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석방 없는 종신형’ 법안 국회 제출…인권단체 “위헌적”

이혜리 기자

법무부 “흉악범에 실효적”

시민단체 “인간 존엄 침해”

흉악범죄자에게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안이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곧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을 신설하고, 법원이 범죄자에게 무기형을 선고할 때 가석방 허용 여부를 함께 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형법 개정안이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현행 형법에서는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형을 선고받은 경우 20년이 지나면 가석방 대상이 될 수 있다. 법무부는 “흉악범이 상응하는 죗값을 치르고 사회로부터 격리될 수 있는 실효적인 제도”라며 “(법이 개정되면) 무기형을 선고할 수 있었던 사건 중에서 엄한 처벌이 필요한 경우 (법원이)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선고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이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는 상황에서 흉악범죄자에 대한 형 집행 공백을 줄여야 한다는 게 법무부 주장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선고받은 수형자가 평생 사회로부터 격리된 채로 구금되기 때문에 신체의 자유를 다시 향유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박탈당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는 위헌적 제도라고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비판하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천주교인권위원회 등 9개 시민단체는 지난 8월 공동논평을 내고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헌법에 반하고 형사정책적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제도”라며 개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중범죄를 예방한다는 명확한 근거도 없다. 오히려 엄벌을 부과하더라도 중범죄가 감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여러 통계에서 확인된다”며 “이러한 엄벌주의적이고 대중영합적인 처벌 중심의 법정책은 ‘불특정 대상 범죄’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1978년 가석방 없는 종신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고, 유럽인권재판소가 2013년 어떠한 감형 가능성도 없는 종신형은 유럽인권협약 위배라고 판단한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은 지난 10일 성명을 내고 “절대적 종신형(가석방 없는 무기형)의 도입은 사형제 폐지와 함께 논의돼야 한다”면서 사형제를 폐지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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