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정치권 자영업 해법

특별취재팀 홍재원·김보미·이재덕·이혜인 기자

정부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실업률 낮추려 프랜차이즈 집중 지원, 자영업 과잉 자초했다

이명박 정부 초기 자영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프랜차이즈 산업 육성 정책’을 내놓았다. 이후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수는 급증했다. 덩달아 본사와 가맹점주 간의 분쟁조정도 2배로 늘었다.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운영했던 한 점주는 “본사와 계약을 맺었지만 노예계약에 가깝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맹점주 보호보다는 프랜차이즈 육성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자영업자의 경쟁력 강화책은 전무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정부는 몇몇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지만 질도 떨어지고 과목 수도 적다. 자영업자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 프랜차이즈 지원에 ‘올인’한 정부

정부의 주요 자영업 정책 중 하나는 프랜차이즈 육성이다. 2009년 9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자영업자 경쟁력 강화를 위한 프랜차이즈 산업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당시 정부 관계자는 “자영업자를 조직화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며 “가맹점 1000개 이상의 대형 프랜차이즈를 10개 수준에서 2012년까지 100개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b>만두가게 간판 아래 옷가게</b> 7일 서울 관악구 인헌동 한 옷가게에 불황으로 최근 폐점한 만두가게 간판이 철거되지 않은 채 걸려 있다.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만두가게 간판 아래 옷가게 7일 서울 관악구 인헌동 한 옷가게에 불황으로 최근 폐점한 만두가게 간판이 철거되지 않은 채 걸려 있다. 김문석 기자 kmseok@kyunghyang.com

이는 자연스럽게 자영업자 과잉으로 연결됐다. 정부 정책 결과 2010년 기준 프랜차이즈화가 가장 많이 진행된 업종은 치킨(74.8%)과 피자(66.6%)였다. 현재 과잉경쟁 문제가 가장 심각한 업종이다. 창업 컨설턴트인 김상훈 스타트비즈니스 소장은 7일 “현 정부가 자영업 문제를 고용지표 상향 수단으로 삼고, 프랜차이즈를 집중 권장하기 시작했다”며 “가맹점이 늘어나면서 과당경쟁에 따른 실패 사례가 쏟아지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은퇴한 베이비부머, 청년 실업자 등을 자영업 부문으로 흡수하기에 급급하다보니 프랜차이즈 지원에 ‘올인’했고, 이는 결국 프랜차이즈 점주의 고난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개별 자영업자는 어려워지는데 프랜차이즈 본사만 정부 지원을 업고 급성장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현재 등록된 프랜차이즈 가맹본사 수만 2700여개에 달한다. 더 나아가 지식경제부가 일부 프랜차이즈의 해외진출을 돕겠다고 밝히는 등 프랜차이즈 본사 지원책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반면 물량 떠넘기기 등 본사의 각종 횡포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 허술한 지원, 가계부채 ‘폭탄’으로

자영업자에 대한 정부 예산지원 규모는 턱없이 부족하다. 중소기업청은 올해 ‘소상공인 정책자금’으로 총 4250억원을 예산으로 배정했다. 그런데 이 돈은 상반기에 대부분 소진됐다. 중기청은 하반기 자금 800억원을 추가 배정했다. 그러나 추가 배정 4일 만에 ‘우선지원자금’이 모두 소진됐다. 남아 있는 돈은 풍수해, 나들가게 등을 대비한 특정지원자금 일부뿐이다. 올 들어 정책자금을 신청한 자영업자는 2만2821명에 달하고 이들의 요청 자금은 8900억원 규모다. 정부 지원예산이 자영업자의 자금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의 자금 수요는 자연스럽게 은행 대출로 쏠리고 있다. 금융위원회 조사 결과 소득 대비 금융부채는 일반 직장인이 78.9%인 반면 자영업자는 159.2%에 달한다. 50대 이상 자영업자 대출은 17.5% 급증했다. 경향신문의 최근 조사에서도 자영업자의 70%가 창업 때 진 부채조차 갚지 못하고 있었다. 이는 전체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심지어 궁핍에 몰린 자영업자가 사채에 손을 벌리면서, 또 다른 사회문제로 연결되는 악순환마저 우려된다.

더 큰 문제는 자영업자의 경쟁력 강화책이 전무하다시피 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자영업자를 위한 교육프로그램, 컨설팅 등을 경쟁력 제고방안으로 제시한다. 소상공인진흥원과 고용노동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지만 교육프로그램의 질은 떨어지고 개설된 과목 수도 많지 않다. 지난달 말 기준 서울시내에 개설된 노동부의 영세자영업자 교육과목은 인터넷 쇼핑몰 창업 등 4과목에 불과하다. 지방에는 교육프로그램이 전무하다시피 하다. 소상공인진흥원 창업프로그램도 제과제빵, 커피, 치킨호프, 밑반찬 창업 등 과포화상태 업종에 대한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정부 자금지원과 은행 융자가 ‘밑빠진 독에 물붓기’로 전락할 위험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 복지 사각지대 “안전망이 없다”

자영업자에게 적용되는 복지정책도 크게 미흡하다. 연금과 보험 제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폐업 후 재도전 기회를 잡기 어렵고 은퇴 후 생계 또한 위협받고 있다. 올 초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고용보험이 도입되면서 자영업자들은 4대보험의 혜택을 받게 됐다. 하지만 자영업자를 위한 공적안전망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산재보험의 경우 1인 이상의 종업원을 둬야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무급 가족종사자와 함께 일하거나 1인이 가게를 운영하는 영세자영업자들은 산재 적용대상에서 비켜나 있다. 사고 발생을 대비한 별도의 사적 보험에 대한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산재보험 가입자도 1만2000여명에 불과하다.

폐업 시 일정 자금(실업급여)을 지원받게 되는 고용보험 가입자는 아직 2만여명뿐이다. 지난달 22일부터 실업급여를 받으려는 기존 자영업자들의 고의 폐업을 방지하기 위해 사업을 개시한 지 6개월이 지난 자영업자는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없도록 했다. 지역가입자 및 임의가입자로 분류되는 국민연금의 경우 자영업자 가입률조차 파악하기 힘들다.

정부는 빈곤층 근로자 가구에 국가가 현금을 지원하는 노동연계 소득지원제도인 ‘근로장려세제(EITC)’의 적용대상 범위를 2014년부터 자영업자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제도의 대상이 되는 자영업자에 대한 실태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중소기업중앙회의 ‘노란우산공제’는 자영업자 스스로 매달 일정 부금을 넣고 폐업 시 목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제도다. 전체 자영업자 700만명 가운데 가입한 이는 16만여명에 불과하다. 김태완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사회보장제도는 여전히 임금근로자 중심으로 수립돼 있다”고 지적했다.

■ 특별취재팀 홍재원·김보미(산업부), 이재덕(경제부), 이혜인(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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