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서 편파적 선거관리”···국민의힘 ‘선관위, 지금 손봐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국민의힘이 4일 이례적인 휴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자녀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감사원 감사 수용과 노태악 선관위원장 사퇴를 압박했다. 여당이 선관위를 향해 총공세를 벌이는 데는 누적된 선관위의 ‘편파 판정’을 좌시할 경우 내년 총선 또한 불공정하게 치러질 수 있다는 우려, ‘채용 비리’가 청년층에 호소력 있는 공정 관련 사안이라는 판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공동 책임론을 제기하며 국정조사 수용을 촉구하는 등 야당을 향한 공세까지 펴고 있다.

여당에서는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지기 이전부터 ‘선관위가 편파적’이라는 불만이 팽배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치러진 2021년 4·7 재보궐선거 당시 선관위는 ‘내로남불’ ‘위선’ ‘무능’ 등 표현이 당시 여당인 민주당을 연상시킨다며 사용이 불가하다고 판단했다. 공직선거법에서는 특정 정당·후보자를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명시하는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려는 것으로 보고 금지한다. 선관위는 지난해 대선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넓히는 방향으로 내부방침을 바꿔 민주당과 이재명 당시 후보를 연상시키는 앞선 표현들과 ‘전과 4범’ ‘쌍욕’ 등뿐 아니라 국민의힘과 윤석열 당시 후보를 떠올리게 하는 ‘신천지 비호세력’ ‘술과 주술에 빠진 대통령’ ‘청와대를 굿당으로 만들 순 없다’ 등도 허용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지난 정권에서 선관위가 얼마나 편파적으로 선거관리를 했는지 국민들은 기억한다”며 “진상을 반드시 밝히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도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독립적 헌법기관들이 문재인 정권 이후 정파의 도구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10개월 뒤 총선에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비판 여론이 고조된 지금 선관위를 손봐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영남권 한 여당 중진의원은 “선관위가 손대지 않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지금이 적기”라며 “지역에서 같은 사안을 두고 선관위 직원마다 판단이 다른 경우가 많다. 선관위가 ‘갑’의 위치이다 보니 불만을 제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사안은 청년들이 민감해하는 공정 이슈와 관련이 깊다. 총선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되는 청년층에 공을 들이고 있는 여당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국민의힘은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 투기 의혹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비리 사건까지 다시 꺼내들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불공정과 부정의의 모습부터 후안무치까지 ‘조국 사태’, ‘김남국 코인 게이트’와 꼭 닮은 ‘선관위 사태’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고 밝혔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최고위에서 “선관위 사무총장이 사퇴했다고, ‘아빠찬스’를 쓰게 만든 아빠가 사퇴했다고 그 자녀들을 계속 놔두는 것은 조국 전 장관이 사퇴했다고 조민씨를 계속 의사 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장 청년최고위원은 오는 8일 당 중앙청년위원회 청년위원, 보수 성향 시민단체 등과 선관위를 항의방문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선관위 사태에 민주당도 책임이 있다며 야당 공세로 사안을 확대하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최고위에서 “노 위원장 사퇴 촉구, 감사원 감사 요구에 대해 민주당은 독립기관 흔들기라며 선관위를 두둔하고 있다”며 “선관위 고위직이 이토록 법도 없이 과감하게 고용세습을 저지를 수 있는 이유가 민주당과 공생적 동업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선관위의 감사원 감사 거부와 관련해 “민주당은 되레 감싸기에만 급급하다. 문재인 정권의 조해주 전 선관위원을 앞세워 민주당에 편향된 유권해석으로 일관한 선관위에 보은이라도 하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여야가 선관위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한다는 원칙에는 합의했지만, 국정조사 범위 등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는 진척되지 않고 있다. 여당 원내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이 당내 이견이 있다며 시간을 달라고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선관위의 국가정보원 보안점검 거부 의혹도 국정조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이에 반대한다. 이양수 국민의힘·송기헌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5일 다시 만나 국정조사 실시를 위한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여당 일각에서는 선관위에 대한 공세 강화가 자칫 부정선거론에 갇혔던 아픈 기억을 되살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보수진영 내 부정선거론자들의 입지가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선관위에 대한) 검찰 수사는 가장 중요한 비리인 (2020년) 4·15 총선 재검표 현장에서 쏟아져 나온 가짜투표지, 불법투표지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포함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현 대표는 “부정선거의 ‘부’도 내뱉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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