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권 교체’ 암초 만난 부울경메가시티

권기정·백승목·김정훈·백경열 기자

새 울산시장 “이득 없다” 속도조절…경주·포항에 눈 돌려

경남지사도 “부산 쏠림 우려, 재검토 지시” 사무 개시 보류

대구·경북 통합도 무산…“지역주의 빠져 균형발전 놓치나”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난 4월19일 열린 ‘부울경 특별자치제 지원을 위한 협약식’에 참석한 부산·울산·경남지역 자치단체 인사들이 양해각서에 서명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6·1 지방선거 이후 울산시장과 경남도지사가 입장 변화를 시사하면서 부울경 특별지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난 4월19일 열린 ‘부울경 특별자치제 지원을 위한 협약식’에 참석한 부산·울산·경남지역 자치단체 인사들이 양해각서에 서명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6·1 지방선거 이후 울산시장과 경남도지사가 입장 변화를 시사하면서 부울경 특별지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연합뉴스

동북아시아의 8대 메가시티로의 도약을 꿈꾸며 지난 4월 출범한 부산울산경남특별연합(메가시티)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

메가시티는 수도권 집중을 막는, 국가균형발전의 대안으로 주목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의 전폭적 지원으로 비교적 순탄하게 추진됐다. 그러나 6·1 지방선거로 당선된 민선 8기 울산시장과 경남도지사는 메가시티에 부정적이거나 미온적이다. ‘부산 쏠림’ 현상이 커지고 울산과 경남엔 득이 없다는 게 이유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메가시티와 관련해 한발 빼는 모양새다. ‘속도조절’을 하겠다는 태도다. 김 시장은 당선 직후 “메가시티가 수도권 집중화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추진 방식은 울산에 이득이 없고 부산에 끌려갈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되레 인근 경주·포항과의 ‘해오름동맹’에서 주도권을 확보한 뒤 메가시티에 참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울산시는 최근 이례적으로 경주·포항시에 해오름동맹 실무자회의 개최를 제안했다.

박완수 경남지사도 우선 실익이 무엇인지 따져보자고 말한다. 박 지사는 당선인 시절에도 진주와 남해 등 서부 경남의 균형발전 전략이 포함돼야 한다며 재협상 필요성을 제기했다. 다수의 시·군이 혼합된 경남도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박 지사는 지난달 24일 도지사직인수위 보고를 받고 “부산 쏠림과 경남 서부권 소외가 우려된다”며 재검토를 지시했다. 경남도는 ‘부울경 초광역 실효성 확보 방안’ 용역을 의뢰했고, 8월 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메가시티의 사무 개시 준비작업을 잠정 보류했다.

반면 박형준 부산시장은 메가시티에 적극적이다. 광역교통망 구축과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을 위해 3개 시·도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본다.

부울경메가시티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민선 7기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지사 시절 추진한 사업이다. 문재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됐다.

2018년 6월 공동협력기구 설치 등에 협력하기로 결의하면서 본격 추진됐다. 2020년 부울경 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했고, 2021년 4월 부울경 특별지방자치단체 합동추진단을 설치했다. 올해 4월엔 특별연합 규약안이 부산시의회, 울산시의회, 경남도의회를 통과했다. 행정안전부의 승인을 거쳐 4월19일 특별지방자치단체로 출범했다. 2023년 1월1일부터 사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만약 경남·울산이 메가시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9월로 예정된 특별연합의회 구성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3개 시·도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면 내년 1월로 예정된 사무 개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부울경메가시티에 영향을 받아 추진한 대구와 경북의 행정통합도 사실상 무산됐다. 대구시는 지난 4일 특별지자체 설립을 준비해온 대구경북광역행정기획단 사무국을 폐지했다.

대구와 경북의 행정통합은 2019년 말부터 논의가 시작됐다. 두 시·도는 지난해 행정통합을 장기 과제로 넘기고 논의를 중단했다. 이와 관련,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메가시티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행정비용을 낮추고 단위당 생산비를 절감하는 도시적 토대를 만드는 게 본질”이라며 “특별자치단체나 행정구역 통합은 메가시티 구축을 위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마 교수는 “수도권은 광역교통망이 잘 깔려 있어 기업도 몰리고, 인재도 쉽게 구하고, 잦은 빈도로 사람과 기술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됐다. 이 과정에서 지역은 상대적으로 역량이 더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메가시티는 대도시권 구축 전략”이라며 “좋다기보다는 더 나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차악의 수단”이라고 했다.

메가시티에 부정적인 의견에 대해서는 “초광역 사업에서 거점지역이 더 많이 가져가면 협의체를 통해 소외 지역에 상생 전략을 마련하면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데 메가시티로 불리해지는 사안만 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 교수는 “지방선거가 끝나고 본인이 ‘왕 노릇’을 해야 하는데 주도권을 잃게 생겼다는 판단에서 ‘지역민 반발’ 등을 이유로 사실상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도 “지역이기주의에 빠져 균형발전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울산 시민단체는 ‘속도조절’ 방침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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