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브강 유람선 참사

대형 크루즈에 후미 받친 유람선, 밀려가다 7초 만에 뒤집혀

정원식·노도현 기자

1시간여 야경 유람 끝낸 뒤

귀항까지 수 분 남기고 ‘쾅’

안전거리 미확보 가능성도

수위 높고 기상 여건 안좋아

침몰 유람선 인양 작업 지연

유람선을 타고 다뉴브강을 지나며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화려한 야경을 감상하던 순간이 악몽으로 변했다. 헝가리 당국은 빗줄기 속에 밤샘 구조 작업을 벌였으나 추가 구조자가 나오지 않았다. 최근 폭우로 강 수위가 급증하고 유속이 빨라지면서 수색·구조작업, 유람선 인양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추돌 후 7초 만에 전복

사고는 29일 오후 8시쯤(현지시간) 출항한 유람선 허블레아니가 야경 투어를 마치기 직전인 오후 9시쯤 발생했다. 유람선에는 한국인 관광객과 여행가이드 등 33명과 현지인 승무원 2명이 타고 있었다. 이날 오후부터 천둥을 동반한 강한 빗줄기가 쏟아졌고, 이 시간에도 비는 계속 내리고 있다. 선착장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뒤에서 오던 대형 유람선이 허블레아니를 들이받았다. 현지 언론은 추돌한 배가 ‘바이킹 시긴’이라고 전했다.

헝가리 기상정보업체 이도캡이 이날 오후 11시14분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앞서 가던 작은 유람선이 뒤에서 다가온 대형 유람선에 의해 다리 쪽으로 밀려나가는 모습이 확인된다. 길이 135m인 바이킹 시긴이 머르기트 다리의 교각 쪽으로 향하다가 갑자기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 후 길이 27m의 허블레아니와 부딪친다.

부다페스트 재난관리국은 “북쪽으로 향하던 두 배가 머르기트 다리의 교각 사이에서 만났다”며 “허블레아니가 불과 7초 만에 뒤집혔다”고 밝혔다.

■ 밤샘 구조 총력전 ‘수색 난항’

사고 발생 15분쯤 후 첫 번째 구조선이 현장에 도착했다. 승객 구조를 위한 총력전이 펼쳐졌다. 부다페스트가 속한 페스트주뿐만 아니라 인근 페예르주의 구조 인력도 출동했다. 부다페스트시 재난관리국은 소방관 96명, 소방차, 특수 장비 등을 동원해 구조에 나섰다고 밝혔다. 보트, 잠수부, 탐조등, 레이더 스캐닝 장비 등이 총동원된 대규모 구조작전이었다. 다뉴브강 일대에서 구조선 외 선박 통행이 중단됐다.

잠수부들은 경찰이 다뉴브강에 밝힌 조명의 도움을 받아 밤새 구조 작업을 진행했다. 강변에 정박해 있던 민간 선박들이 조명을 비춰 구조작업을 도왔다. 현장에는 구급차 17대가 투입됐다.

헝가리 당국은 강 위의 다리에 조명과 반사경을 설치했지만 오후부터 계속된 비와 빠른 유속 때문에 수색에 난항을 겪었다. 30일 오전 2시 다뉴브강의 수위는 5m를 가리켰다. 헝가리 수로국에 따르면 강물의 수위는 며칠 안에 70~80㎝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됐다. 헝가리 당국의 구조책임자는 “사고 발생 후 수시간이 지난 데다 수온이 10~12도로 낮아 추가로 생존자를 발견할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30일 새벽까지도 비가 그치지 않았다. 구조된 승객들 중 한 명은 약 3㎞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헝가리 당국은 “다뉴브강이 이어지는 세르비아에서도 실종자들에 대한 수색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헝가리 당국은 30일 오전 2시쯤 머르기트 다리에서 3m 떨어진 강바닥에서 침몰한 허블레아니를 발견했다. 현재 유람선 인양을 위해 크레인이 인근에 정박해 있다. 부다페스트시 당국자는 “기상 여건이 좋지 않고 강물이 불어나 언제 작업이 시작될지 알 수 없다. 수일이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 유람선으로 혼잡한 다뉴브강

악천후 속 무리한 운항이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람선 업체들은 이날 강우 예보에도 정상적으로 배를 운항했다. 27년간 항해사로 일한 언드라시 쿠블리는 현지 매체 인덱스에 “저녁마다 대형 선박들이 다뉴브강을 항해하는데 이는 소형 선박들의 시야를 가리는 등 문제를 불러올 수 있는 매우 위험한 관행”이라고 말했다. 임레 호르배트 헝가리 항해협회 사무총장은 바이킹 시긴이 다른 선박과의 4m 안전거리를 지키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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