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 핵물리학자 “일본이 공개한 후쿠시마 오염수 데이터는 내적 모순 투성이”

강한들 기자
미국 미들베리국제대학원 겸임교수이자, PIF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과학자 자문단 위원인 페렝 달노키 베레스 교수가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사진 크게보기

미국 미들베리국제대학원 겸임교수이자, PIF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과학자 자문단 위원인 페렝 달노키 베레스 교수가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지난 13일 일본 정부는 “올봄 또는 여름에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 이하 알프스)로 정화한 후에 해저 터널을 이용해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1㎞ 떨어진 바다에 방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일본은 2021년 4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기는 오염수 저장탱크가 가득 차는 때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의 주변국들은 과학적으로 ‘안전’이 담보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당장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호주, 뉴질랜드, 투발루 등 18개국이 소속된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은 2021년 일본 도쿄전력으로부터 받은 보고서를 면밀하게 보기 위해 독립된 과학자 자문단을 만들었다. 이 보고서에는 후쿠시마 원전 내 수조에 보관된 오염수에 대한 데이터가 들어있다.

자문단의 일원인 페렝 달노키 베레스 미국 미들베리국제대학원 겸임교수가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 그린피스 서울 사무소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났다. 페렝 교수는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주로 연구하고 있는 원전 전문가이기도 하다. 페렝 교수는 “도쿄전력이 공개한 후쿠시마 오염수 수조 데이터는 주요 데이터가 빠져 있고, 내적 모순이 있는 편향된 정보”였다며 “과학적으로 합당한 근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미들베리국제대학원 겸임교수이자, PIF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과학자 자문단 위원인 페렝 달노키 베레스 교수가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미국 미들베리국제대학원 겸임교수이자, PIF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과학자 자문단 위원인 페렝 달노키 베레스 교수가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페렝 교수는 우선 ‘방류’라는 용어 사용부터 지적했다. 도쿄 전력은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기존의 ‘방류’와 다르다는 것이다. 페렝 교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정의하는 ‘방류’는 발전소가 정상 가동할 때 발생하는 방사성 오염물질의 방출을 지칭한다”며 “후쿠시마 원자로는 사고가 발생한 지 12년이 지났지만 정상 가동을 하고 있지 않다. 사고는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도쿄 전력이 방사능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추출하고, PIF에 공개한 표본 데이터는 “불완전하고, 부적합하며, 일관성이 없다”고 봤다. 도쿄 전력은 2021년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수의 해양 방류에 관한 방사능 영향평가보고서’에서 알프스로 정화를 마친 ‘처리수’를 평가할 때 64개의 방사성 핵종을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하지만 PIF에 공유된 데이터에는 64가지 방사성 핵종 중 9종만 표본으로 측정한 게 대부분이었다. 반감기가 같은 방사성 물질인 스트론튬-90과 세슘-137의 비율이 최대 1만6000배까지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었다. 페렝 교수는 “두 물질은 반감기가 같아 보통의 경우 비율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며 “도쿄 전력이 제공한 데이터는 상당히 이상한 수치가 많고,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또 “방사성 폐기물을 해양에 투기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방법이 아니다”라며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페렝 교수는 내진 수조를 만들어서 오염수를 60년 이상 보관하는 방법, 방사성 폐기물을 정화하는 굴을 사용해서 생물학적으로 정화하는 방법, 오염수를 콘크리트를 만드는 데 사용해 인간 접촉을 피하는 방법 등 ‘타국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여러 가지 방법을 일본 정부에 제안했다. 페렝 교수는 “이런 대안은 2016년부터 PIF가 제안했던 것”이라며 “일본이 선택한 것은 가장 저렴한 ‘해양 방류’ 옵션이었다”고 말했다.

오염수가 바다로 배출되면 당장 어업이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페렝 교수는 “어류 섭취의 안전성을 논하기 전에 방사능에 노출된 어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감과 두려움이 커질 것”이라며 “지난해 중국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됐을 때 어업계의 피해가 2조180억 달러라는 연구가 나온 적 있다”고 말했다. 또 “일본은 ‘식수 기준’에 맞춰서 후쿠시마 오염수 속 삼중수소를 처리하겠다고 하지만, 해양생태계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페렝 교수는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페렝 교수는 “(오염수와 관련한) 데이터에 많은 사람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한국 정부는 도쿄전력이 공유하지 않는 데이터에 의문을 품고 더 많은 정보를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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