년까지 친환경미래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을 7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현대오일뱅크 제공

현대오일뱅크는 2030년까지 친환경미래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을 7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현대오일뱅크 제공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적자 쇼크’에 빠졌던 국내 정유업계가 올해 상반기 반등에 성공하면서 배터리, 수소 등 신사업 발굴을 통한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고 있다. 탄소중립을 향한 ‘탈석유’ 시대가 다가오는 만큼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한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15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빅4’로 불리는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상반기에 총 3조899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에쓰오일이 1조200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GS칼텍스와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가 각각 1조118억원, 1조90억원, 6785억원의 영업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 5조원이 넘는 적자로 최악의 한 해를 보냈던 정유업계는 올해 2분기 연속 실적 회복세를 보이며 흑자 전환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요 급감으로 직격탄을 맞은 후 사업 다각화를 진행했고 국제유가가 점차적으로 오르며 실적개선으로 이어졌다. 특히 본업인 정유보다 윤활유, 석유화학 등 비정유 부문이 실적을 끌어올렸다.

한숨을 돌린 정유업체들은 배터리 소재 개발, 친환경 사업 진출, 신사업 투자 등 다양한 미래전략을 제시하며 변신을 꾀하고 있다. 향후 탄소중립에 따른 수요 감소와 국제유가 하락 등에 대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사업의 중심 축을 ‘탄소’에서 ‘그린(친환경)’으로 전환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40여년간 본업이었던 정유 사업을 줄이고 친환경 사업 중심으로 회사의 정체성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일찌감치 차세대 먹거리로 배터리사업을 낙점하고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 SK루브리컨츠, SK종합화학 등 비친환경 부문의 자산까지 매각하면서 배터리와 폐플라스틱 재활용 등 친환경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지난달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에서 탄소 사업에서 그린 중심 사업으로 회사의 정체성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파이낸셜 스토리’를 발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지난달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에서 탄소 사업에서 그린 중심 사업으로 회사의 정체성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파이낸셜 스토리’를 발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현대오일뱅크는 현재 85%인 정유 사업 매출 비중을 2030년까지 40%대로 줄이고, 친환경 사업의 영업이익 비중을 70%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비전2030’을 내놨다. 최근엔 석유제품 탱크 임대 사업인 현대오일터미널 지분의 90%를 사모펀드에 매각하며 친환경 사업 투자를 위한 실탄을 마련했다. 현대오일뱅크는 2025년까지 블루수소(생산 과정 중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청정 수소) 10만t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세계 최대 수소 생산업체인 미국 에어프로덕츠와 사업 협력을 맺는 등 국내외 에너지·발전 기업들과의 공조도 추진 중이다.

에쓰오일은 지난 3월 연료전지 기반의 청정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FCI의 지분 20%를 취득하며 수소 사업 진입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FCI는 2027년까지 최대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해 100㎿ 이상 규모의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그린수소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GS칼텍스는 친환경 생산시설 강화와 함께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해부터 여수공장 생산시설 가동용 연료인 저유황중유(LSFO)를 전량 액화천연가스(LNG)로 변경했다. LNG는 동일한 열량에도 LSFO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 GS칼텍스는 ‘카카오T’ 운영사인 카카오모빌리티에 3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하는 등 자사가 보유한 주유소 인프라와 미래 모빌리티를 연계하는 사업도 구상 중이다.

정유업체들의 이 같은 체질 개선은 화석연료 중심의 사업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탄소중립 기조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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