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 논의 불붙나…의협 “기피과 문제 해결부터” vs 경실련 “1000명 증원해야”

김향미 기자
이형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이 24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제9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형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이 24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제9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의사단체가 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놓고 조만간 논의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여름 논의가 중단된 이후 3년 만이다. 증원 규모와 방식을 놓고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4일 오후 의료현안협의체를 열고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광래 전국광역시도의사협의회장(인천광역시의사회장)은 모두발언에서 최근 불거진 ‘구급차 뺑뺑이’ 사망 논란 등을 언급하며 “현재 상황에서 (전공의) 기피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의대 정원을 아무리 확대해도 (기피과 지원이)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올해까지 17년째 3058명으로 동결됐다. 현재 지역별로는 비수도권, 진료과목에선 필수의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 등) 분야에서 의사 인력 수급난을 겪고 있다.

2020년 여름 정부가 공공의대 설립 및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자 의사단체는 파업으로 맞섰다. 그해 9월 정부와 의협은 코로나19 유행이 안정화되면 의대 정원 확대 논의를 재개하기로 했다. 오는 6월1일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된다. 게다가 최근 ‘응급실 뺑뺑이’‘소아·청소년과 원정 진료’ 등 환자가 직접적 피해를 본 사례도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간호법’을 계기로 간호사들이 의사의 일을 대리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도 알려졌다.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는 3년 전보다 높아진 상태다.

정부는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이 대학에 들어가는 2025년 입시부터 늘어난 의대 정원을 적용할 수 있게 내년 4월까지 증원안을 교육부에 전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의협은 ‘지역과 필수의료 분야에 의사들이 복무할 수 있도록 근무환경과 처우를 개선하고 수가 등 보상을 강화하는 것이 먼저’라고 주장한다.

의협 관계자는 “필수의료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의료현안협의체에 참여하고 있고 여기서 인력 문제도 같이 검토될 수 있는데, 의대 정원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역과 필수과목에 의사들이 일할 수 있도록 재정을 어떻게 투입할 것인가 하는 사회적으로 논의가 굉장히 중요한 때”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의협은 정기대의원총회를 열어 ‘의대 정원 확대 반대’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의사 수급난은 오랜 기간 의대 정원 동결로 절대 수가 부족한 탓이 크다. 다만 의사 인력이 수도권 및 수익성이 높은 진료과목에 쏠리는 현상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의협은 처우개선을 우선 대책으로 꼽지만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공적으로 의사를 양성해 지역과 필수 진료과목에 ‘의무복무’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와 의협은 2000년 의약분업(의사는 진료·처방, 약사는 조제) 여파로 줄어든 의대 정원 ‘351명’을 기준으로 삼아 절충안을 마련해 나갈 가능성이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4일 논평을 내고 “기존 의대에 (소수) 정원을 늘리는 방식으로는 공공의료 공백이 심각한 의료취약지 문제를 결코 해소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권역별 공공의대를 신설하고 100명 미만의 소규모 국립의대 증원, 국방·보훈·소방·경찰·교정 등 특수목적 의대 신설 등 최소 1000명 이상의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경실련은 2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정부 의대정원 확대 촉구 기자회견’을 연다.

공공의대 신설은 의사단체가 반대하고, 재원과 설치지역 등을 두고서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장기적인 과제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지역의사제’ 도입을 주장한다. 입시 때 일정 기간 특정 지역에서 특정 진료과를 진료하는 것을 조건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일본의 ‘지역틀 선발제도’와 유사한 개념이다. 다만 의협은 지역의사제가 직업 선택 자유와 이동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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