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명 수사…경찰 특수단, 이상민 ‘단전·단수’ 수사 전담
김성훈 경호차장·이광우 본부장 압수수색 ‘비화폰’ 확보
서울서부지법 난동·폭력 사태 가담자들이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이번 사태를 선동했다는 의혹을 받는 전광훈 목사나 사랑제일교회와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12·3 비상계엄 직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향신문 등 일부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전담해 수사하기로 했다. 경찰은 3일 대통령경호처 김성훈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 집을 압수수색해 비화폰과 개인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서부지법 사태로 체포되거나 조사를 받는 사람 중 사랑제일교회 소속으로 확인된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통계를 내기 어렵고, 교회 소속으로 알려진 이들도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특임전도사로 알려진 이도 ‘(교회와) 연관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며 “통화 내역 등을 분석해 연관성이 있는지 살피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지난달 19일 서부지법에 침입한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유튜브나 방송 영상 등 광범위한 자료를 수집해 분석 중이다. 유튜브에 게시됐다가 삭제된 법원 난입 영상도 상당수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검거되거나 구속된 유튜버 등도 배후가 있는지 수사하고 있다”며 “선동 댓글을 쓰거나 방송을 한 사람 등에 대해서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까지 총 99명을 수사해 63명을 구속했고 36명을 불구속 수사 중이다. 현장에서 검거된 사람은 86명이고 경찰이 추적해 찾아낸 사람은 13명이다. 지난 2일 체포된 남성 A씨도 후자에 속한다. A씨는 서부지법 사태 때 소화기로 법원 3층 보안장치를 부수고 1층 유리창을 깨뜨리는 등 앞장서서 기물파손을 한 혐의(공동건조물침입·공용물건손상 등)를 받는다.
그는 판사 집무실이 있는 법원 7층에 난입해 사랑제일교회 특임전도사 이모씨 등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부장판사를 찾아다니는 모습이 영상에 포착됐다. 온라인상에서 ‘녹색 점퍼남’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는 A씨는 언론사 기자라는 얘기가 돌기도 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이 전 장관이 일부 언론사 단전·단수에 협조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에 관한 사건을 전담하기로 했다. 이 사건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해 왔지만 법률 검토와 협의를 거쳐 특수단이 맡기로 했다. 경찰은 공수처가 진행한 소방청 관계자 등 수사기록을 넘겨받아 분석한 뒤 조만간 이 전 장관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특수단은 계엄 선포 직전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만나 계엄을 함께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원천희 국방정보본부장(중장)을 입건하기도 했다.
특수단은 이날 김 차장과 이 경호본부장 등 경호처 간부들의 비화폰과 개인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특수단은 경호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도 시도했으나 경호처가 응하지 않아 불발됐다. 앞서 특수단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혐의를 받는 두 사람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보완수사를 하라며 모두 반려했다. 특수단은 “이날 진행된 압수수색은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수단 관계자는 “범죄 혐의가 소명됐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한 데 대해 유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