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후 원전 멈추는데 방폐물 처분장 마련은 ‘지지부진’

박상영 기자
신한울 1호기.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신한울 1호기.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원자력발전이 가동된 지 약 45년이나 지났지만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을 마련하는 절차는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당장 2030년부터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가 시작되지만 국회에서 관련 법안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전이 위치한 지역주민과 시민사회단체는 처분시설을 마련하지 못하는 바람에 원전 내 건식저장시설만 늘어난다며 우려하고 있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978년 고리 1호기 상업운전 시작 이후 지난해 9월 말까지 약 1만8000t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했다. 경수로 사용후핵연료 8900t은 습식저장조에, 중수로 사용후핵연료 9300t은 습식저장조와 원전 내 건식저장시설에서 각각 나눠 보관 중이다.

습식저장조에 보관 중인 한빛 원전의 사용후핵연료는 2030년부터 포화될 전망이다.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에 옮길 수 있지만, 건설에 7년이 걸리는 데다 주민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실제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기 위한 건식저장시설 건설을 추진 중이지만, 지역사회는 “고준위 특별법 제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반발했다. 근본 숙제인 ‘고준위 방폐물 영구처분 시설’을 마련하는 절차가 확정되지 못하면, 그 전에 원전 내 건식저장시설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우선 원전 내 건식저장시설 건립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불신부터 해소해야 한다”며 “정부가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지역 주민들과 신뢰관계부터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고준위 방폐물 처분 시설 마련이 시급한 근본대책으로 보다. 1986년부터 지금까지 9차례 방폐물 처분장 부지 선정을 시도했지만, 주민 반대에 막혀 번번이 무산됐다.

2005년 방사성 함유량이 낮은 옷, 장갑 같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부지는 겨우 경주로 선정했다. 그러나 폐연료봉 같은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은 계속 미뤄졌다. 반면, 캐나다·영국· 일본·독일 등 주요 원전 운영 국가들은 방폐물 영구처분 시설 부지를 선정 중이다. 프랑스와 중국·러시아는 이미 부지를 확보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고준위 방폐물을 지하 500m에 영구 처분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이미 방폐장 부지를 선정한 핀란드와 스웨덴도 수십만 년 이상이 지나더라도 부식되지 않는 처분용기에 밀봉해 방폐물을 심층 처분하는 방식을 추진 중이다.

고준위 방폐장 확보가 늦어지면 원전 산업 자체가 타격받을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녹색분류체계(Green Taxonomy·그린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했지만, 전제조건으로 고준위 방폐물 처리장 확보를 내걸었다.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유럽에 원전을 수출할 때 금융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현재 체코와 폴란드 원전 수주에 나선 한국으로서는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 착수 이후 20년 내 중간저장시설을, 37년 내 영구처분시설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에서 관련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첫 법안이 발의된 지 1년이 넘어선 지난달 26일에야 관련 공청회를 진행했다. 국회 산자위는 20일 법안 소위를 열고 고준위법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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