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곳이나 있는데…정치권은 또 ‘공항 타령’

한대광·권기정·박미라 기자

전국에서 공항 짓기 경쟁

15곳이나 있는데…정치권은 또 ‘공항 타령’

예타 면제 ‘대구·경북 신공항 특별법’ 국회 소위 통과
여야·지자체들 10곳 추가로 더 짓겠다며 추진·검토 중
졸속 공사에 안전성 우려, 자연환경 훼손 문제도 ‘심각’

정치권과 정부가 부산엑스포와 지역균형발전 등을 명분으로 예비타당성조사도 생략한 채 공항 건설에 국고를 쏟아붓는 결정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현재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는 10개의 공항을 더 짓겠다는 입장으로 졸속 공사에 따른 안전성 우려와 함께 중복 투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탄소배출이 심각한 항공기 운항을 규제하는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는 21일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을 심의해 통과시켰다. 특별법에는 국고 지원과 함께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할 수 있는 특례조항이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광주 군공항 이전을 위한 특별법’도 통과가 유력해지고 있다.

당초 두 지역의 군공항 이전은 군공항 부지를 매각·개발한 재원으로 공항 이전 비용 등을 마련하는 ‘기부대양여’ 방식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당시 지방공항 이전 지원 공약을 내걸고, 여야가 지난달 두 개의 특별법을 동시 추진하기로 합의해 국고 지원 등의 물꼬를 텄다.

전문가들은 예타 면제 등에 비판적 입장이다. 대한교통학회가 최근 회원 153명을 대상으로 대구·광주 공항 이전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6.6%(102명)는 ‘군공항 이전 특별법 등을 통해 예타 면제를 추진하고 민간공항의 사업비 부족분을 정부가 지원토록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김주영 한국교통대 교수는 “인구 규모에 비해 공항이 너무 많이 건설되고 있는데 이렇게 막대한 돈이 들어가면 미래세대가 재정 부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함에도 이를 특별법 등의 이유로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권에서는 공항 건설 요구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에 15개의 공항이 운영 중이지만 정치권과 지자체들은 10개의 공항 건설을 추진·검토 중이다.

졸속 공사에 따른 안전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부산 가덕도신공항에 대해 토목 전문가들은 가덕도 앞바다는 수심이 30m가량으로 깊은 데다 토질이 균일하지 않아 매립을 통해 활주로를 건설하면 부등침하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조성일 르네방재연구원장은 “기한을 정해 쫓기듯 공사하는 과정에서 침하 방지 대책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하면 해상을 매립한 공항에서 수시로 불균등 침하에 따른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 훼손 문제도 심각하다.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은 지난 20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덕도의 국수봉·남산·성토봉을 깡그리 무너뜨려 해양 매립토로 사용하면 가덕도의 자연환경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도 성산읍에 제2공항이 건설되면 법정보호종 등 생물다양성이 파괴되고, 숨골과 동굴 되메우기로 인한 지하수 고갈과 홍수 피해 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정부가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온실가스를 줄이겠다고 발표한 상황에서 대규모 토목사업인 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유럽의 경우 독일 녹색당은 2035년까지 국내선 항공편을 모두 없애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오스트리아는 수도 빈과 서부 잘츠부르크를 오가는 항공편을 없애는 대신 고속철도 열차를 증편하고 있다. 김광옥 한국항공대 교수는 “국제민간항공기구 등은 물론 항공업계가 이산화탄소 저감·최소화를 위한 각종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면서 “공항 신설은 경제적 타당성 분석을 통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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