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지하화에 50조 공사채 발행…“정부 부담 늘어날 것”

윤지원 기자

정부 “철도지하화 사업시행자는 공공기관…재원은 여전히 0원”

업계에선 “사업성 낮아 정부 부담 남을 것”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정책위의장이 지난 18일 국회에서 철도지하화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민주당 정책위와 서울시당, 인천시당, 경기도당이 주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정책위의장이 지난 18일 국회에서 철도지하화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민주당 정책위와 서울시당, 인천시당, 경기도당이 주최했다.

정부가 철도 지하화를 추진하기 위해 50조원 규모 공공기관 채권(공사채)을 발행한다. 공사채를 발행해도 이 사업에 투입되는 정부 재정은 ‘0원’이란 게 정부 설명이다. 업계에선 사업성이 떨어질 경우 50조원이 고스란히 정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19일 국토교통부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철도 지하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공사채 50조원 가량을 조달할 계획이다. 당초 국토부는 지난 1월 이 사업 계획을 발표할 때 총 65조2000억원 가량의 철도·도로 지하화 사업비 중 철도에 해당하는 50조원에 별도 재정은 투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업시행자’가 채권 발행으로 재원을 먼저 조달하면, 상부 개발 이익으로 사업 비용을 충당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국토부는 이날 지하화를 추진하는 사업시행자는 철도시설공단, 코레일 등과 같은 정부출자기업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철도지하화 특별법에 따라 철도지하화 사업시행자는 정부출자기업인 만큼 공사채를 발행해 민간 자금을 끌어다가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공사채를 발행해도 투입되는 정부 재정은 0원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철도지하화 사업에 정부 재정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는 설명에 대해 ‘기술적으론 맞지만 실질적으론 그렇지 않다’라고 말한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충분히 이득이 많이 남아 그 사업만 가지고 그간 발행한 공사채를 갚는다면 재정이 0원이라는 정부 말이 맞다”면서 “하지만 사업성이 떨어져 공사채를 못갚으면 정부 부채에 잡히지 않는 실제 부담이 남는다”고 말했다. 부실한 공사채를 짊어진 공기업을 정부가 망하게 놔두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사채는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는 만큼 부실시 세금으로 조성되는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 부채는 넓은 의미에선 나랏빚(공공부문 부채)으로 분류된다.

이미 국내 공기업의 부채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지난해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2022년 공공부문 부채는 1588조7000억원으로, 1년 사이 161조원이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철도지하화의 사업성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모 공기업 관계자는 “그나마 사업성이 있는 서울 지상 철도 구역도 폭이 좁은 길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개발이익이 남기 위해선 철도주변 땅을 사들여 통합 개발을 추진해야하지만 보상이나 협상 자체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철도 지하화 및 철도 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에 따라 철도 지하화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지상 부분은 기반시설 지원, 용적률 완화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졌다. 그럼에도 개발을 위해 철도 주변 부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본질적인 문제는 해소되지 않은 셈이다.

공사채 발행 전 단계인 타당성조사 단계도 넘기 힘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철도 지하화 사업은 사업시행자가 정부출자기업인 만큼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신규사업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만 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방재정 전문가는 “특별법은 비용 처리 등 현금 흐름을 규정한 내용으로, 투입된 비용 대비 사회적 편익을 따지는 비용대비편익(B/C) 값이 더 잘 나올 것이란 관측은 틀린 것”이라며 “타당성조사를 하기 위해선 사업대상지, 형태, 총사업비, 운영비 등의 기본적인 계획이 충분히 나와야 하는데 대상지도 정해지지 않은 현 시점에선 실현 가능성을 따지는 것은 너무 이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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