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도토리 그리고 정글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오늘은 구름과 도토리 그리고 정글에 관해 생각해 보자. 뭉게구름이 있는 정글 속에서 도토리를 먹고 있는 다람쥐에 관한 동화가 아니다. 나름 최첨단 현실에 관한 것이다.

최근 구글은 클라우드 서비스의 유료화 계획을 발표했다. 이제까지 무상으로 제공하던 클라우드 서비스를 내년 7월부터 100테라바이트까지만 무료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구글의 정책 변화는 당장 두 가지 측면의 문제를 제기했다. 하나는 개인정보 보호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독점의 측면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먼저 개인정보의 측면부터 살펴보자. 클라우드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무료 사용 한도를 초과할 경우 클라우드에 저장된 개인정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관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먼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가 해당 정보를 모두 삭제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왜냐하면 이용자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 간의 거래는 종료되었거나, 적법하게 성립된 것이 아니므로 관련 정보를 모두 삭제하는 것이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2차 피해를 막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다른 견해도 있다. 이용자의 동의 없는 개인정보의 파기는 오히려 이용자의 소중한 개인정보를 복구 불가능 상태로 만들어서 커다란 손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견해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가끔씩 반대의 사례로 인용하는 것이 싸이월드다.

플랫폼 이용의 시작은 공짜지만
결국엔 소비자가 비용 부담해야
여기서 독점의 문제가 발생
미국에선 ‘독점화’ 경계 나섰지만
우리의 디지털 생태계는 ‘정글’

한때 많은 누리꾼들을 소위 ‘싸이질’로 내몰 정도로 인기를 누렸던 싸이월드는 사이버 공간의 환경이 PC에서 모바일로 진화하는 과정에 적응하지 못하여 쇠락의 길을 걸었다. 세금 체납으로 사업자 등록이 말소되고, 서버 관리비용도 연체하여 서버 접근도 막혔다. 물론 회원들의 이용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러나 싸이월드의 개인정보는 삭제되지 않았다. 오히려 싸이월드는 이 개인정보를 복구해서 다시 새로운 장사 밑천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이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어려운 회사 사정에도 개인정보를 알토란처럼 잘 보관했기 때문에 상을 주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거래관계가 사실상 종료된 상황에서 개인정보를 삭제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을 주어야 할 것인가?

개인정보보호법 제21조는 개인정보 파기의 사유와 방식을 규정하고 있으나 위 질문에 명확하게 답을 할 정도로 세밀하지 않다. 또한 신용정보보호법에 이미 도입된 개인정보의 전송요구권이 개인정보보호법에 도입되지 않은 점도 문제다. 앞으로 개인정보의 보관, 파기, 전송 등과 관련하여 더 세밀한 입법이 필요하다.

다음은 구글 서비스 유료화의 두 번째 문제인 독점 측면을 보자. 온라인 플랫폼의 장사 밑천은 이용자 규모다. 이용자 숫자가 많아야 물건 파는 상인들도 몰리고, 거래 정보도 쌓인다. 그걸 이용해서 플랫폼기업이 스스로 장사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온라인 플랫폼이 이용자를 끌어모으는 대표적인 미끼 수단이 ‘무료’ 서비스 제공이다. 구글 지메일이 그랬고 구글 클라우드가 그 전례를 따랐다. 카카오의 택시호출 서비스도 무료로 시작했고, 카카오뱅크의 타행 송금도 무료다.

그런데 세상에 공짜는 없고, 밑지고 장사하는 사람도 없다. 누군가는 ‘공짜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플랫폼 사업자나 플랫폼을 이용하는 공급자가 부담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소비자가 부담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독점 문제가 발생한다.

이 어두운 측면을 지적한 대표적 논문이 ‘아마존의 반독점 패러독스’라는 리나 칸의 논문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공짜만으로 독점의 폐해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리나 칸 교수를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장으로 발탁하면서 플랫폼의 독점화 가능성을 경계했다.

미국 의회도 움직였다. 지난 6월 미국 하원의 민주, 공화 양당 의원들은 거대 온라인 플랫폼의 독점적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5대 입법안을 공동 발의했다. 이 법안들을 공통으로 관류하는 입법 취지는 온라인 플랫폼은 이해상충의 상황에 처할 수 있는 다른 사업을 영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정부는 네이버 특혜법으로 알려진 전자금융거래법을 통해 네이버에 은행법을 선물하려고 하고, 카카오는 이미 플랫폼의 힘을 이용해 택시업계를 장악해가고 있다. 우리의 디지털 생태계는 아직도 정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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