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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대란에 가스공사 미수금 6→12조원···일부 공기업 대책은 ‘무릎담요 지급’

박상영 기자

연료비 연동제 사실상 중단

원료비 뛰어도 값싸게 공급

공공기관 난방온도 제한 등

정부는 단편적 대책만 내놔

가스비·전기세 인상안이 발표된 30일 서울 도심의 주택가 도시가스 계량기 모습./문재원 기자

가스비·전기세 인상안이 발표된 30일 서울 도심의 주택가 도시가스 계량기 모습./문재원 기자

올해 겨울 천연가스발 에너지 대란으로 한국가스공사 미수금이 6조원에서 12조원으로 약 2배 넘게 불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원료비가 급등했지만 정작 소비자에게는 가스비를 충분히 올리지 못함에 따라 ‘원료비 미수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때문이다. 미수금이 빠르게 늘면서 천연가스를 들여오는 데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20일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가스공사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0년 9월 t당 263.4달러였던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불과 2년 만에 1465달러로 5.57배 상승했다. 이에 따라 발전용 LNG 비용도 메가줄(MJ)당 7.9원에서 35.6원으로 4.1배 올랐다.

그러나 같은 기간 일반 가구나 음식점, 숙박시설이 쓰는 민수용 요금은 MJ당 2.8원 올리는 데 그쳤다. 이에 가스공사의 천연가스 수입 대금 중 요금으로 회수되지 않은 미수금이 크게 불어나고 있다. 현재 가스공사 미수금(6조7074억원)의 76.2%는 민수용 요금이 차지한다. 가스공사는 6조원 규모인 미수금이 올 겨울철이 지나면 12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2020년 7월부터 ‘원료비 연동제’ 작동이 사실상 멈추면서 미수금 규모는 점점 늘고 있다. 원료비 연동제 시행지침에 따르면 공사가 도매로 사들이는 가격이 기준원료비의 ±3% 폭을 초과하면 변동분을 반영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와 민생 부담 등을 이유로 인상에 미온적으로 나서면서 미수금 규모가 늘었다. 정부는 올해 5월에서야 단계적으로 요금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대만보다 LNG를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들여온 점도 미수금 증가를 부추겼다. 양이원영 의원실에 따르면 2018년부터 최근까지 LNG 현물가격이 MMBtu(열량단위)당 10.54달러로 대만(9.70달러)보다 약 1달러 비싸게 구매하면서 3조원에 가까운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미수금이 일정 한도를 넘어서게 되면 겨울철 천연가스 도입대금 조달이 어려워져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러시아의 가스공급 중단으로 유럽이 북미·중동산 LNG 수입을 확대하면서 올해 겨울철 JKM(한국·일본 천연가스 시장) 가격은 MMBtu당 72∼74달러 수준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8월 누적 기준 유럽의 LNG 수입량은 약 8300만t으로 최근 5년 평균(3200만t)보다 76.6% 많은 수준이다.

반면, 정부는 현재 상황을 1970년대 ‘석유파동’에 비유하면서도 공공기관 난방온도 제한 같은 단편적인 대책만 내놓고 있다. 개인 난방기구 사용이 제한되면서 최근 일부 공기업들은 직원들에게 무릎담요까지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위기 상황이라고 하면서 정작 내놓는 대책은 임기응변 식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에너지 위기에 대응해 도시가스 요금에 원가를 반영해 수요를 줄이는 것부터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양이 의원은 “국제적인 에너지 위기로 전 세계가 위기에 처해 있다”며 “‘공공기관 난방온도 낮추기’처럼 국정철학을 짐작할 수 없는 일차원적인 접근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소비를 줄일 수 있는 근본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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