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회서 휴전 촉구 결의안, 압도적 표 차이로 채택…한국도 찬성으로 돌아서

선명수 기자

미 ‘어깃장’에 안보리서 번번이 무산된 결의안, 압도적 채택

한국 등 10월 ‘기권표’ 던졌던 국가, 찬성으로 대거 돌아서

미 언론도 “국제사회서 미국·이스라엘 고립 심화” 지적

안보리와 달리 법적 구속력은 없어···“세계 여론 반영”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긴급 총회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표결한 결과가 게시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긴급 총회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표결한 결과가 게시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부결됐던 이스라엘·하마스에 대한 휴전 촉구 결의안이 유엔 총회에서 압도적인 찬성표로 채택됐다. 이번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이 미국과 이스라엘에 점차 등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엔 회원국들은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긴급 총회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찬성 153표, 반대 10표, 기권 23표로 통과시켰다. 양측에 인도주의적 교전 중지를 촉구했던 지난 10월27일 유엔총회 결의안(찬성 120표, 반대 14표, 기권 45표)보다 찬성표가 크게 늘었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인도, 캐나다, 호주,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등 지난 10월 표결에서 기권했던 25개국 이상이 이번 표결에선 ‘휴전 지지’로 돌아섰다. 그간 이스라엘을 지지해온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3국은 광범위한 민간인 피해를 지적하며 휴전을 촉구하는 별도의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변화는 가자지구 내 사망자가 1만8400여명을 넘어서는 등 전쟁 두 달여 만에 민간인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AP통신은 이번 결의안이 큰 표차로 통과된 것을 두고 “국제사회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고립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미 CNN도 “이는 유엔 안보리에서 휴전 촉구 결의안을 거듭 반대해온 미국에 대한 질책”이라고 분석했다.

아랍 국가들이 제출한 결의안에는 즉각적인 휴전과 무조건적인 인질 석방, 가자지구 주민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접근 보장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결의안은 “가자지구의 재앙적인 인도주의 상황과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고통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모든 전쟁 당사자가 민간인 보호와 관련해 국제인도법을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전반적으로 지난 10월 통과된 결의안보다 표현 수위가 강해졌다.

다만 하마스의 테러 행위에 대한 규탄은 결의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표결에 앞서 오스트리아와 미국은 하마스의 인질 납치와 선제 공격 책임을 지적한 수정안을 각각 제출했지만, 수정안 채택 기준인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해 모두 부결됐다.

12일(현지시간) 유엔 총회에서 휴전 촉구 결의안에 대한 회원국의 찬반 여부를 보여주는 전광판. 유엔 홈페이지

12일(현지시간) 유엔 총회에서 휴전 촉구 결의안에 대한 회원국의 찬반 여부를 보여주는 전광판. 유엔 홈페이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군이 무차별 폭격으로 전 세계의 지지를 잃기 시작했다”고 인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그들(이스라엘이)이 하마스를 제거할 때까지 군사 지원을 계속할 것이지만, 조심해야 한다”면서 “전 세계 여론이 하룻밤 사이에 바뀔 수 있는데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간 미국은 이스라엘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휴전을 요구하는 안보리 결의안을 상임이사국 지위를 이용해 번번이 무산시켰다. 지난 8일 아랍에미리트가 제출한 휴전 촉구 결의안은 안보리 15개 이사국 가운데 13개국이 찬성했지만, 미국이 유일하게 거부권을 행사해 무산됐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를 두고 “안보리가 지정학적 분열로 마비됐다”고 미국을 직격하며 “휴전 추진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유엔은 지난 10월에도 일시적 교전 중지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안보리에서 부결되자, 총회를 열어 이를 통과시킨 바 있다.

안보리서 무산된 결의안이 총회에서 두 차례 모두 통과됐지만, 안보리 결의안과 달리 총회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다만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총회의 메시지 또한 매우 중요하며 세계 여론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이날 유엔의 결의안 채택을 두고 이스라엘은 강한 유감의 뜻을 밝혔다. 길라드 에르단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하마스의 책임이 거론되지 않은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은 테러리스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리야드 만수리 주유엔 팔레스타인 대사는 이번 투표가 “역사적”이라고 환영하며 “이스라엘이 유엔의 요구를 준수할 때까지 우리는 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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