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예산에서 수신료 비중 45%, 분리 징수하면 ‘공영방송’ 기능 위축될 수도

김기범 기자
6일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의 모습. 조태형 기자

6일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의 모습. 조태형 기자

대통령실이 지난 5일 한국방송(KBS) 수신료의 분리 징수를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권고하면서 KBS의 공영방송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신료 분리 징수는 곧 재정 악화로 이어지고 KBS가 공영방송 기능을 축소할 것이란 우려다. 수신료 수입은 현재 KBS 전체 예산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KBS 내부 자료 등을 보면 KBS는 수신료 분리 징수가 현실화하면 수신료 수입이 약 69.1%(약 4338억 원) 감소할 것으로 본다. 여기에 수신료 징수 비용도 더 들 수 밖에 없다. KBS는 분리징수 시 관련 비용이 지난해(약 660억원)와 비교해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하리라 예상한다. 이를 종합하면 KBS 연간 예산(1조4000억~1조5000억원가량)의 30% 정도가 줄어드는 셈이다.

예산이 줄면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낮은 시사교양 프로그램, 클래식 라디오방송, 장애인 방송 등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수신료 2500원 중 70원을 배분받는 교육방송(EBS)도 영향을 받는다.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지난달 3일 한국언론정보학회와 KBS 공영미디어연구소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연 ‘수신료 분리징수 긴급 특별 세미나’에서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면 수신료 수입이 절반 또는 그 이하로 감소하면서 공영방송의 정체성은 물론 과거부터 이어진 공영방송 제도의 근간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현행 수신료 징수 제도의 개선을 위해서는 공신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국민제안 홈페이지의 온라인 설문 결과를 근거로 분리 징수를 추진할 것이 아니라 수신료 제도 자체에 대한 사회적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수신료의 성격과 범위를 다시 규정하기 위해서는 수신료를 객관적으로 산출하고, 어떻게 집행했는지 검증하는 등의 역할을 맡을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토대로 공영방송의 역할과 정체성 등에 관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심석태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6일 기자와 통화에서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정권에 따라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도록 개선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제대로 된 개선이 이뤄지려면 수신료뿐 아니라 지배구조 등 더 차분하고, 폭넓은 논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처럼 정치적인 느낌을 주는 방식의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은 KBS에는 물론 정권에도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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