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준비생 사교육비 1.7배인데···‘사교육 유발’ 지적 3년간 1건뿐

김나연 기자

2020~2022학년도 고입전형 영향평가 결과

내신 등 입학전형 이전 사교육 유발 여부는 배제돼

“현실과 괴리…평가 제도 보완 필요”

자사고 준비생 사교육비 1.7배인데···‘사교육 유발’ 지적 3년간 1건뿐

최근 3년간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고·과학고 등의 입학전형에서 시·도교육청이 ‘사교육을 유발했다고 판단한 사례’는 1건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고 등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사교육에 더 많은 비용을 쏟는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2020~2022학년도 고등학교 입학전형 영향평가 결과’를 받아 분석한 결과, 지난 3년 동안 이뤄진 고입전형 영향평가 243건 중 1건만이 사교육 유발요인이 있다고 지적받았다.

각 시·도교육청의 교육과정정상화심의위원회는 자사고, 외고 등이 입학전형을 시행한 뒤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스펙(경험)을 평가했는지, 교과 지식을 측정하는 전형을 진행했는지, 학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관해 질문했는지 등을 심사한다.

2020~2022학년도 고입전형 영향평가에서 사교육 유발요인이 있다고 지적받은 사례는 2022학년도 서울의 A학교가 유일했다. A학교는 면접 과정에서 지원자에게 교과 지식을 물은 것으로 확인돼 권고 조치를 받았다. A학교의 사례를 제외하면 교육 당국은 3년 동안 사교육 유발요인이 대체로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런 결과는 자사고 입시를 위해 과다한 사교육비를 쏟는 것으로 나타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와 대치된다. 통계에 따르면, 자사고 진학 희망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은 61만4000원으로, 일반고 희망 학생(36만1000원)보다 1.7배 많다. 과학고와 외고·국제고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도 일반고를 희망하는 학생보다 각각 1.6배, 1.5배 많았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국가통계는 자사고·외고 진학에 사교육비를 더 많이 투입한다고 하는데, 교육 당국은 (영향평가에서) 자사고·외고 입시에 사교육 유발요인이 없다고 평가해 엇박자가 나타났다”고 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가 나온 이유는 고입전형 영향평가에서 ‘내신 사교육’을 ‘고입 사교육’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고입전형 영향평가는 입학전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교육 유발 여부만 고려할 뿐, 내신 등 입시 이전 단계의 사교육은 자사고 진학을 위한 사교육으로 보지 않는다. 실제로 B교육청은 영향평가 결과보고서에 “내신성적의 사교육 의존도는 다소 높은 편이나, 자기소개서 작성과 면접을 위한 사교육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낮다”고 했다. C학교는 “학생 중 사교육 필요성을 언급한 경우는 내신성적 향상을 위한 사교육인 경우가 대다수였으며, 이는 본교 자기주도학습 전형만을 위해 사교육을 받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송경원 위원은 “자사고, 외고 입시를 위한 내신 사교육의 존재가 확인됐지만 당국은 단지 내신 사교육일 뿐 면접과 서류 등 입학전형을 위한 사교육은 아니라고 본 것”이라며 “고입전형 영향평가를 지금처럼 하면 구멍 뚫린 영향평가가 될 가능성이 상당하므로 본래 취지에 맞는 평가방식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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