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학교는 만화 영화관인가?…전문성 없는 ‘땜질돌봄’ 언제까지

김나연 기자
지난달 2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연수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늘봄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연수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늘봄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5년 전면 도입을 앞두고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 늘봄학교에서 ‘전문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자격을 갖추고 아이들을 돌볼 인력이 부족해 경험 없는 자원봉사자부터 학부모까지 긴급으로 ‘땜질’ 동원되고 있다. 올해부터 경기, 인천, 대전, 경북, 경남 등 5개 시·도교육청이 늘봄학교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늘봄학교는 방과 후 교육활동과 돌봄을 함께 제공하는 사업이다.

경기지역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지난달부터 아이들을 저녁 8시까지 돌보는 늘봄학교가 운영 중이다. 일찍 등교한 학생, 수업 사이에 시간이 비는 학생, 저녁 늦게까지 학교에 머물러야 하는 학생 등 돌봄이 필요한 학생은 많은데 인력을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온종일 일할 수 있는 돌봄전담사가 전체 인력의 절반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선 ‘일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해 ‘빈 구멍’을 채우는 중이다. 경기지역 돌봄전담사로 일하고 있는 김지영씨(42)는 17일 기자와 통화에서 “자원봉사자, 심지어는 학부모운영위원회까지 가서 돌봄 인력을 구한다”며 “이들은 전문성이 있는 게 아니다 보니 학생들에게 만화 영화를 보여주기만 하다 가는 등 형식적으로 시간을 보내고 만다”고 했다.

돌봄전담사는 유·초·중등 교원 또는 보육교사 2급 이상의 자격증을 소지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의 절반 이상은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를 기본으로 최대 오후 7시까지만 일하는 시간제 인력이다.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돌봄전담사 1만2046명 중 시간제 근무자는 6945명(57.7%)이다. 8시간 전일제 근무자는 5101명(42.3%)으로 절반이 채 안 된다.

시·도교육청은 자원봉사자, 기간제 교원, 학부모 등 임시인력을 투입해 돌봄전담사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214개 늘봄학교에 기간제 교원 205명, 자원봉사자 177명 등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2일 ‘수요자 중심 돌봄서비스 제공을 위한 제1차 관계부처 협의회’에서는 퇴직 교원 등 노인 인력을 투입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인력 대책 없이 졸속으로 늘봄학교가 추진되면서 안정적이고 질적인 돌봄이 이뤄지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늘봄학교 자원봉사자에게는 별도의 경험이나 자격을 요구하지 않는다. 김지영씨는 “어떤 날은 아이가 커튼 줄에 감겨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는데, 봉사자분은 당황해서 어찌할 줄도 모르고, 도움을 청할 사람도 없었다고 한다”며 “전문성이 없기 때문에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라고 했다. 경북지역 돌봄전담사 신동연씨(51)는 “자원봉사자가 돌봄교실에 들어온다는 것 자체가 아무나 아이를 돌볼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기간제 및 퇴직 교원을 활용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박성식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은 “돌봄은 교사들의 기피 업무 중 하나이기 때문에 기간제 교원 수급이 안 되고 있고, 교직 경험과 돌봄 전문성은 다른 얘기”라며 “결국 돌봄전담사를 확충하고 인력 배치를 다양화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체계 없이 임시방편으로 필요에 따라 인력을 활용하게 되면 돌봄의 지속성을 갖추기 힘들다”며 “전문성 없는 인력으로는 아이들의 관계맺기와 정서 발달이 모두 부족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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