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회의원 41명 비상장주식 보유…‘처분’ 못 하나 안 하나

정용인 기자

전수조사 결과…“팔고 싶다” “이해관계 없다” 해명

이해관계가 걸린 상임위 다른 의원과 ‘품앗이’ 가능

애초 받았던 샀건 정보 필요…순수 투자로는 안 보여

[주간경향] “저도 포함된 숫자인가요?”

지난 3월 31일 발표된 국회의원 2023년 정기재산 변동신고 목록에서 비상장주식을 보유한 민주당 의원이 20명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말하자 한 민주당 의원이 보인 반응이다. 10여 분 가까이 종전엔 없던 비상장주식이 올해 신고에서 왜 나타났는지 설명한 뒤의 반응이다.

기자는 2020년 9월, 당시 초선이나 다시 국회에 돌아와 재등록 대상이 된 의원 175명의 재산공개목록에서 비상장주식을 신고한 국회의원 32명의 취득 경위 등을 취재해 보도한 적이 있다(주간경향 1397호·‘국회의원 32명 비상장주식 1708억원 어떻게 형성했나’ 기사 참조).

5월 23일 오전 서울 경실련 강당에서 21대 국회의원 3년간 부동산 재산 증감현황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경실련은 비상장주식을 포함한 국회의원들이 보유한 증권관련 재산증감 변동은 앞으로 별도의 분석작업을 거쳐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연합

5월 23일 오전 서울 경실련 강당에서 21대 국회의원 3년간 부동산 재산 증감현황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경실련은 비상장주식을 포함한 국회의원들이 보유한 증권관련 재산증감 변동은 앞으로 별도의 분석작업을 거쳐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연합

앞의 의원은 초선이다. 당선 당시는 신고하지 않았던 비상장주식이 이번에 새로 나타났다. 어떻게 된 걸까. 그는 “비상장주식이고 재산 가치가 마이너스여서 따로 신고하지 않았는데 2023년 재산 변동내역 신고준비를 하다 보니 자동으로 전산자료가 떴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없앨 수 없는지 예전에 증권사에도 물어본 적 있다. 재산 가치도 없고, 예탁결제원 정보분석자료에 잔고 현황만 남아 있더라도 임의로 지울 수는 없다는 답을 들었다.”

비상장주식, 왜 민주당 의원이 더 많을까

이번엔 국회의원 296명 전원을 대상으로 비상장주식 소유 여부를 전수조사했다. 모두 41명 국회의원의 비상장주식 보유기록이 나왔다. 그중 민주당이 20명, 국민의힘이 19명이다. 그 외에는 시대전환 1명, 무소속 1명이다. 총액은 988억8126만2000원. 2년 전 조사 때 32명 보유 주식 총액 1708억원에 비하면 다소 줄어든 숫자다. 여기에 총액으로 더하면 상당한 숫자지만 그중 몇몇 ‘비상장주식 부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평가액 기준으로 비상장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한 의원은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이다. ‘동수토건’ 주식 5만8300주를 처분했지만 이진 주택 1만주의 평가가 443억6192만원으로 돼 있다. 2위는 배우자가 들고 있는 ‘푸르밀’ 등 주식이 214억2174만9000원으로 평가받고 있는 윤상현 의원이다. 여기에 윤 의원 본인은 ‘보고테크’라는 회사의 주식 1만3000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역시 지난해까지 보이지 않던 주식이다. 윤 의원 측은 “그 회사는 1998년에 설립한 회사로 2019년에 회사가 폐업한 것으로 나온다. 의원도 거의 신경을 안 쓰던 주식”이라며 “어떻게 된 일인지 과거 자료가 올라와 신고하다 보니 신규로 취득한 것처럼 기재가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비상장주식을 가지고 있는 상당수 의원은 “상장 폐지돼 비상장으로 전환되는 바람에 처분할 수 없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그냥 들고 있을 뿐”이라는 등의 해명을 내놓았다. 실제 회사들을 검색해보면 길면 2010년대 초반에서부터 최근까지 경영권 분쟁 등을 겪고 망한 회사들이 대부분이다. 어차피 현재는 이익을 보기도 어렵고, 처분도 어려운 휴짓조각에 불과한 주식들이니 대다수 의원 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런 주식은 “별 문제될 것은 없는” 주식들일까.

국회의원 비장상주식과 코인 등 가상자산 문제를 커버스토리로 다룬 주간경향 1530호 표지

국회의원 비장상주식과 코인 등 가상자산 문제를 커버스토리로 다룬 주간경향 1530호 표지

여전히 석연찮은 비상장주식 취득 경위

기자가 2020년 조사했을 때와 비교한 결과, 비상장주식 매집을 더 늘린 의원도 있다.

이형석 민주당 의원은 2020년 ‘청계’라는 부동산 임대회사 주식을 “2515주 가지고 있다”고 신고했다. 이번 신고에서는 같은 회사의 주식을 배로 늘려 5030주 보유를 신고했다. 평가액은 5366만원. 지난 취재 당시 이 의원 측은 “의원 친구가 신규법인을 만들면서 주주참여를 요청해 갖게 된 주식으로 취득 시점은 2001년”이라며 “매각하려고 해도 안 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이번 신고에서 주식보유량이 오히려 늘어난 이유는 뭘까. 이 의원 측은 “당시 등록신고하면서 직무연관성이 있는지 검사를 받았는데 의원이 참여한 상임위(현재는 행정안전위원회)와 관련 없으니 갖고 있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라며 “추가된 부분은 다른 분이 가지고 있던 것을 추가로 양수·양도받은 것으로 다시 국회감사실을 통해 직무관련성 심사를 받는 중이다”고 말했다.

앞의 사례처럼 주식시장에서 상장 폐지된 비상장주식들을 어쩔 수 없이 들고 있다는 의원들도 있지만, 한편으로 멀쩡한 주식을 “직무관련성이 있는 상임위 활동을 하지 않으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판단을 받아 보유 중”인 의원도 꽤 있었다. (표 참조) 과연 그럴까.

[단독] 국회의원 41명 비상장주식 보유…‘처분’ 못 하나 안 하나

조명희 의원 가족회사 특혜 논란의 경우

뉴스타파는 지난 5월 18일 조명희 의원의 비상장주식 케이스를 보도했다. 조 의원이 과거 설립해 운영했던 지리정보시스템(GIS) 운영업체인 지오씨엔아이와 관련한 석연찮은 특혜 의혹이다.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조 의원은 2020년 8월 국회에서 ‘GIS와 공간영상을 활용해 홍수와 산사태를 극복하자’를 주제로 비대면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 자리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정부 출연기관 인사는 관련 기술을 보유한 회사로 조 의원이 대표를 맡았던 지오씨엔아이를 거론했고, 토론회 얼마 뒤엔 조 의원과 같이 국민의힘 소속인 이종배 의원이 ‘수자원 정보화 구축 및 운영사업’에 배정된 예산 증액을 요청했다. 그리고 이 용역은 지오씨엔아이와 다른 회사 한 곳이 따냈다. 그해 11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다시 이종배 의원은 ‘수산관측 분야’ 예산 5억원을 요청했다. 이 5억짜리 사업은 지오씨엔아이를 포함해 3개 업체가 수주했다. 2주 뒤 조 의원은 예산 증액을 이끌어낸 이종배 의원에게 정치후원금 500만원을 보냈다.

조 의원은 가족회사가 용역을 따낸 예산결산특위 소속이 아니다. 조 의원이 소속된 국회상임위원회는 보건복지위원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국회운영위원회다. 따라서 조 의원의 주식 소유는 ‘직무관련 이해충돌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 의원이 의혹을 받는 사례처럼 의원 자신이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상임위를 피하는 대신, 다른 의원의 ‘품앗이’를 통해 도움을 받는다면 직무관련성 부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조 의원 가족회사의 비상장주식 문제가 지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0년 주간경향 기사에서 기자도 조 의원이 들고 있는 비상장주식 지오씨엔아이와 유앤지아이티 문제를 지적했다. 당시 조 의원 측은 “현재 대표는 가족이 아니며 과거엔 선뜻 나서서 임원을 한다는 직원이 없어 가족에게 맡긴 것인데 가족기업이라는 식으로 과장돼 논란이 일었다”라고 해명했다.

이번에 2023년 재산변동신고 내역을 보면 조 의원과 배우자의 유앤지아이티 주식 10만주와 지오씨엔아이 49만주가 모두 백지신탁된 걸로 나온다. 0주로 표기돼 있다. 그러면 된 걸까. 백지신탁은 처분만 은행 등 기관에 맡긴 것이지 소유권 변경까지 이뤄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백지신탁된 주식은 아직 팔리지 않았다. 대주주 지위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사실상 가족기업이라 주식을 사러 나설 사람도 없어 보인다. 만약 조 의원이 의원직을 마치고 다시 회사경영에 나선다면 얼마든지 경영권을 회복할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결국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조 의원 측 해명은 표 참조).

[단독] 국회의원 41명 비상장주식 보유…‘처분’ 못 하나 안 하나
[단독] 국회의원 41명 비상장주식 보유…‘처분’ 못 하나 안 하나

이번 취재 과정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비상장주식을 가진 의원 수를 단순 비교해보면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한 명 더 많았다는 사실이다. 국회의원들의 주식 입수 시기나 경위는 재산변동신고 내용만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만약 비상장주식의 입수 경위가 업계나 관련인사들의 로비나 민원이 목적이라면 당정관계를 이끄는 집권당에 더 집중됐을 텐데, 현재 야당의원들이 비상장주식을 가진 경우가 더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직전까지 집권당이었기 때문에?

정치권 출신 인사들에게 물었다. 평가는 엇비슷했다.

“대체적으로 부동산이나 상장주식 증권 등 기존 전통자산은 국민의힘이 민주당 의원보다 더 많다. 이미 기존 자산을 가지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굳이 비상장주식에까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까.”(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 “민주당 의원들이 원래 IT나 바이오 벤처 쪽과 친했다. 거기다 대기업은 돈으로 ‘빨간당’에 로비를 한다. 반면 중소벤처기업은 돈이 없으니 주식으로 로비하지 않았겠나.”(김성순 시사평론가) 역시 그런 것일까.

권력 주변 비상장주식 소유가 주목받는 이유

박신용철 위원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여러 유형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최초 입수 경위를 보면 산 게 아니라 받았을 수 있다. 결국 왜, 어떻게 취득했느냐가 포인트다. 누가 권유해서라는 설명은 말이 안 된다. 뭔가 정치자금성이나 후원성으로 받은 거라고 볼 수 있다. 아니면 어떤 민원을 해결해주고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 못 한다. 국회의원 출마 전이어서 투자할 형편도 못됐다는 해명은 거꾸로 회사 입장에서 보면 ‘당신이 지역사회에서 이름이 있으니까 당신 이름을 걸쳐주면 사업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는 매력으로 다가가지 않았을까. 이건 직접 돈을 주지 않고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권력 주변의 비상장주식 거래를 순수 투자 목적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비상장주식을 보유한 국회의원 41명을 전수조사하는 작업이 쉽지는 않았다. 재산신고변동내역 신고를 직접하는 의원은 몇 안되었다. 대부분의 의원은 변동신고를 보좌진에게 맡겨놓았다. 재산변동신고는 의원 본인만이 아니라 배우자와 ‘독립생계로 고지거부를 하지 않는 한’ 직계존비속의 재산변동 역시 포함된다. 실제 기자의 확인요청을 받고 “신고한 비상장주식 내용에 대해 처음 알아봤다”는 의원도 있었다.

한 의원은 “실제 이해충돌과 관련해 부당한 어떤 사실이 있어서 파헤친다면 모르겠지만 일괄로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과한 것이 아닌가”라며 “공인 가족들의 사생활이나 개인적인 사회활동 등에 대해서는 배려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항변했다.

“비상장주식은 일반인이 사는 경우가 별로 없다. 정보가 있어서 살 가능성이 더 크다. 그렇기 때문에 더 엄격하게 다뤄져야 함에도 직무관련성 심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서휘원 경실련 선거제도개혁팀장의 말이다.

“직무관련성 검사는 국회 감사과에서 담당하는데, 이해충돌심사가 제대로 안 이뤄지고 있다. 어떤 것이 직무관련성이냐에 대한 심사기준이 예컨대 지금은 의원 소속 상임위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조명희 의원 사례에서 보듯 어느 상임위를 가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놓치고 있다.”

공직자윤리위원회 재산등록 심사내용을 알 수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예컨대 공직자 재산등록심사 때 재산형성과정, 취득과정, 일자, 취득원 등을 소명하도록 한다. 그런데 그 내용은 시행령에 따라 비공개 대상이다. 정보공개청구를 하더라도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심사도 허술하게 이뤄지는 데다 재산신고 누락을 하면 과태료를 부과한다거나 허위신고를 하면 처벌한다는 등의 조항이 있긴 하지만 이마저도 대부분 구두경고에 그친다. 부동산이나 비상장주식 등의 취득 경위를 같이 공개해 검증할 수 있도록 하면 투기성 여부 등에 대한 판단이 쉬울 텐데 그런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송현석 넥스트브릿지 운영위원장은 “예컨대 상장주식은 백지신탁이라도 걸어놓으면 팔리겠지만 비상장주식은 아무런 정보가 없기 때문에 처분이 쉽지 않다”면서 “법이나 행정으로는 안 된다고 하더라도 이를테면 대통령실 같은 데서 1급 이상은 ‘비상장주식이 있으면 진급 안 시킨다’든가, 정당에서 공천심사를 할 때 ‘소명되지 않은 비상장주식 보유는 감점 규정을 둔다’든가 하는 식의 자체 내규를 둬 사전에 정화하는 방법도 있다”라고 말했다.

국회 특권 폐지 운동을 벌이고 있는 황도수 한국미래회의 공동의장(건국대 교수)은 “기득권적 특권향유를 막는 데 필요한 것은 예컨대 비상장주식 백지신탁과 같은 제도겠지만 문제는 그 제도를 만들어야 할 국회의원들이 자기에게 부여된 권한을 자신의 사익을 위해 쓰는 것이 만연해 있어 근본적인 개혁을 못 이뤄낸다는 점”이라며 “결국 국민이 나서서 감시하고 필요하다면 새로운 정치를 위해 직접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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