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투명한 공직사회 위해 ‘김영란 법’ 필요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그제 공직사회의 금품 수수와 청탁 관행에 제동을 걸기 위해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을 오는 22일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대법관 출신인 김영란 권익위원장이 추진한 이 법안(일명 ‘김영란 법’)은 공직자의 대가성 없는 금품 수수를 처벌할 수 있고, 제3자를 통한 부정 청탁 행위도 엄격하게 금지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공직자에게 사적인 이해관계가 개입될 수 있는 직무 수행을 금지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처벌 대상이 되는 부패 행위의 범위가 형법 등 현행 부패방지 관련법이 금지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넓다. 현행 형법으로는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은 금품 수수나 금품이 오가지 않은 청탁은 처벌하기 어렵다. 김영란 권익위원장은 “청탁을 하지 말자는 캠페인 같은 법, 청탁 받은 공무원에게 거절할 수 있는 명분을 주자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공직사회의 부패는 관행처럼 굳어져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공직자는 각 부문에서 갑(甲)의 우월적 위치를 차지하고 힘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패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규제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공직자가 업자로부터 많은 금품, 향응을 받아 비난 여론이 비등해도 대가성만 없으면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는다. 모범이 돼야 할 공직사회의 부패가 심하니 사회 전체의 청렴도가 어떨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를 보면 한국은 2010년 39위에서 지난해는 43위로 4단계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는 하위권인 27위에 머물렀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영란 법이 시행되면 공직사회의 뿌리 깊은 부패 행위나 부정 청탁은 발 붙일 틈이 없어질 것이다. 그러나 국민권익위가 연내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더라도 통과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한다. 국회를 포함한 공직사회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될 뿐 아니라 권익위와 법무부 간에도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본다면 공직사회의 어떤 저항이나 반대도 명분이 없다. 다만 ‘부정한 청탁’과 ‘정당한 민원’의 구분이 불분명하다거나 부정 청탁 신고 등 사후처리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은 보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법무부도 부패 근절을 위해서는 새 법 제정보다 형법 개정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만 고집할 일이 아니다. 보다 실효성과 강제성이 담보된 법으로 투명한 공직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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