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도 형사처벌···법무부, 촉법소년 ‘만 14세→13세 미만’ 추진

허진무 기자

“흉포화되는 소년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범죄 저질러도 형사처벌 않는 기준 연령 낮춰

인권위 “부정적 낙인 확대” 우려에도 강행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6일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에서 ‘소년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6일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에서 ‘소년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하지 않는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소년법·형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26일 발표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만 13세인 중학교 1~2학년생도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에서 ‘소년범죄 종합대책’ 브리핑을 열어 “촉법소년 범죄가 증가하고 흉포화하는 것이 통계적으로 확인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연령 햐향 근거로는 촉법소년 범죄 증가와 범행 수법 흉포화, 촉법소년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여론 등을 들었다. 현행 ‘만 14세 미만’ 기준은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70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만 13세’로 낮추려는 주요 근거로 지난해 범죄를 저질러 보호처분을 받은 촉법소년(4142명) 중에서 만 13세가 72.3%(2995명)인 점을 제시했다. 2019~2021년을 보면 장기(10호)·단기(9호) 소년원 송치 보호처분을 받은 소년범이 만 10세(0명)·11세(0명)·12세(5명)에서 만 13세(52명)가 되면서 급격히 증가했다는 통계도 내놨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만 13세를 기준으로 구분하는 한국 학제도 고려됐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7~2021년 전체 소년인구(만 10~18세)가 약 453만명에서 약 408만명으로 줄었지만, 촉법소년 범죄는 7897건에서 1만2502건으로 늘었다. 소년범죄 중 강력범죄 비율은 2000년 2.6%였지만 2020년에는 4.9%로 늘었다.

법무부는 기준 연령을 낮춰도 소년범 대부분은 기존처럼 소년부 송치되고, 계획적 살인범이나 반복적 흉악범만 형사처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검찰이 소년범을 기소하더라도 소년법상 법원이 소년부에 송치해 보호처분할 수 있으므로 ‘이중 점검’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인권위 “소년범죄 흉포화 단정 어렵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날 법무부와 국회에 반대 의견을 냈다. 인권위는 “국제인권기준이 요구하는 소년의 사회복귀와 회복의 관점에 반하고 소년범죄 예방과 재범 방지를 위한 실효적 대안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부정적 낙인효과를 확대해 소년의 사회복귀와 회복을 저해한다”고 했다.

인권위는 법무부의 ‘소년범죄 흉포화’ 주장도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했다. 인권위는 “촉법소년 사건 발생 현황을 전체적으로 보여줄 통계가 존재하지 않아 주장이 객관적으로 타당한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 범죄 건수는 매해 400∼450건으로 유지돼 흉포화되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 장관은 인권위 의견에 대해 “소년범이 ‘그럴(형사처벌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공익이 인권위가 생각하는 우려에 비해 더 크다고 판단했다”며 “추진 과정에서 인권위 의견을 충분히 고려했다”고 했다.

유엔이 권고한 형사미성년자 연령의 국제인권기준은 현행인 ‘만 14세 미만’이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2019년 ‘아동사법제도에서의 아동의 권리에 대한 일반 논평’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일반적인 형사책임 최저연령은 만 14세”라며 “아동이 심각한 피의자인 경우 형사책임 최저연령을 더 낮게 정할 수 있도록 예외를 허용하는 관행에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법무부는 “국제인권기준은 국내에서 법적 구속력이 없고, 문화적 특성·사회적 환경에 따라 형사미성년자 기준 연령이 국가마다 다양하다”고 했다. 미국 뉴욕주(만 13세 미만), 프랑스(만 13세 미만), 캐나다(만 12세 미만), 호주(만 10세 미만) 등을 예시로 들었다.

소년범 1일 급식비 6554원→8139원

법무부는 교정·교화시설 확충과 프로그램 개선, 소년담당 보호관찰관 인원 확대와 피해자 보호 강화 등도 함께 시행키로 했다. 기준연령 하향을 제외하고는 인권위 의견을 수용한 셈이다.

소년원생 1인당 급식비는 1일 6554원에서 아동복지시설 수준인 8139원으로 인상한다. 현재 전국 10개 소년원에선 소년범 10~15명이 대형 혼거실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 2024년까지 4인 이하 소형 개별실로 전환하기로 했다. 정신질환 치료를 비롯한 의료 처우도 개선할 방침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소년원생 중에서 정신질환자 비율은 30.5%에 달했다.

소년범죄 원인을 분석하고 소년부 판사에게 보호처분 의견을 제시하는 소년분류심사원은 현행 1곳에서 3곳으로, 소년담당 보호관찰관 인력은 현재 228명에서 287명으로 늘린다.

법무부는 소년 전담검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소년범죄가 많은 인천·수원지검에 ‘소년부’를 설치하기로 했다. 교정·교화 효과가 크지 않은 벌금형 선고를 줄이기 위해 검찰에 약식기소를 자제하라고 지시할 방침이다. 법원이 소년보호사건 심리 기일과 장소를 피해자에게 통지하는 제도, 검사가 소년원 송치 처분할 때 피해자에게 법정 진술권을 안내하는 제도, 검사가 법원의 보호처분이 법령을 위반하거나 부당하다고 판단할 경우 항고할 수 있는 제도도 신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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