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견제도 받지 않는 대통령의 권력…‘권력구조’ 넘어 분권까지 검토를

김지환 기자

제왕적 대통령제

[리셋! 대한민국] (4)견제도 받지 않는 대통령의 권력…‘권력구조’ 넘어 분권까지 검토를

박근혜 대통령이 개입한 비선 실세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선출된 6명의 대통령 모두 친·인척, 측근 비리로 실패한 만큼 권력 분점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제왕적 대통령제 문제로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헌법에 내각제 요소도 있는 만큼 제도 운영의 문제가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권력 지분 나누기에 개헌을 고리로 삼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다.

분명한 점은 견제받지 않는 대통령 권력이 사적 관계와 맞물리면서 국정 파탄 사태가 벌어졌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현행 대통령제와 국가운영 체제에 대한 종합적인 논의는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가장 비판하고 있는 곳은 정치권이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또다시 불행한 대통령을 만들 순 없다”며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친박계와 비박계는 서로 “당에서 나가라”며 전면전을 벌이고 있지만 개헌만큼은 공감대를 모았다. 야당도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민주당 김부겸 의원 등이 개헌에 불을 지피고 있다. “대통령 비선 측근이 국가 시스템을 마비시킬 정도로 국정농단을 했다는 것은 이를 통제할 수 없는 시스템에 분명 문제가 있기 때문”(김 전 대표)이라는 것이다.

특히 4%라는 역대 최저 지지율에도 무작정 버티고 있는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 기제로 의원내각제 개헌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행 헌법상 대통령을 절차에 따라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려면 탄핵밖에 없지만 의원내각제에선 의회의 불신임 결의로 ‘최고 권력자’를 교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선거제 개혁, 정당정치 복원 등이 전제되지 않은 개헌은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거대 정당들이 권력을 독과점하는 구조를 바꾸지 않은 채 개헌이 이뤄지면 영국의 마거릿 대처와 같은 제왕적 총리가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소한 정당 득표율에 따라 국회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돼야 효과적인 권력 분점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는 “먼저 선거제도를 바꾸고 권력구조 개편도 논의해야지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짚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약한 의회, 강한 행정부’의 문제이지 헌법의 문제는 아니라는 의견도 엄존한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우리 헌법이 대통령 중심제인 것은 사실이지만 부통령제, 의회해산권 등도 없는 만큼 헌법 자체가 대통령에게 큰 권력을 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엔 집권여당이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에 불과했다는 점도 사태의 심각성을 키웠다. 여당이 헌법을 위반한 대통령을 비호하는 데 급급했고 심지어 탄핵당한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당을 내홍으로 몰고 가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물론 ‘바람직한’ 개헌 논의는 필요한 일이다. 광장의 촛불 민심이 개헌으로 귀결되려면 승자독식의 정치구조 개선, 제왕적 대통령과 결탁된 재벌·검찰 등 기득권 개혁, 실질적 경제민주화 등을 다뤄야 한다. 그러나 현재 개헌 논의는 의원내각제·이원집정부제 등 권력구조에만 집중돼 있다.

분권 의제도 중앙정부 차원의 권력 분산 논의에 머물러 있다. 하승수 공동대표는 “중앙권력이 지방정부와 권력을 분산하는 게 중요하다”며 “지방분권 개헌 요구들이 있지만 지금까지 개헌 논의에서 이 부분이 진지하게 검토된 적이 별로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개헌을 한다고 해도 권력구조 중심의 원포인트 개헌은 오히려 안 하는 것보다 못하다”고 말했다.

지역 촛불집회가 부각되지 못한 현상도 분권이 되지 못한 단면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상훈 학교장은 “촛불집회를 보면 한국사회가 얼마나 중앙집권적인지 역설적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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