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민식이법’ 합헌 결정…“어린이 보호 위해 불가피”

김희진 기자

헌재, 입법목적·수단 정당성 인정

“운행방식 제한 따른 불이익보다

어린이의 안전으로 얻는 공익 커”

서울 영등포구 신영초등학교 앞에서 어린이들이 어린이보호구역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신영초등학교 앞에서 어린이들이 어린이보호구역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이른바 ‘민식이법’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했다.

헌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제5조 13항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8대 1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조항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가 사망할 경우 운전자를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어린이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2019년 9월 충남 아산시 한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김민식군(당시 9세)이 교통사고로 숨진 사건을 계기로 마련됐다.

헌법소원을 낸 청구인들은 이 조항이 일반적 행동자유권, 신체의 자유, 재산권,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2020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앞서 같은 해 민식이법 시행 직후 “운전자에게만 책임을 과하게 지운다”며 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헌재는 교통사고 위험에서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운전자를 가중처벌하도록 하면 안전운전에 경각심을 높여 어린이 교통사고 발생을 감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므로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선진국과 비교해 보행 중 사망자 비율 등이 최근까지도 높다는 점을 들어 “보행자보다 차량을 우선시하는 후진적 차량 중심의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린이의 통행이 빈번한 초등학교 인근 등 제한된 구역을 중심으로 어린이 보호구역을 설치하고 엄격한 주의의무를 부과해 위반자를 엄하게 처벌하는 것은 어린이에 대한 교통사고 예방과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어 “운전자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차량을 운행할 때 사고에 따른 가중처벌을 피하기 위해 보다 높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운행 방식을 제한받는 데 따른 불이익보다 특별한 보호를 필요로 하는 어린이가 교통사고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안전하고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도록 함으로써 얻게 되는 공익이 크다”며 “법익의 균형성도 갖췄다”고 했다.

다만 이은재 재판관은 민식이법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위헌이라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은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사고는 어린이의 갑작스러운 도로 횡단이나 불법 주정차된 차량 등으로 발생할 수 있다”며 “과실범인 운전자에 대한 지나친 형벌 강화는 운전자의 경각심을 높여 사고를 예방하는 효과보다 ‘운이 없어 처벌받게 됐다’는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 기사는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 4월26일자 (https://stib.ee/XMX7)에 소개되었습니다. '민식이법'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뉴스레터로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매주 화~금요일 점선면을 메일함으로 받아보시려면 여기 (https://url.kr/jhqy7k)에서 구독을 신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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