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장 같았다”···SNS 영상으로 드러난 이·팔 ‘참혹한 현장’

최서은 기자

전쟁 이틀째 양측 사망자 1000명 넘고

어린이, 여성, 노인 등 인질로 붙잡혀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파괴된 건물에서 인양 가능한 물품들을 회수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파괴된 건물에서 인양 가능한 물품들을 회수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촉발된 전쟁이 9일(현지시간) 이틀째로 접어든 가운데 양측 사망자가 1000명을 넘어서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보건당국은 8일 밤 하마스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가 700명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스라엘 남부 레임 키부츠 음악 축제 행사장 주변에선 260구의 시신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또 이스라엘군은 자국민 상당수가 인질로 잡혔다고 밝혔다. 인질 중에는 군인 이외에 여성, 어린이, 노인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보건부도 8일 밤까지 집계된 사망자가 413명이라고 밝혔다. 이 중에는 아동·청소년 78명과 여성 41명 포함됐다. 양측 발표를 종합하면 총 사망자는 1100명이 넘는다. 부상자 또한 이스라엘에서 2100명, 가자지구에서 2300명이 보고됐다.

유엔에 따르면 현재까지 가자지구에서 12만 명이 넘는 피란민이 발생했다. 유엔 난민구호기구는 “225명 이상의 피란민을 수용한 학교가 여러 차례 직접 공격을 당했다”며 “대피소를 포함한 학교와 민간시설은 절대로 공격받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번 전쟁으로 인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뿐 아니라 외국인 희생자도 다수 발생했다. 이들 지역에 머물던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여럿이 사망하거나 실종됐고, 상당수는 인질로도 붙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아르헨티나, 프랑스, 브라질, 멕시코, 영국, 우크라이나, 네팔 등의 외무부가 자국민 피해 소식을 전했다. 미국 국무부는 자국민 인질이 붙잡혔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으로 숨진 시민들의 시체가 거리에 놓여져 있다. A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으로 숨진 시민들의 시체가 거리에 놓여져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7일 공습을 시작한 하마스는 거리에서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고, 가정집이나 공공건물에 들어가 아이들과 부모들을 인질로 붙잡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당시 무장 괴한들이 시민들을 납치하거나 음악 축제 관중들이 총격을 피해 혼비백산하며 달아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퍼지고 있다.

목격자들의 증언과 SNS에 게재된 영상을 통해 돌아본 분쟁 현장의 모습은 참혹 그 자체다. 당시 현장 모습이 담긴 영상에는 바닥에 방치된 시신들을 비롯해 무장 괴한에 끌려가는 시민들, 총격으로 부서진 차량 등의 모습이 담겼고, 겁먹은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터져나왔다. 또 다른 영상에는 한 젊은 여성이 오토바이를 탄 하마스 남성 2명에게 끌려가면서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하마스 대원에 납치된 이스라엘인들이 가자지구 시가지에서 알몸으로 강제 행진을 하고, 이들을 향해 사람들이 침을 뱉는 등 잔혹한 장면이 담긴 영상도 올라오고 있다.

생존자들은 가족과 친구가 눈앞에서 죽는 모습을 목격하며 큰 충격과 공포에 빠진 상태다.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마을의 거리는 현재 텅 비었고, 병원에서 치료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나 실종자를 찾는 사람들만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족과 친척을 잃은 사람들은 실종자들을 찾아달라고 절규하거나, 기다리다 못해 직접 SNS를 통해 실종자의 사진을 공유하고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시도하고 있다.

하마스 대원의 공격 당시 현장에 있던 한 여성은 CNN에 “너무 무서웠다. 마치 사격장에 있는 것 같았다다”고 전했다.

생존자들은 아무도 자신들을 구하러 오지 않았다며 무력감과 절망감을 표했다. 당일 가자지구 인근에서 댄스파티를 한 30대 남성은 “토요일 아침 로켓 발사가 시작됐다. 모두 공포에 질려 집에 가기 위해 거리로 달려 나오기 시작했다”며 “정말 충격적이었다. 사람들이 살해됐고, 차들은 사고가 났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경찰에 전화했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면서 “한 시간 반 동안 우리는 무력하게 전투 한가운데 있었다. 마침내 몇 명의 사람들과 차를 타고 교차로까지 갈 수 있었지만, 거기에서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나를 향해 총을 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역시 “경찰, 군대, 누구도 우리에게 정보를 제공하지 못했다”며 “모든 기술, 우리가 안전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해왔던 모든 일, 그것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피해가 컸던 이스라엘 남부 아슈켈론에선 한 병원에 400명이 넘는 환자가 몰려 아비규환인 상태다. 병원 관계자는 BBC에 “나는 경험이 많은 의사이지만, 내 생에 이런 일은 처음 본다”고 전했다.

분노한 시민들은 가자지구에 대한 강력한 군사 보복을 요구하기도 했다. 음악 축제에 갔다가 실종된 동생을 찾고 있던 한 남성은 “이런 일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는 이번에 완전히 가자지구를 부숴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 의료진이 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에서 열린 장례식에 앞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어린이들의 시신을 병원 영안실에 안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의료진이 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에서 열린 장례식에 앞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사망한 어린이들의 시신을 병원 영안실에 안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의 보복으로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보복이 시작되자 가자지구 주거지역에 폭탄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고층 건물들도 무너져내렸다. 가족을 모두 잃은 남성이 흐느끼는 영상도 올라오고 있다.

공습으로 전력 공급도 중단됐다. 중동 매체 미들이스트아이(MEE)에 따르면 가자지구 병원에는 치료를 받으려는 환자들로 넘쳐나고 있는 상황인데, 신생아나 투석환자, 수술을 받은 중환자들의 치료가 올스톱될 위기에 처했다.

가자지구에 살던 한 팔레스타인은 알자지라에 “앞으로 무슨 일이 더 일어날지 모르겠다”며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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