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기대했는데 하루 만에 그치니 아쉽네요”…남부 ‘단비’, 가뭄 해갈엔 역부족

강현석 기자    김창효 선임기자

325일째 ‘1일 급수 6일 단수’ 중인 완도

“밭작물엔 도움, 제한급수 해제엔 부족”

광주·전남 상수원 주암댐 저수율 20%

긴 가뭄 끝에 봄비가 내린 5일 전남 화순군 이서면 동복댐에 비가 내리고 있다. 광주 주요 식수원인 동복댐은 오랜 가뭄으로 이날 0시 기준 18.2%의 저수율을 기록하고 있다. 연합뉴스.

긴 가뭄 끝에 봄비가 내린 5일 전남 화순군 이서면 동복댐에 비가 내리고 있다. 광주 주요 식수원인 동복댐은 오랜 가뭄으로 이날 0시 기준 18.2%의 저수율을 기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섬에 안개만 잔뜩 끼었습니다. 사나흘 계속 내렸으면 좋겠는데 하루 만에 그치니 아쉬움이 큽니다.”

325일째 ‘1일 급수 6일 단수’가 이어지고 있는 전남 완도군 넙도 이영신 이장(63)은 5일 오후 “어제 저녁 비가 시작 될 때는 반갑고 마음도 좀 편했는데 벌써 하늘이 걷히니 야속하다”고 했다. 이 이장은 “마늘 등 밭작물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제한급수를 해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완도에는 이날 낮 12시 기준 지역에 따라 60∼100㎜ 안팎의 비가 내렸다. 완도읍 68.5㎜, 보길도 88㎜의 강수량을 기록했고 넙도에는 80㎜ 정도 내렸다. 완도에서는 지난해부터 제한급수로 섬 주민 1만3356명이 물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

완도군은 비가 충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도움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김상균 완도군 상수도팀장은 “수원지 몇 곳을 둘러봤는데 계곡에서 저수지로 물이 흘러드는 것을 봤다. 충분치는 않지만 다행”이라면서 “오늘 만큼은 발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1973년 이후 50년 만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남부 지역에 모처럼 단비가 내렸다. 이번 비는 광주와 전남, 전북 지역 땅을 적실 정도로 내리면서 농작물에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식수난’을 걱정하고 있는 광주광역시와 전남지역 상수원을 채우기는 역부족이다.

기상청 ‘수문기상 가뭄정보 시스템’을 보면 광주광역시와 전남지역 10개 시·군의 식수원인 주암댐으로 빗물이 흘러드는 유역에는 60㎜ 안팎의 비가 내렸다. 이날 오전 7시 기준 주암댐 저수율은 20.3%(예년 대비 48%)로 1991년 담수 시작 이후 가장 낮은 상황이다.

긴 가뭄 끝에 봄비가 내린 5일 전남 함평군 대동면 한 밭에서 부부가 비를 맞으며 밭일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긴 가뭄 끝에 봄비가 내린 5일 전남 함평군 대동면 한 밭에서 부부가 비를 맞으며 밭일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낮 12시 기준 보성 복내면 강수량은 64.5㎜, 순천 송광면은 65.6㎜를 기록했다. 한국수자원공사 영산강·섬진강유역본부는 “비가 왔다고 곧바로 수위 변 화가 관측되는 것은 아니다. 댐으로 700만t의 물이 유입돼야 저수율이 1% 올라간다”면서 “당초 예보보다 강수량이 적어 아쉽다. 저수율이 오르긴 하겠지만 1주일 정도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구 143만명의 광주광역시가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동복댐 유역 강수량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댐 유역인 화순 북부에는 이날 낮 12시 기준 45.5㎜의 비가 내렸다. 이날 기준 18.28%인 동복호 저수율이 평년 수준인 40∼50%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광주시는 오는 6월까지 200㎜ 이상의 비가 내리지 않으면 1993년 이후 30년 만에 제한급수를 우려하고 있다.

평균 25.4㎜ 단비로 건조특보가 모두 해제된 전북의 들녘에서는 농민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익산에서 수박과 상추를 재배하는 김구태씨(59)는 “해갈에 흡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비닐하우스 밭고랑에 물이 고이고 있다”라며 “조금만 더 내려주면 농사에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반가워했다.

장수의 사과재배 농민 류기행씨(60)는 “이번에 내린 비는 약비”라고 기쁨을 표시했다. 류씨는 “가뭄으로 생육이 멈춘 상태에서 정상화를 위해 수분이 필요했는데 때마침 비가 와 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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