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믿어달라면서…한국과 공동조사에는 ‘난색’

이정호 기자

환경단체 “국제해양재판소에 ‘방류 금지’ 잠정조치 신청해야…정부는 1년째 저울질만”

지난해 11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주변에 정박한 어선들. 그린피스 제공

지난해 11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주변에 정박한 어선들. 그린피스 제공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흘러나오는 방사성 오염수를 정화하고 희석하면 안전하다는 주장을 다시 내놨다. 그러면서도 오염수와 관련한 한국 등 주변국과의 공동 조사에는 난색을 표시했다. 방사성 오염수 저장탱크가 꽉 차는 시점이 이르면 내년 여름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오염수의 바다 방류를 둘러싼 국제적인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주한일본대사관은 22일 한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명회를 열고, 후쿠시마 원전에서 흘러 나오는 방사성 오염수 처리 방안을 공개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경제산업성 관계자는 “후쿠시마 원전 주변에 설치된 오염수 저장탱크가 1000기를 넘었다”며 “망가진 원전을 안전하게 없애는 ‘폐로’를 진행하려면 일정한 면적의 부지가 확보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장탱크로 주변 부지가 계속 채워지고 있어 폐로 계획을 실행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이르면 내년 여름에 오염수 저장탱크 용량은 꽉 찬다. 이 때문에 지난해 4월,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에 설치된 방사성 물질 정화장치, 즉 ‘ALPS’를 거친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한다는 방침을 공표했다.

이날 설명회에서 일본 정부는 ALPS를 통해 오염수를 적극적으로 정화하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LPS는 62개 핵종을 거른다. ALPS로 정화되지 않는 방사성 물질, 즉 삼중수소는 다량의 물로 희석시켜 바다에 방류할 것이라고 일본 정부는 밝혔다.

경제산업성 관계자는 “바다에 방류하는 물에 섞인 삼중수소 농도를 1ℓ당 1500Bq(베크렐) 미만으로 유지할 것”이라며 “이는 규제 기준의 40분의 1”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단 문제는 ALPS의 정화 능력을 믿을 수 있느냐다. 현재 탱크에 저장된 오염수의 약 70%는 방사능 기준치를 넘어서 있다. ALPS를 거쳤는데도 이런 문제가 생긴 상태다. 일본 정부는 이 오염수를 ALPS에 넣어 다시 돌린 뒤 바다에 내보내겠다는 계획이다. 이른바 ‘재정화’이다.

한병섭 한국원자력안전방재연구소 이사는 “원래 일본 정부는 ALPS의 성능이 완전 정화에 가까울 정도라고 얘기했었다”며 “재정화하겠다는 건 ALPS의 성능에 대한 의구심을 인정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기준치에 맞지 않는 오염수는 바다에 버리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재정화 용량과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어떻게 할지에 대해선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방사성 오염수 처리 문제가 오롯이 일본 정부의 손에 맡겨져 있다는 점이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고는 하지만, 정보는 일본 정부에 의해 독점돼 있다. 바다 방류가 현실화한다면 한국 등 주변국에 피해 가능성이 생기는데 이를 방류 이전에 또는 이후에 함께 검증할 시스템은 없다. 다른 나라의 검증 참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통해서 해야 한다는 게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이날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관련국에 대해선 외교단에 설명회를 주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며 “개별적인 국가에서 들어오는 질의에도 진정성 있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마리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막으려면 국제법적 대응, 즉 국제해양재판소에 ‘잠정조치’를 신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잠정조치란 가처분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이 요청에 받아들여지면 바다 방류에 브레이크가 걸린다. 장 캠페이너는 “한국 정부가 국제법 대응을 고민한다고 밝힌 지 1년이 넘었다”며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를 앞에 놓고 저울질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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