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핵무장론’ 들고 나온 한국당, 보수층 결집 노린 ‘안보 포퓰리즘’

박순봉 기자

조경태 “NPT 탈퇴해야” 핵확산금지조약 탈퇴 언급

위기 부각시켜 정부 흔들기

무책임·비현실적 주장 반복

또…‘핵무장론’ 들고 나온 한국당, 보수층 결집 노린 ‘안보 포퓰리즘’

자유한국당에서 29일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핵무기 개발’ 주장이 돌출했다. 핵무장론이 국민들의 불안한 안보심리를 자극하고, 보수층 결집 효과를 내는 점을 이용한 것이지만, ‘한반도 비핵화’에 역행하는 등 실현성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핵 문제’ 해결보다는 보수 결집 등 정치적 이익을 노린 ‘안보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국당 조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대통령은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해 미국과 협상을 해야 한다”며 “미국이 받아주지 않으면 즉각 NPT를 탈퇴하고 자강할 수 있는 핵무기 개발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앞서 북핵외교안보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원유철 의원도 전날 국회 북핵외교안보특위·국가안보위원회 연석회의에서 “국민의 80%가 이제 우리도 전술핵 재배치나 자위권 차원에서 핵을 보유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가벼이 봐서는 안된다”며 ‘핵무장론’을 언급했다.

핵무장론이 나온 배경은 간명하다.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로 인한 한·일관계 악화, 러시아 군용기 독도 영공 침범,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 외교안보 위기상황을 부각시켜 정부를 흔들고 보수층을 결집하겠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이 틈을 비집고 ‘안보 정당’임을 자처해왔다. 국회를 ‘보이콧’해온 한국당은 방향을 바꿔 ‘안보 국회’ 소집을 요구했고, 안보 관련 회의를 잇따라 개최했다. 이 과정에서 핵무장론까지 꺼내게 된 것이다.

그간 한국당은 선거 승리 등 정치적 목적을 위해 핵무장론을 꺼내왔다. ‘2·27 전당대회’를 앞둔 지난 1월 당 대표 후보였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진태·안상수 의원 등은 한국당 중심인 태극기세력을 겨냥한 듯 핵무장론을 주장했다. 황교안 대표가 지난 3월 ‘이제 핵무장을 검토할 때’ 정책토론회에 보낸 서면 축사에서 “핵무장론을 무조건 접어놓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힌 것도 4·3 재·보궐 선거를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홍준표 전 대표는 2017년 9월 ‘전술핵 재배치 및 핵무장을 위한 1000만 국민 서명운동’을 시작했는데, 이 역시 다음해 6월 지방선거를 노린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문제는 한국당이 주장하는 독자적 핵무기 개발이나 전술핵 재배치 등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핵 확산 방지를 목표로 갖고 있는 미국부터 반대할 것이고, 이는 한·미동맹과 미국의 핵우산을 포기해야 함을 의미한다.

또 NPT 탈퇴는 미국을 비롯한 중국과 러시아 등 국제사회로부터의 경제적 고립을 야기하게 된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경제활동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다.

자체 핵무장의 효율성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발진하는 미 전투기가 한반도에 도달하는 시간은 10분 내외이고 미국 괌에서 전략폭격기가 도달하는 시간도 12시간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란 것이다. 그러다보니, 제1야당이 건설적인 대안은 제시 못한 채 현실과도 맞지 않는 무책임한 주장을 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핵무장론은 한국당이 그동안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해왔던 색깔론과 맞닿아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핵무장론이나 색깔론이나 실체적 진실과는 무관하며, 보수층 불안을 자극해 결집하기 위한 선동정치의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Today`s HOT
폭풍우가 휩쓸고 간 휴스턴 개혁법안 놓고 몸싸움하는 대만 의원들 영국 찰스 3세의 붉은 초상화 총통 취임식 앞두고 국기 게양한 대만 공군
조지아, 외국대리인법 반대 시위 연막탄 들고 시위하는 파리 소방관 노조
총격 받은 슬로바키아 총리 2024 올림픽 스케이트보드 예선전
광주, 울산 상대로 2-1 승리 미국 해군사관학교 팀워크! 헌던 탑 오르기 미국 UC 어바인 캠퍼스 반전 시위 이라크 밀 수확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