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맞서 광화문…“조국·문 정부 규탄” 세 결집 나선 보수

허남설·김희진 기자

한국당, 극우단체 주최 ‘광화문 집회’에 당원 총동원령

패스트트랙 소환 마감 전날 집회에 ‘수사 회피용’ 눈총

홍준표·김문수 등 과격 발언…‘태풍 피해 외면’ 비판도

경찰관에 폭력 등 46명 체포…‘서울대 추진위’도 참가

광화문광장 가득 메운 보수인파 3일 서울 광화문광장 주변이 자유한국당, 범보수 단체, 기독교 단체 등이 각각 개최한 집회 참석자들로 가득 차 있다.  연합뉴스

광화문광장 가득 메운 보수인파 3일 서울 광화문광장 주변이 자유한국당, 범보수 단체, 기독교 단체 등이 각각 개최한 집회 참석자들로 가득 차 있다. 연합뉴스

서울 광화문광장이 3일 태극기로 뒤덮였다. 보수성향 시민단체와 개신교계 등 범보수 세력이 결합한 ‘문재인 하야 범국민 투쟁본부’(투쟁본부)는 이날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범국민 투쟁대회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 하야’ ‘조국 퇴진’을 외쳤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집회에 합류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 의혹이 나온 서울대 학생들로 구성된 ‘서울대 집회 추진위원회’도 광화문으로 갔다.

2016년 겨울, 탄핵 촛불대오가 밝혔던 광화문광장이 ‘문재인 정권 퇴진’ 태극기 행렬로 채워진 것이다. 통합을 상징했던 광화문광장이 3년여 만에 분열의 진원지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참석자들은 “모두 300만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범진보 진영이 지난 주말 서울 서초동에서 개최한 검찰개혁 촛불집회에 “200만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다”고 한 데 대한 맞불로 풀이된다.

조국 장관 임명 이후 진보와 보수 진영이 세 대결을 벌이며 결집과 역결집을 이어가는 형국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검찰개혁 촛불집회에 참석한 데 맞서 이날 한국당도 범보수 집회에 합류했다. 거대 정당이 ‘거리정치’로 진영 대결을 심화시킨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 거리로 나온 제1야당

한국당은 이날 당원을 총동원해 광화문광장 일대 집회에 합류했다. 앞서 별도 집회를 하며 이른바 ‘태극기세력’과 거리를 뒀지만 이날 오후 범보수 집회에 결합했다. 제1야당이 보수진영 일부의 극단적 주장에 힘을 싣는 모양새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검찰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수사 소환 마감 전날 집회에 결합한 것을 두고 세몰이를 통한 ‘수사 회피용’ 의도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한국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이날 범보수 대규모 집회 전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 정권의 헌정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광화문 규탄대회’에 결집했다.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는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개천절 경축식에도 불참하면서 집회 준비에 총력을 쏟았다. 한국당은 ‘文(문)정권 심판, 조국 구속’ 등이 적힌 손팻말을 준비했다. 광화문·서울시청 일대 도로엔 전국 각지에서 당원들을 싣고 온 버스가 촘촘히 들어섰다.

황 대표는 “대통령이 도대체 제정신인지 의심스럽다”며 “조국(법무부 장관)에게 배후가 있다. (문 대통령이) 조국을 지키기 위해 국정을 파탄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똘똘 뭉쳐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며 “우리의 아들딸들이 망가진 문재인 치하에서 살지 않도록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은 그들의 홍위병을 풀고 200만명을 운운하고 있다. 그들이 꿈꾸는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전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투톱을 제외한 일부 의원들과 당원, 지지자들은 이날 오후 투쟁본부 집회에 참석했다. 제1야당이 ‘하야’ ‘탄핵’ 등 극단적 주장이 난무한 집회에 당원을 동원한 것을 두고 비판이 제기된다.

당의 ‘얼굴’로 꼽히는 인물들은 연단에 올라 극단적이고 과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홍준표 전 대표는 현장에서 “내란죄, 여적죄, 민생파탄죄, 국민분열죄를 범한 문 대통령을 국민의 이름으로 파면한다”며 ‘국민 탄핵 결정문’을 발표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최악의 대통령 독재자 문재인을 파면이나 하야시키려면 우리가 뭉쳐야 한다”고 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문재인 빨갱이 기생충을 청와대에서 끌어내는 태극기혁명을 하자”고 말했다.

태풍 ‘미탁’으로 사상자가 속출하는 등 피해를 입은 다음날 집회 동원에만 집중했다는 비판도 있다.

■ 범보수 ‘문재인 하야’

투쟁본부 참가자들은 이날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문재인 퇴진’ ‘조국 아웃’이 적힌 손팻말과 태극기, 성조기를 흔들며 문재인 정권 퇴진 구호를 외쳤다. 극우성향의 개신교 단체와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 외 참가자들도 나왔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모였다. 가족단위로 온 참가자도 있었다. 광화문 KT빌딩과 세종문화회관 양쪽 인도가 참가자들로 붐볐다. 투쟁본부는 “집회에 300만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은 이날 오후 3시20분쯤 청와대 방면으로 진출을 시도하다 경찰 저지선에 가로막히자 각목을 휘두르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경찰은 경찰관을 폭행한 보수단체 회원 46명을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체포했다.

JTBC는 이날 “현장을 취재하던 자사 여성 기자가 성추행을 당했고, 일부 시위대가 취재차량을 15분 정도 둘러싸고 발로 차거나 물품으로 차를 가격해 취재차량이 일부 파손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조 장관 자녀 입시 의혹이 나온 고려대·단국대·부산대·연세대 학생들로 구성된 전국대학생연합은 오후 7시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조 장관 사퇴 촉구 집회를 열었다. ‘서울대 집회 추진위원회’ 학생들은 광화문으로 갔다. 김근태 추진위원장은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기보다 공정사회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광화문 집회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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