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폭탄”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중앙난방, 지역난방 탓?

박상영 기자

개인이 쓴만큼 내는 요금 체계 아닌

중앙난방 방식에서 불만 호소 많아

전문가 “설비·주택 노후화가 더 영향”

난방비 폭탄 근본원인은 LNG 값 급등

중앙난방과 지역난방 방식 비교.     경향신문 자료 사진 크게보기

중앙난방과 지역난방 방식 비교. 경향신문 자료

서울 구로구에 사는 A씨는 이전과 비교해 지난달 난방비가 2배가량 뛰었다. 집이 오래된 아파트여서 난방비가 많이 나올 것으로 걱정해 예년보다 춥게 지낸 것을 감안하면 요금이 너무 많이 나와 당혹스러워 했다. A씨는 “집이 오래돼 온도를 올려도 따뜻하지가 않다”며 “전기장판으로 올겨울을 버티는 중”이라고 말했다.

올겨울 난방비를 결정하는 도시가스 요금이 오른 데다 한파가 이어지면서 난방비만 약 20만~40만원씩 나왔다며 “폭탄을 맞았다”는 가구가 속출했다. 특히, 노후 주택이거나 중앙난방이나 지역난방 방식인 공동주택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중앙난방은 주택단지 내 중앙보일러실 등에 설치된 대형 보일러를 가동해 개별세대로 열과 온수를 공급한다. 노후 아파트에 적용된 경우가 많아 열 손실률이 높고, 필요할 때 원하는 만큼 사용하기 어렵다. 급등한 난방비 피해 호소를 하는 다수 가구가 중앙난방인 이유도 본인이 사용하는 만큼 요금이 부과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개별난방은 주택마다 설치된 보일러를 통해 난방하는 방식이다. 사용 가구 비율도 52%로 가장 많다. 계절과 관계없이 난방 온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고, 난방비도 사용한 만큼 부과되는 장점이 있다.

25일 서울 관악구의 연립주택 외벽에 설치된 도시가스 계량기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김창길기자 사진 크게보기

25일 서울 관악구의 연립주택 외벽에 설치된 도시가스 계량기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김창길기자

그러나 전문가들은 난방방식 자체보다는 설비와 주택 노후화에 난방비가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가스업계 관계자는 “개별난방이라고 하더라도 보일러가 노후화된 경우 연료비가 더 많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주택의 단열 성능 기준에 따라 연료비가 좌우되는 편”이라며 “주로 노후화된 아파트일수록 단열 성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또한 개별·중앙난방에 비해 경제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지역난방 사용 가구에서 요금 폭탄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지역난방은 최근에 건설되는 아파트에 많이 도입되는 난방 방식이다. 대형 열병합발전소에서 고온의 물을 공급하면 아파트 단지 내 보일러실에 설치된 ‘열교환기’를 통해 각 가정에 적정한 온도로 공급한다. 이때 발전소에서 보내오는 온수를 곧바로 개별 아파트로 공급하는 게 아니라, 열교환기로 간접적으로 데워서 열을 전달받는 방식이어서 효율이 떨어진다.

물론 대규모 열 생산시설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가 실현돼 사회 전체적으론 난방비를 줄여준다고 난방공사는 강조했다. 다만, 지역난방의 경우도 열교환기 등의 노후화로 효율이 떨어져 과도한 요금이 부과될 수 있다. 게다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온수의 온도(대개 50~60도)를 낮추면 개별 가구에서 목표한 온도까지 올리는 데 상당한 시간 걸릴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온수를 생각보다 많이 이용하게 되는 꼴이어서 ‘열 요금 폭탄’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하지만 최근 난방비 폭탄의 근본 원인은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점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정부가 요금 인상을 억제하더라도 LNG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달 서울 도시가스 소매요금은 1MJ(메가줄·가스 열량 단위)당 19.69원으로, 전년 동기(14.22원) 대비 38.4%나 올랐다. 지역난방에 사용되는 ‘열 요금’도 주택용 기준, 지난해 3월 말 1Mcal(메가칼로리)당 65.23원에서 89.88원으로 37.8% 급등했다. 지난해 전기요금 인상 폭이 약 20%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2배가량 더 오른 셈이다.

최근 국제 LNG 가격이 하락추세에 있지만 가스공사 누적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가스비 인상은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는 지난해 8조8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되는 가스공사의 미수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올해 도시가스 요금을 MJ당 2.6원씩 총 4차례에 걸쳐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급격한 물가 상승을 우려해 1분기에는 가스요금을 동결한 만큼 겨울이 지난 2분기부터 인상 폭은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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