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서울대생!

황경상 기자
[지금 SNS에선]나, 서울대생!

“저렇게 의견 개진하는 거에 니가 뭔데라고 생각하신다면 (중략) 내가 곧 졸업하는 학교는 전국의 수험생 60만명 중 4000명이 들어가니까 상위 0.7%….”

얼마 전 한 트위터 이용자가 논쟁 중 자신이 ‘서울대생’이라고 내세웠다가 도마에 올랐다. 이 이용자는 “대학강좌의 논리학을 배워보시고, B 이상 받으셔서 저랑 타당하게 토론을 나누었으면 한다”고도 했다. “학벌 자랑하는 거 안 창피하신지” “가슴 아프고 안타깝다. 내세울 것이 학교밖에 없다는 것이” “싸잡혀서 욕먹는 서울대생이 불쌍” 등등 트윗들이 쏟아졌다.

‘수능점수’의 차이를 한 인간의 ‘모든 능력’의 차이로 여기는 풍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칼럼니스트 박권일은 특히 10~30대 청년세대에 광범위하게 퍼진 이 문화를 ‘과잉능력주의’라고 표현한다. 이 안에선 단순한 능력자 우대를 넘어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는 전제까지 허물어진다. 무능력자·저능력자에게 ‘○○충’이란 딱지를 붙이고 멸시와 차별까지 서슴지 않는다.

김기춘, 류철균, 우병우, 이재용, 조윤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서울대 출신 인사들의 면면이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말한다. “서울 법대 70주년 행사하면서 각계각층 유명한 서울 법대 출신 인사들 이름 학번별로 모아둔 전시물이 있었는데 대한민국 망친 사람들 이름 다 나옴.” 성낙인 서울대 총장조차 올해 입학식에서 “최근 서울대인들은 부끄러운 모습으로 더 많이 회자된다”고 자아비판했다.

그런 ‘능력’을 가지고 해낸 일이 겨우 이런 것이었다면 그것을 ‘능력’이라 부를 수 있을까. 마침 서울대에 ‘탄핵 반대 대자보’가 붙었다는 소식을 접한 서울대 출신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도 한마디를 보탠다. “눈물겹다… 사랑하는 후배들아 학교 마크에 있는 ‘Veritas Lux Mea’(진리는 나의 빛)를 가슴에 새겨다오.” 더 눈물겨운 진리는 한 트위터 이용자가 남긴 말이다. “어리석은 인간이여 트위터에는 교수도 국회의원도 손가락 하나 잘못 놀렸다가 인생 조지는 배드엔딩밖에 없는데 대학 간판을 들고 오다니. 트위터에서 승자는 고양이가 있는 사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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