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보수 공화당원 ‘몰표’…중도층도 트럼프로 돌아섰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공화당 경선 독주 확고

경제·이민 문제 ‘불만’
“바이든 향한 시위 투표”
“헤일리 찍으려다 결국…”
무당층도 줄줄이 이탈
사실상 ‘본선 모드’로

“우리는 이길 것이다. 우리가 이기지 못하면 미국은 끝장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승리가 확정된 후 축하 파티에 참석한 지지자들에게 또 다른 ‘승리’를 강조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에 성큼 다가선 만큼 이제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선 본선 경쟁에 집중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도 및 무당층 유권자가 많아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반격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여겨진 뉴햄프셔에서도 과반 득표에 성공하면서 독주 구도는 확고해졌다. 다음 경선이 치러지는 사우스캐롤라이나(2월24일)는 헤일리 전 대사가 주지사를 지낸 ‘정치적 고향’이지만, 그는 이곳에서조차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30%포인트가량 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아닌 누군가가 이길 가능성이 그나마 있는 것으로 보였던 지역이 헤일리의 뉴햄프셔 승리였다”며 “사실상 (공화당 경선은) 모든 게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CNN·CBS·워싱턴포스트 등 미 선거공동취재단의 출구조사를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원, 보수 성향 유권자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청년층, 대졸 미만 학력 소지자의 지지도 높게 나왔다. 특히 뉴햄프셔 경선 참여자의 51%인 등록 공화당원의 74%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트럼프 지지자 70%는 자신의 이념 성향을 ‘보수’로 인식했다.

이는 이번 대선의 최대 쟁점인 경제와 이민 문제에서 바이든 정부의 대처에 불만을 느낀 트럼프 지지층이 대거 결집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날 오후 두 살, 네 살 난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맨체스터 7구역 투표소를 찾아온 20대 멜라니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면서, “내게 이번 선거는 일종의 시위 투표(protest vote)”라고 말했다. “바이든 집권 이후 3년 동안 경제가 너무 나빠졌다”는 이유에서다.

헤일리 전 대사는 경선 참여자의 43%인 무당층으로부터 60%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도 무당층 38%의 지지를 얻는 등 헤일리 지지층의 응집력은 트럼프 지지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했다. 트럼프 승리 축하 파티에 참석한 60대 리사는 헤일리 전 대사에게 투표할까 고민하다 결국 다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도적 우위가 재확인되면서 미 대선 레이스는 ‘본선 모드’로 급격히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과가 예견되는 당내 경선에 쓸데없이 힘을 빼지 말고, 일찌감치 바이든 대통령과의 본선에 대비하려는 전략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미 (본선으로) 관심이 이동했다”면서 “가장 큰 이슈는 국경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연설에서도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감옥, 병원 등에서 흘러들어와 우리나라를 죽이고 있다”는 혐오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대세론을 등에 업은 그는 향후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한 공세 수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대통령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뉴햄프셔 승리가 확정되자 성명을 내고 “민주주의, 임신중지에서 투표에 이르기까지 모든 개인의 자유에 이보다 더 큰 위험은 없다는 것이 나의 메시지”라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비공식’으로 치러진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에서 70%가 넘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승리하면서 재선 도전의 첫발을 순조롭게 내디뎠다.

하지만 바이든·트럼프 리턴매치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높은 데다 열성적인 ‘친트럼프’ 현상만큼이나 ‘반트럼프’ 정서도 뿌리 깊다는 점은 본선 레이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넘어야 할 과제로 분석된다. 본선 대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중도 성향 유권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각종 ‘사법 리스크’나 2020년 대선 결과 조작 주장에도 대부분 부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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