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으로 인한 환경피해 최소 500억달러···“에코사이드 범죄”

최서은 기자
우크라이나 소방대원들이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파괴된 자포리자주의 한 산부인과 병동에서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소방대원들이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파괴된 자포리자주의 한 산부인과 병동에서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은 막대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야기했을 뿐 아니라 심각한 ‘에코사이드’를 일으킨 환경 범죄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전쟁으로 인한 환경 손실이 구체적으로 집계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처음이다.

20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환경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환경파괴 피해가 514억달러(약 66조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600종의 동물과 880종의 식물이 멸종위기에 처했고, 우크라이나 토지의 3분의 1이 농업에 이용 불가능하게 됐다. 또 160개 자연보호 구역과 16개 습지대, 2개 생물권이 파괴 위협에 처했다.

적대행위로 인한 직접적 오염을 살펴보면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서는 32만 개의 폭발물을 처리했고, 국토 면적의 30%는 여전히 잠재적으로 위험한 상태다.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섬유 공장 시설 등이 파괴되고 화재가 발생하면서 각종 화학 원료와 건설 폐기물로 인해 토지와 대기가 오염됐다.

전쟁으로 인해 지금까지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3300만t으로 추정되며, 전후 재건과정에서 앞으로 4870만t의 이산화탄소가 추가로 배출될 전망이라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환경부는 지난해 전쟁 발발 직후부터 전쟁으로 인한 ‘에코사이드’ 피해를 집계한 보고서를 매주 발표하고 있다. 환경부가 지금까지 집계한 러시아의 에코사이드 사례는 2303건에 달한다. 과학자, 환경운동가, 변호사 등 전문가들이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한 환경 범죄를 수치로 계산하고 있다.

전쟁 중인 국가가 환경파괴 피해를 집계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인류 역사상 전쟁으로 발생한 환경파괴를 가장 상세하게 기록한 조사로 꼽힌다.

한 환경 생태학자는 “전쟁은 직접적인 영향에 관한 것 뿐 아니라 우리의 자연과 환경을 파괴하는 것이기도 하다”며 “로켓 연료, 파편 등의 오염 물질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의 규모는 상상할 수도 없이 크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의 이 같은 에코사이드 집계 발표는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와 환경에 대한 민감성이 고조된 시기에 전쟁 선전 효과를 갖는다고 가디언은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를 통해 국제사회에 우크라이나는 환경을 생각하고, 식량을 생산하며, 미래를 대비하는 민주주의 국가라는 점을 부각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최대 환경단체 ‘에코액션’이 그린피스와 협력해 인터랙티브 방식의 ‘환경파괴 지도’. 그린피스 홈페이지 캡처

우크라이나 최대 환경단체 ‘에코액션’이 그린피스와 협력해 인터랙티브 방식의 ‘환경파괴 지도’. 그린피스 홈페이지 캡처

우크라이나 시민사회도 정부와 별도로 환경파괴 피해를 집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최대 환경단체 ‘에코액션’은 그린피스와 협력해 인터랙티브 방식의 ‘환경파괴 지도’를 작성해왔다. 이들은 생태 범죄에 관한 로마규정 8조에 따라 국제형사재판소에서 러시아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 역시 우크라이나 형법의 생태학살에 관한 법 조항에 따라 11건의 형사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G20 정상회담에서 에코사이드와 환경 보호에 대한 인식이 평화를 위한 우크라이나의 10가지 주요 제안 중 하나라고 밝혔다.

전쟁으로 인한 환경파괴는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은 채 막대한 피해를 당하고 있었다. 환경 경제학자 올레나는 “자연은 고통받고 있다”며 “환경은 전쟁의 소리 없는 희생자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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