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국가 곳곳이 이상기후에 몸살을 앓고 있다. 북부에서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고, 남부에선 극심한 가뭄 현상이 몇 주째 이어지는 등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동시 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6일(현지시간) 에콰도르 매체 엘코메르시오 등에 따르면 에콰도르에서는 주말인 지난 3∼4일 북부 에스메랄다스 지역을 중심으로 12시간 가까이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이로 인해 6개의 강이 한꺼번에 범람하면서 산사태, 건물 붕괴, 정전, 단수 등이 잇따라 발생했다.
에콰도르 당국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5개 주의 주민 1만4186명, 3465 가구가 피해를 입었고, 주택 2895채, 학교 21개, 보건소 7개 등이 파괴됐다. 일부 주민들은 집의 지붕과 발코니에 갇혀 군의 구조 헬리콥터로 겨우 대피했다.
에콰도르에서는 지난 3월에도 한달 동안 폭우와 지진, 산사태가 잇달아 발생해 70여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중미 카리브해의 섬나라 아이티에서도 지난 2~4일 폭우가 발생해 50여명이 숨지고 18명이 실종됐다. 아이티 전역의 여러 강이 범람하면서 3만1519채의 가옥이 침수됐다. 이재민은 4만 가구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 정부는 국내 및 국제기관과 협력해 긴급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우루과이에서는 심각한 가뭄이 몇 주째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는 우루과이에 닥친 83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다.
가뭄에 고온이 이어지면서 우루과이는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수도 몬테비데오에서는 저수율 하락으로 담수가 부족해지자 정부가 궁여지책으로 수돗물 염도 규정을 완화해 수도에서 소금물이 나오고 있다. 주민들은 매일같이 짠 물을 먹어야 해 건강까지 위협받는 상황이다. 현재 수돗물에 함유된 나트륨의 양은 리터당 421㎎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의 두 배 수준이다.
지난달 몬테비데오와 카넬로네스의 각급 학교에서는 물 부족 위기 대응을 위해 “학생들에게 물을 1컵씩만 제공하라”는 교육부의 지침이 내려지기도 했다.
비가 더 내리지 않는다면 앞으로 2주쯤 뒤에는 수돗물 공급이 완전히 중단될 수도 있다. 우루과이 상수도공사(OSE)는 지난 1일 “앞으로 20일 정도 몬테비데오와 수도권에 수돗물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의 물만 남았다”고 밝혔다.
이에 수도 몬테비데오에선 정부의 수돗물 정책을 규탄하는 시위가 매일 열리고 있다.
정부는 신규 저수지 조기 건설, 복합화력발전소 담수화 기기를 활용한 염분 제거 방안 등 대책 마련을 내놓고 있지만, 미리 대비하지 못한 당국의 실정에 대한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야당과 시민들은 “정부가 무능하다”며 “작년부터 가뭄이 계속될 것이라는 경고가 있었다”고 항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