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비판했던 바이든, ‘이민자 차단’ 국경장벽 추가 건설

최서은 기자
한 이민자가 망명을 신청하기 위해 멕시코 티후아나 국경 울타리를 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 이민자가 망명을 신청하기 위해 멕시코 티후아나 국경 울타리를 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과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을 비판해왔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남미에서 들어오는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국경장벽을 추가로 건설하고, 이민자들에 대한 강제 추방을 재개하기로 했다.

5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남부 국경을 따라 추가로 장벽을 건설하기 위해 환경법을 비롯한 26개 연방법 적용을 유예하고, 미국으로 입국하는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을 다시 강제 추방한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경장벽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엔 “아니다”라고 대답하면서도 “멈출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국경 지대 불법 유입을 막기 위해 물리적인 장벽을 건설해야 할 긴급 필요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미국-멕시코 국경장벽 설치는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민자 밀입국 방지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강화한 정책이다. ‘반이민’을 핵심 정책으로 내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후 남부 국경 지대에 대규모 장벽을 건설했고, 오는 2024년 대선에서도 “국경장벽을 짓자”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과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추가로 국경장벽을 건설하는 일은 없다고 공언해온 만큼 그간의 발언에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이민자들의 권리를 옹호하며 “국경장벽은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비판해왔다.

게다가 국경장벽 건설에 필요한 비용은 2019년 트럼프 행정부 시절 마련한 장벽 건설 자금으로 충당된다. 사실상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마련한 ‘돈’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을 그대로 잇는 셈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조치가 옳았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바이든이 나와 미국에게 넘쳐나는 불법 이민자에 대해 사과할 것이냐”며 “그의 사과를 기다릴 것”이라고 비꼬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 그간 보류해온 베네수엘라 이민자에 대한 강제 추방도 재개한다. 미국은 항공편을 통해 베네수엘라 망명 신청자들을 대규모로 곧 다시 송환할 예정이다. 이는 얼마 전 미 국토안보부가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 약 47만명에게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임시보호신분(TPS)’을 부여하며 이들의 합법적인 체류를 허용한다고 밝힌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나온 조치다.

마요르카스 장관은 이날 “7월31일 이후에 미국에 도착한 베네수엘라 국민을 돌려보내는 것이 안전하다는 결정을 내렸다”며 “이들은 미국에 체류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미국과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번 송환 조치와 관련해 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 내 이민자 수가 다시 증가함에 따라 재선 도전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이 이민 문제와 관련해 공화당의 압박을 받으면서 이민자 수를 줄이기 위해 강경 정책으로 선회하는 모양새다.

인권 단체들은 이번 결정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미국의 난민 지원 단체 ‘루터교 국제 이민 및 난민 지원기구(LIRS)’는 성명을 통해 “수천 명의 베네수엘라인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환경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세계 인도주의 지도자가 채택하기에는 매우 문제가 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역시 바이든 대통령의 이 같은 이민 정책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과거 약속을 지키는 대신 낭비적이고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된 과거의 실패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국경장벽 추가 건설에 대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후퇴”라고 비판하면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그간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오랫동안 장벽을 쌓지 않은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라며 칭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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