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바로 실행 가능한 ‘국회 세종 이전’

조판기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국가의 균형발전 정책을 둘러싸고 다양한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이 중에는 청와대와 국회, 잔여 행정부처를 세종시로 이전해 행정수도를 완성하자는 안부터 국회 세종의사당(분원)만 설치하자는 안까지 나오는 중이다. 만시지탄이나 노무현 정부 이후 국가 균형발전에 대한 중앙정부와 정치권의 무관심을 생각하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조판기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판기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국가 균형발전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것은 과거 시행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포함한 혁신도시 정책, 중앙정부 기관의 이전으로 형성된 행정중심복합도시 정책의 효과가 이미 다한 시점에서 수도권 인구가 지난해 말 50%를 넘었다는 사실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도권의 인구는 전국 인구의 50.17%, 지역내총생산(GRDP)은 51.82%를 차지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국가 균형발전 정책은 논쟁도 많았으나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이 8년 정도 늦춰졌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당시 시행된 정책의 효과가 다하면서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정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은 행정수도 완성, 공공기관 지방 이전,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 수도권에 있는 대학의 지방 이전, 기업의 지방 이전 등이다.

행정수도 완성은 이상적이기는 하나 헌법 개정이나 국민투표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지난한 정치적 과정을 거쳐야 하며 최종 결정까지는 시간도 많이 걸릴 것이다. 수도권 소재 대학의 지방 이전은 대학 구성원과 동문들의 반대가 거세 까다로울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비해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나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는 정부의 정책, 여야 정치권의 합의에 의해 쉽게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필자는 국회 사무처의 요청으로 ‘국회분원 설치방안 연구’를 수행한 적이 있다. 다른 조건은 차치하고 행정 효율성만을 고려해 국회 세종의사당을 설치한다면, 11개의 상임위와 국회 지원기관(예산정책처, 입법조사처, 사무처, 도서관, 미래연구원)을 포함해 국회분원과 국회타운 설치가 적절한 규모라는 게 결론이다. 여기에는 새로운 의사당의 입지와 분원의 규모, 국회의원을 포함한 국회 종사자들의 세종시 적응을 위한 지원방안까지 제시했다.

세종시는 2012년 7월1일 공식 출범했고 현재 43개 중앙행정기관과 15개 국책연구기관이 수도권에서 이전해 자리를 잡았다. 인구 36만명의 도시로 성장했으며 세종시 내 행복도시의 인구는 2030년까지 50만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성장에는 어둠이 있다. 무엇보다도 행정도시를 만든 목적에 부합하는지가 의문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의 주된 목적은 국가 균형발전과 수도권 지역의 과밀 해소였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의 도시 조성이 이뤄진다면 앞으로도 수도권에서 이전하는 인구보다는 대전·청주를 포함한 충청권에서의 인구 유입이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세종시에는 수도권에서 이전해 근무하는 공무원과 국책연구기관 연구원들이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 국회를 오가느라 최소 연간 200억원에 달하는 출장비를 허비한다. 대한민국의 국가 규모, 국격에 비하면 출장비는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공무원들이 잦은 출장으로 인해 국가 정책을 함께 고민할 시간이 부족해진다는 것이다. 장관, 국장 등 고위직 공무원이 국회 업무를 이유로 주로 서울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터라 과장, 사무관 등 후배 공무원들과 깊이 논의하고 토론할 시간이 적다.

만약 국회와 행정부가 이웃한다면 행정부의 정책 개발 집중력은 높아지고 국회와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공감대 형성도 수월할 것이다.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세종 국회의사당 설치가 필자의 머리에 떠오르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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