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륙 미각 통일하고 한국 상륙한 '마라'의 비결은?

베이징|박은경 특파원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마라탕은 중국 외식업 맹주로 떠올랐다.                                                      사진 장량 마라탕 홈페이지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마라탕은 중국 외식업 맹주로 떠올랐다. 사진 장량 마라탕 홈페이지

최근 중국에서 100% 취업률로 화제가 된 대학이 있다. 세계적 명문인 베이징대·칭화대가 아닌 샤오룽샤(민물가재) 대학이다.

지난달 말 후베이(湖北) 첸장(潛江)에 있는 샤오룽샤 대학에서 제1회 졸업식이 열렸다. 졸업생 35명은 이미 취업이 결정됐다. 2년제 대학이지만 이들이 받는 초봉은 1만위안(약 171만원)으로 4년제 평균 대졸 초임의 2배 정도 높았다.

샤오룽샤는 1920년대 일본을 통해 중국에 들어왔지만 인기 있는 식재료는 아니었다. 2000년대 들어 마라(麻辣·맵고 얼얼한 맛) 양념과 만난 마라룽샤가 맥주와 찰떡궁합을 이루면서 전국민 야식이 됐다. 마라룽샤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샤오룽샤 생산량은 100만t, 관련 업계 종사자는 520만명에 달했다. 샤오룽샤 대학의 졸업생 대부분도 마라룽샤 프랜차이즈기업에 취업했다.

쓰촨(四川)지역에서 시작된 마라는 중국 대륙을 맛으로 ‘통일’했다. 중독적 매운 맛을 앞세워 한국에도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마라룽샤와 함께 대표 마라음식으로 꼽히는 마라탕은 우육면, 만두를 제치고 외식업 ‘맹주’로 떠올랐다. 마라는 고추, 육두구, 화자오, 후추, 정향, 팔각 등 향신료를 배합해 만든다. 혀가 마비될 정도로 맵고 얼얼하다고 해 마라라고 부른다. 습하고 더운 쓰촨 지역에서 음식이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마라의 맛은 충칭식 훠궈(중국식 샤브샤브)를 통해 전국적으로 퍼졌다. 쓰촨 러산에서 시작된 훠궈의 한 종류인 마라탕은 가장 인기 있는 마라음식이다. 1997년 영화 <애정마라탕>이 인기를 끌고, 외식이 간편해지면서 마라탕의 몸값이 올라갔다. 여러 명이 냄비에 먹는 훠궈와 달리 마라탕은 고기, 해산물, 채소 등을 취향대로 골라 개인 그릇에 담는다.

경제매체인 21세기경제보도는 ‘2019년 중국 요식업 보고서’를 인용해 마라탕 식당이 중국 전역에 10만곳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양대 마라탕 프랜차이즈인 양궈푸(楊國福) 마라탕과 장량(張亮) 마라탕의 가맹점은 각각 6000곳, 5000곳을 넘는다. 장량 마라탕은 지난해 50억위안(약 8564억원)의 영업수입을 거둬들였다.

마라탕은 중국인들의 입맛도 바꾸고 있다. 양궈푸 마라탕은 1호점이 있는 헤이룽장성(594곳)보다 광둥성(674곳)에 가맹점이 더 많다. 중국 요리의 지역별 특성을 설명하는 ‘동쪽은 시큼하고, 서쪽은 맵고, 남쪽은 달고, 북쪽은 짜다’는 말은 ‘마라’ 열풍으로 무색해졌다.

소후망은 마라의 인기 이유로 고추와 화자오, 팔각 등은 중국 전국 각지에서 손쉽고 싸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라는 점을 들었다. 게다가 매우 자극적인 마라 맛은 숙련된 요리 기술이 없어도 내기 쉽다. 재료 본맛을 살리기 보다는 강한 양념 맛으로 먹기 때문에 식재료의 신선도에 대한 기준도 높지 않다. 마라의 고향인 쓰촨은 중국 전국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대표적 지역이다. 후난, 쓰촨, 충칭, 구이저우, 윈난, 장시 등 매운 것을 즐겨먹는 6개 지역은 전국 노동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전국 각지로 흩어진 이들이 고향의 맛을 대도시에 소개했다.

대륙을 점령한 마라 맛이 한국에서 열풍을 일으키자 중국 매체들도 주목하고 있다. 환구망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한국의 치맥(치킨+맥주)이 중국에서 인기를 끌었는데 한국에서 마맥(마라탕+맥주)이 인기”라고 전했다. 시나닷컴은 “한국에서 소셜미디어(SNS) 스타가 되려면 마라탕이 필요하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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