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수상택시 타려면 ‘재직증명서’ 내라고요?

김원진 기자    유경선 기자

공지 없이 겨울철 운행 정지…‘5인 이상’ 합승 요구

10월 운행 예정 ‘리버버스’도 전철 밟을라 우려

지난 8일 찾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나루 수상택시 승강장. | 김원진 기자

지난 8일 찾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나루 수상택시 승강장. | 김원진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 시절인 2007년 ‘한강 르네상스’의 하나로 추진돼 명맥만 이어가는 한강 수상택시가 별도 공지 없이 겨울철에는 운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 안내에 없는 출퇴근 이용 시 재직증명서를 요구하거나 ‘5인 이상 합승’을 조건으로 내건 사실도 확인됐다.

이 같은 불편과 한계에 따른 실패를 오는 10월 시작되는 한강 리버버스 운영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서울시에서 받은 한강 수상택시 운영현황을 보면, 2022년 출퇴근용 하루 이용자는 0.08명꼴에 그친다. 일상회복 이후인 지난해 상반기에도 출퇴근에 이용한 시민은 하루 0.12명에 불과했다. 관광용을 더해도 지난해 상반기 수상택시 이용객은 607명뿐이었다.

지난 6일 찾은 서울 송파구 잠실 수상택시 승강장. | 김원진 기자

지난 6일 찾은 서울 송파구 잠실 수상택시 승강장. | 김원진 기자

특히 겨울철은 개점휴업 상태다. 2021~2023년 1~3월에는 출퇴근용 이용자가 1명도 없었다.

실제 지난 5일 수상택시 예약을 위해 콜센터에 연락을 하니 “겨울철에는 이용이 불가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하지만 운영업체 홈페이지나 현장 어디에도 해당 내용은 공지돼 있지 않았다.

지난 1일 오세훈 시장은 리버버스 관련 기자설명회에서 기상과 한강 환경에 따른 운영 중단 빈도를 연간 보름으로 예측했으나 수상택시 관계자는 “날씨에 따라 겨울에 운행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잠실·여의나루·잠원 승강장은 모두 출입이 막힌 상태로 발판은 군데군데 녹이 슬었다. 잠실 승강장은 바로 옆 크루즈 선착장과 음식점도 운영하지 않아 인적조차 드물었다.

게다가 업체 측은 수상택시를 출퇴근용으로 타려면 재직 증명서가 있어야 하고 5명 이상이 모여야 한다고 했다. 예약제로만 운영 중인 한강 수상택시는 출퇴근용(5000원)과 2인 이상 탑승 가능한 관광용(30분·5만원)으로 가격에 차이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담당자는 “가격 차이가 있는 만큼 출퇴근용이라는 증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10일 찾은 서울 강남구 잠원 수상택시 승강장.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야 승강장에 도착할 수 있다. | 김원진 기자

지난 10일 찾은 서울 강남구 잠원 수상택시 승강장.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야 승강장에 도착할 수 있다. | 김원진 기자

이같은 한계로 수상택시는 첫 운행 이후 17년간 단 한 번도 예측 수요(일 평균 1만9500명)의 1%에 도달하지 못했다. 리버버스가 접근성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수상택시와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1000억원 가까운 예산·사업비가 들어가는 리버버스는 대규모 수요 확보가 수상택시보다 더 필수적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에서 잠실 수상택시 승강장까지는 도보로 15분가량 걸린다. 두 차례 횡단보도에를 건너야 하고, 약 45도 경사의 가파른 계단도 내려가야 한다. 산책 중이던 인근 아파트 주민 조모씨(61)는 “택시가 운영되는 것이나 사람들이 타는 것을 보지 못했다”며 “관광용이면 몰라도 지하철이 더 가깝고 편한데 출퇴근하러 여기까지 오는 직장인이 누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5호선 인근 여의나루 승강장·63빌딩 승강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시는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접근성 개선 대책으로 내놨지만 연휴를 앞둔 지난 8일 여의도에서 만난 김윤진씨(34)는 “따릉이를 타고 승강장까지 오느니 지하철역으로 가는 게 훨씬 더 빠른 것 같다”고 했다.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63빌딩 앞 수상택시 승강장. 안내판에 겨울철 운영 중단 등의 공지는 나와 있지 않았다. | 김원진 기자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63빌딩 앞 수상택시 승강장. 안내판에 겨울철 운영 중단 등의 공지는 나와 있지 않았다. | 김원진 기자

지난 10일 찾은 잠원 승강장은 강남 나들목을 지나고 나면 안내판이 없어 주변 한강변 아파트 단지 거주자 등이 아닌 이상 모바일 지도를 켜야 할 정도로 승강장 자체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또 승강장까지 가는 길에 놓인 계단 또한 장애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시민들의 접근성이 떨어뜨린다.

한편 서울시는 수상택시 활성화를 위해 신규 수상택시 도입과 콜 기능 강화, 민간 선착장 이용 등 3가지 안을 놓고 사업자와 협의 중이다. 현재 9대 수상택시 중 운영 가능한 건 4대뿐이다. 특수임무유공자회가 위탁 운영하는 수상택시는 현재 편의점 운영 등 부대수입으로 운영 적자를 충당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상택시 예약 시 재직증명서 요구나 5인 이상 합승 등은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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