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된 Mr. 반도체’ 화제 만발

1985년 삼성전자로 스카우트돼 세계 최초로 4메가 D램, 16메가 D램을 잇따라 개발, 일본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고 18년간 삼성 ‘반도체 신화’의 시작을 알린 주인공. 윤종용 부회장의 뒤를 이어 삼성전자를 이끌 차기 실권자. 35억원의 연봉에 주식매입선택권(스톡옵션)에 따른 수입만도 수십억원이 확보돼있는 부자 전문경영인. 이건희 회장과 절친한 준(準)오너 직장인.

그런 진대제(陳大濟·51) 사장이 삼성을 떠났다. 27일 오후 2시 진사장이 소문대로 정보통신부 장관을 수락, 새 각료 명단에 포함되자 삼성 임직원은 물론 재계 전체가 술렁였다.

그는 그동안 이윤우(李潤雨) 반도체 총괄사장, 황창규(黃昌圭) 메모리사업부 사장 등과 함께 ‘삼성의 최고경영자(CEO) 3인방’으로 꼽히며 삼성전자의 차세대 주자로 인정받아왔다. 최근 그의 입각설이 돌자 이건희 회장의 총애를 받는 그가 미래의 보장된 자리와 그 큰 돈을 떨치고 장관직을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회사 내부에선 더 많았다. 삼성 사람들은 “진사장은 그대로 있으면 윤종용 부회장의 자리까지는 무난히 올라갈 것”이라고 말해왔을 정도다.

이러한 예측을 깨고 진사장이 입각한 데는 물론 “최고경영자(CEO) 출신 장관을 꼭 기용하고 싶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 인사 발표 직후 삼성측은 “진사장이 거취를 놓고 고민했으나 ‘국가의 부름’을 거스를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른 전자회사 관계자는 “정권 초기에 재벌개혁 등으로 소란스런 때에 삼성맨을 장관으로 보내는 것도 그리 나쁠 것 같지는 않다는 판단을 회사가 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진대제 사장은 고(故) 이병철 (李秉喆) 선대회장이 “우수인재를 확보해야 한다”며 스카우트한 인물이다. 이건희 회장과는 같이 라면도 끓여 먹고 이회장이 “대제야”하고 부를 정도로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후계수업을 받고 있는 이회장의 아들 이재용(李在鎔) 상무보의 경영수업을 도우며 삼성전자의 차세대 CEO로도 자리를 굳혀왔다.

진사장은 ‘천재적’이란 평가를 들을 정도로 아이디어가 번뜩이며, 솔직·담백하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스타일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화려한 경력과는 다르게 겸손하면서도 자유분방하다는 평도 있다.

진사장은 2000년 3월9일 27만2천7백원(스톡옵션 행사가격)에 7만주, 2001년 3월 19만7천1백원에 7만주의 스톡옵션을 받았는데 2001년분은 이번 입각 때문에 포기해야 한다. 27일 삼성전자 주식의 종가가 28만3천5백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모두 60억원을 손해본다는 계산이 나온다.

경남 의령에서 태어난 진사장은 경기고·서울대와 미국 매사추세츠 주립대 전자공학과를 거쳐 미 스탠퍼드 대학에서 전자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 휼렛팩커드와 IBM 등에서 일했다. 부인 김혜경씨(50)와 1남2녀.

<임영주기자 minerv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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