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읽음

코로나 방역 ‘불협화음’ 지적…“확실한 지휘권, 질병청에 줘야”

2021.04.16 21:20 입력 2021.04.16 22:04 수정

정부 컨트롤타워가 안 보인다

법무부 직원 코로나 확진…인근 과천 선별진료소 북적 법무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16일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 인근에 있는 과천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과 법무부 직원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 직원 코로나 확진…인근 과천 선별진료소 북적 법무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16일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 인근에 있는 과천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과 법무부 직원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백신 수급 불안·4차 유행 우려 속
서울·부산 등 당국과 ‘다른 목소리’

질병청 “백신 휴가 논의 필요” 언급
총리 엿새 뒤 “제도화” 지휘권 혼선
“백신 국내 위탁 생산” 졸속 발표도

‘컨트롤타워가 보이지 않는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최근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하루 평균 확진자가 700명 안팎으로 발생하고 국내 백신 수급 계획에 차질이 우려되지만,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상향은 주저하고 ‘11월 집단면역’ 목표만을 강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질병관리청에 확실한 방역정책 권한을 주고 외교 문제가 결부된 백신 도입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6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673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전날(698명)에 이은 600명대 확진자 수다. 최근 한 주(10~16일)간 국내 발생 확진자는 625.7명으로 거리 두기 2.5단계 기준(전국 400~500명 이상)을 훌쩍 넘겼다. 배경택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상황총괄반장은 “방역 균형이 계속 지켜지지 않는다면 기하급수적으로 확진자가 증가해 4차 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이 ‘4차 유행’을 경고한 지는 오래됐다. ‘거리 두기를 상향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이미 수차례 반복했다. 그러나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마지막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민생의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역전략을 우선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는 방역당국 지침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다중이용시설 운영제한 시간을 업종별로 달리해 완화하는 ‘서울형 거리 두기’를 발표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평일 점심시간 ‘5인 이상 사적모임’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코로나19 백신을 독자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더 좋은 방안을 찾기 위해 중앙과 지방정부가 충분히 소통하고 협의하는 과정”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방역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하는 일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이 정치화됐다”며 “지난해에는 질병청을 중심으로 일관된 메시지가 나왔다면 최근에는 지자체장들이 정책 차별화를 위해 구체적인 내용 없이 (한마디씩) 던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애초에 주무부처인 질병청에 제대로 된 지휘권을 주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신 휴가제 도입의 경우 지난 3월 질병청이 “제도화를 위해선 여러 부처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정 총리가 엿새 뒤 “백신 휴가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초 “백신 접종과 관련해 질병청장이 전권을 갖고 전 부처를 지휘하라”고 지시한 것과 배치된다. 정기석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역학조사 같은 실무는 질병청에서 하고 정책 결정은 다른 곳에서 내리는 등 중앙정부에서도 질병청이 컨트롤타워가 아닌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코로나19 방역정책을 총괄하는 방역기획관을 신설하고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를 발탁했다.

방역당국이 섣부른 발표로 혼란을 초래하는 상황도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전날 한 코로나19 백신의 8월 국내 위탁생산 계획을 알렸다. 계약이 완료되지도 않은 상태로, 유력 제약업체의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11월 집단면역을 추진 중인 국내 백신 수급 상황도 좋지 않다. 아스트라제네카(AZ)에 이어 얀센 백신에서도 혈전증 논란이 발생한 데다 미국 정부가 백신 효과를 높이기 위한 3차 접종(부스터 샷) 계획을 검토하면서 전 세계적 백신 대란은 심화할 수 있다. 정기석 교수는 “원래 국민의 70% 접종 목표는 힘든 것인데 (정부가) 너무 자신 있게 얘기해 기대를 많이 하게 했다”며 “지금은 AZ와 얀센 백신에도 단호한 자세를 취하고 다른 백신을 구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해야 한다. 국가가 권하는 것은 100% 안전하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는 “지금은 국제적인 백신 전쟁이고, 외교전이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주무부처 장관을 (백신 도입) 태스크포스(TF) 팀장으로 둘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