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한다지만…‘급박한 위험’ 입증 쉽지 않아

김유진 기자

문 대통령, 사법적 대응 주문

‘잠정 조치’ 전례 있어 기대감

일, 치밀한 반박 땐 난관 예상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대한 ‘사법적 대응’을 주문했다.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에 잠정 조치와 함께 제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는 것이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현실적으로 막을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이 안전성 검증 등에라도 참여하는 길을 열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카드는 한·일 간 치열한 법적·과학적 다툼을 예고하고 있어 난관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잠정 조치’에 대해 유엔해양법협약 위반 여부를 최종 판단하기 전까지 일본이 방류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종의 ‘가처분 신청’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제해양법재판소는 2001년 아일랜드가 영국 해안가 공장에서 발생한 방사성 오염물질 배출 사고와 관련해 제소한 건에 대해 영국에 정보 교환과 환경영향 감시, 오염방지 조치를 강구하라는 내용의 잠정 조치를 내린 바 있다.

한·일은 1982년 채택된 유엔해양법협약 가입국이고, 대부분 국제재판과 마찬가지로 소송 당사자 간 합의를 원칙으로 재판이 성립한다. 한쪽이 응하지 않을 경우에도 강제분쟁 해결 절차를 발동할 수 있다.

환경단체나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이 ‘해양오염이 자국 밖에 확산되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유엔해양법협약 194조 2항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일본이 한국 등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고,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관건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으로 인해 해양환경이 ‘피해를 입을 급박한 위험에 처하거나 피해를 입었음’(유엔해양법협약 198조)을 입증하는 것인데,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국제법에 밝은 한 외교소식통은 “일본의 국제법 위반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이 한국 등 다른 나라들의 원전 폐기물 배출 사례를 들어 반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도 “결국 과학적 근거를 다투는 재판이 될 텐데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이 발표한 입장을 보면 일본이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런 사정 때문에 2018년 8월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을 위한 정부 합동 태스크포스(TF)가 발족한 이후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카드는 원론적 수준에서만 검토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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