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인편 내용증명 전달…“반대 의사 밝힌 증거 명확하게”
대리인단 “채권 당사자의 뜻에 반한 3자 변제는 효력 없어”
일제 강제동원(징용) 피해 생존자 3명이 13일 정부의 ‘3자 변제안’에 대한 거부 의사를 공식화했다.
강제동원 피해자지원단체와 법률대리인단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동원 피해자 중 생존해 있는 이춘식 할아버지와 양금덕·김성주 할머니 세 분 모두 명확하게 3자 변제에 대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날 관련 서류를 재단 측에 전달했다.
법률대리인단은 이날 제출한 서류와 별개로 지난 10일 재단에 피해자들의 거부 의사를 담은 내용증명을 보냈다.
내용증명에는 “2018년 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위자료 채권과 관련해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않으니 수신인이 의뢰인의 의사에 반해 변제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우편에 더해 이날 인편으로 서류를 전달한 이유에 대해 “정부의 안에 피해자들이 반대 의사를 밝혔다는 증거를 명확히 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법률대리인단은 피고 기업인 일본제철에도 3자 변제를 불허한다는 의사를 국제우편으로 전했고, 미쓰비시 중공업에도 곧 문서를 발송할 예정이라고 했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민법 제469조 제1항에는) 채무의 변제는 제3자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 표시로 제3자의 변제를 허용하지 아니하는 때’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의뢰인이 가지는 채권은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이므로 제3자가 함부로 변제해도 되는 성질의 채권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외교부가 6일 해법을 발표하기 전에도 피해자들에게 집요하게 접촉을 시도했다”면서 “변제를 받아들일 뜻이 없음을 밝혔음에도 계속 만나겠다는 건 피해자를 괴롭히는 것이다. 정부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피해자에 대해 접촉을 시도하거나 무례한 행위를 중단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외교부는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강제징용 피해자 15명(원고 기준 14명)의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재단이 대신 지급하는 방안(3자 변제안)을 지난 6일 해법으로 제시한 터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강제징용 토론회에서도 정부의 해법안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토론회에서는 한·일 시민단체가 2010년부터 진행한 미쓰비시중공업과의 협상 경과도 공개됐다.
공개된 문서 중 2011년 12월26일 미쓰비시가 제안한 수정안에는 “여자근로정신대원들이 당시의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에서 힘든 고생을 하신 데 대해 진심으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기재돼 있다. 당시 시민단체 측은 강제동원·강제연행에 대한 문구가 없다며 수정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향후 당사자의 의사에 반한 3자 변제의 효력이 법적 쟁점이 될 것으로 봤다.
김세은 변호사는 “이번 위자료 청구권은 당사자(일본 기업) 일방의 불법행위로 인해 민법 제750조에 따라 발생한 채권이므로 채권자 단독의 의사 표시로 제3자 변제를 금지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